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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본부,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과 점거 2년 차 유승우 씨를 만나다
등록일 2017.06.22 03:21l최종 업데이트 2017.06.22 03:28l 김종현 기자(akdtkd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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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일 2차 본부점거 이후 한 달이 지났다. 4월 4일 ‘전체학생총회(총회)’가 열린 뒤 학생들의 단식투쟁과 행정관(60동) 1층 연좌농성에도 침묵과 강제해산으로 응답한 본부를 압박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본부는 점거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제명을 비롯한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진행할 뿐이었다. 총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점거를 강행한 데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종강과 여름방학도 다가온다. 1년 가까이 시흥캠퍼스 투쟁과 본부점거를 이끌어온 학생들의 심경은 어떨까. 학생사회 대표자인 임수빈(조소 11) 부총학생회장과, 작년 10월부터 점거현장을 매일같이 지키고 있는 유승우(물리천문 16) 씨를 지난 5월 27일 점거 중인 행정관 평의원회 부의장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점거 투쟁에 참여해왔는지 본인소개를 부탁한다.

임수빈(수빈) 2013년 시흥캠퍼스 반대천막투쟁 때 관심 있게 지켜봤고, 작년 10월 10일 점거 당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총학생회장 당선 이후 시흥캠퍼스 사안을 한 축에서 이끌고 있다.

유승우(승우) 작년 5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서울대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에 들어갔다. 시흥캠퍼스 건설, 음대시간강사 해고, 프라임·코어 사업으로 인한 학과 구조조정 등, 최고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시흥캠퍼스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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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부총학생회장 ⓒ홍인기 사진기자


2차 점거가 한 달째다. 점거 유지상황은 어떤가?

승우 (5월 1일) 점거 직후 이틀간은 본부 앞에 직원 이삼십 명이 의자를 펴놓고 하루 종일 대기했다.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 지금까지 본부 측의 점거 강제해제 위협은 없다. 점거현장에 항상 머무는 학생은 낮에 네다섯 명, 밤에는 예닐곱 명에서 많게는 열 명이다. 안에 화장실도 없고 (본부에 의해) 전기도 끊겼다. 대자보를 쓰고 유인물도 만들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은데 전기가 안 들어오니 많은 인원이 있기 힘들다. 비상등 앞에서 책을 읽어야할 정도다. 점거 중인 주요 인원들이 작년 10·10 총회부터 쉴 틈 없이 참여해왔기 때문에 많이 지쳤다. 그래도 꾸역꾸역 잘 버티고 있다.


지금 가장 문제되는 사안은 학생들에 대한 본부의 징계다. 징계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수빈 성낙인 총장이 지난 5월 2일 담화문에서 점거를 주도한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와 형사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민주동문회 소속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이 (시흥캠퍼스 사안 해결을 위한) 대화협의회 구성을 본부 측에 제안했고, 5월 15일 성 총장과의 면담에서 대화협의회 개최와 징계 보류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보직교수들이 징계위를 소집했다. 현재 학생 11명에게 징계혐의 사실 고지서가, 4명에게 경찰의 출석요구서가 온 상태다. 전창후 학생처장은 징계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학생들이 본부와의 대화에 어떻게 참여하는지에 따라 징계수위가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본인 혹은 주변에서 점거투쟁 해온 이들이 징계대상자다. 징계 혐의와 수위는 어떻고, 이에 대한 심경은 어떠한가?

수빈 내게 온 고지서에는 행정관 무단점거 및 현관문 파손, 이사회 회의 방해, 총장공관 앞 시위 및 출근방해 등이 혐의로 적시됐다. 참여하지 않은 일부 활동도 포함됐다. 징계수위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제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승우 제명 카드를 꺼내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는 징계대상자가 아니지만, 1년간 함께한 사람들이 정말 학교를 떠나게 되면 어떡할지 걱정된다. 학생들 사이에도 자신이 징계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이제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인 사람은 없다. 모두들 지금까지 투쟁해온 책임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 측이 본부와 대화하길 거부했기 때문에 본부가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아닌가?

승우 본부는 6자회담을 제안했으나 학생들이 거부했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본부도 학생들의 대화 제안은 전부 거절했으면서 학생들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본부의 징계방침은 점거 중인 학생들을 일반 학생들과 분리해 징계대상자로 낙인찍는 동시에, 점거투쟁을 그만두라는 협박이다. 본부는 학생들이 대화가 아닌 폭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폭력을 사용하는 쪽은 본부가 아닐까.

수빈 본부와 학생 간 갈등이 덜했을 때, 학생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대화 국면을 펼 필요는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본부는 항상 칼을 숨겨두고 대화를 제안했다.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위협하는데, 어떻게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는가. 더욱이 제명이 포함된 대규모 중징계는 본부가 학생들을 전혀 대학 운영의 주체로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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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 중인 본부 문 앞을 청원경찰 1명이 24시간 교대로 지킨다. ⓒ최한종 사진기자


학생 징계와 시흥캠퍼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협의회를 구성 중이다.

수빈 학생들은 (6자회담과 같은) 기존의본부 주도 대화테이블이 아니라 중립적인 제3자가 주재하는 다자간 대화를 구상했다. 6자회담은 총장이 주재하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애초부터 배제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반면 박태순소장이 처음 제안한 이번 대화협의회에는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비정규직 노조도 포함하는 등 여러 학내 집단의 대칭적 참여를 보장하려 한다. 현재는 본부 측에서 대화를 위해 학생 측 위원을 결정하고 사전면담 날짜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해온 상태다. (본 인터뷰 이후 지난 6월 8일 학생 측과 본부 측 간 ‘시흥캠퍼스 관련 협의회를 위한 사전면담’이 이뤄졌다.)


징계 철회를 위해 본부와 대화를 시작하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성 총장 퇴진 요구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지 않은가?

승우 힘의 문제라고 본다. 징계 철회를 대가로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빈 현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보직교수들은 대화에 미련없이 주요 학생들을 징계하면 이 사태가 끝날 것이라고 여긴다. 사회적 여론화를 통해 본부가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 대화테이블에서 유한 고지를 점하고, 학생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시켜야한다. 물론 그 결과가 실시협약 철회와 총장 퇴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때는 그것을 받아들일지 다시 총의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부와의 협상에서 포기할 수 없는 점은 무엇인가?

승우 저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성 총장 퇴진 기조에서 후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회에서 결정된 그 두 목표를 위해 싸우고 있지 않은가. 학생사회 최고의결기구이자 2천 명이 모였던총회의 결정인데, 본부의 탄압으로 쉽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 다 지켜내야 한다.

수빈 제명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 만약 제명 조치가 실행된다면, 학생사회에는 학교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맨 앞에서 싸우면 제명당한다는 선례가 남는다. 또한 시흥캠퍼스의 비민주적 추진과, 공공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설계 계획은 서로 연관돼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가장 우려했던 학부 이전 등 캠퍼스 분리도 없어야 할 뿐더러, 학생이 참여해 정보를 요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흥캠퍼스 협의회도 필요하다.


2차 점거안은 4·4 총회 이후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결정됐다. 중징계나 ‘불법폭력점거’라는 규정을 감수하더라도 점거가 필요했다고 본 것인가?

승우 저희도 점거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봤다. 2013년 천막투쟁, 2016년 팻말시위와 본관농성, 본부점거, 올해의 단식투쟁, 연좌농성까지. 하지만 항상 본부는 폭력으로 진압했다. 본부의 불통에 떠밀려 가장 강력한 수단인 점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폭력적인 점거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본부 측의 폭력이 몇 배는 컸다고 본다. 3월 11일(교직원에 의한 본부점거 강제해제)은 빼더라도 5월 1일(행정관 1층 연좌농성 강제해산)에만 몇 명이 응급실에 실려 갔는가.


하지만 4·4 총회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던 2차 점거는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다. 학생들이 점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수빈 2차 점거를 결정한 뒤 일부 총운위원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점거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수가 더 많은 단대들이 있었다. 점거와 같이 높은 수위의 행동은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동의가 명분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미 점거를 결정했음에도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돼버리니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고립됐다. 점거하는 학생들은 원망과 피로가 쌓이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점거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그에 대한 부채의식은 있지만 참여하지는 않으며 괴리가 생겼다.

승우 4·4 총회에서 점거안을 비롯해 투쟁방법에 대한 재투표가 무산됐다. 그 책임을 지고 총운위가 점거를 의결했다. 점거까지는 아니라고 반대하는 분들이 물론 있다. 하지만 점거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보면, 점거 포기는 투쟁을 그만두자는 말과 같다. 점거 이외에 다른 대안이 제시되지도 않았고, 사실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점거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리더라도, 점거가 목표로 하는 성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에는 여전히 지지여론이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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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우 씨는 지난 1년 간의 투쟁에서 "옳음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사진기자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점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수빈 학생들이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시거나, 실수를 했을 때에도 괜찮다고 격려해주실 때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힘을 얻는다. 단식투쟁 중에 한 학생에게 두툼한 약봉지를받았는데, 안에 편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4·4 총회 이후 원망을 많이 했는데, 다시 믿겠으니 힘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일일 동조단식에 동참해주신 100여 명의 학생을 통해서도 학생사회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우 가장 큰 힘은 옳은 투쟁이기 때문이다. 저는 총장 퇴진과 실시협약 철회가 정말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투쟁하고 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고 공자가 말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점거투쟁의 원동력이 거기서(투쟁의 정당함에서) 나올 것이다.


작년 본부점거부터 현 2차 점거까지를 어떻게 돌아보는가?

수빈 점거투쟁에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한 점을 가장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의 투쟁은 분열이나 갈등으로 인해 학생들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승우 10·10 총회부터 3·11 본부점거 강제해제까지 점거투쟁의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분명 그렇지 않다. 시흥캠퍼스 기숙형 대학 이면계획, 대학신문 편집권 침해 시도 등을 점거를 통해 알아냈고, 수용할 수 없긴 했지만 본부 측의 대타협안도 얻어냈다. 지금은 이를 발판으로 다시 한걸음 내딛을 때다. 한편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은 병원에 한 번씩 가봤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고, 3월 11일과 5월 1일 이후 정신적으로도 크게 힘들어한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누군가에게 사지를 들려 끌려 나온 기억이 없지 않겠는가. 누가 지나가면 자신을 끌어낸 교직원인 것 같아 흠칫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면 잠깐 쉬다 와도 된다.


점거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구호와 투쟁에 피로를 느끼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빈 많은 학생들이 장기화된 투쟁에 지쳐있고, 더 피부에 와 닿는 성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을 안다. 점거에 주도적인 학생들과, 기층단위의 학생들 사이에 괴리된 지점이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시작해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각자가 당사자인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바라봐주시고, 집회에 참여하거나 소식을 찾아보는 등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승우 저희보다 지켜보는 학생들이 지쳤을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싸워온 것도 아니고, 정말 해낼 수 있는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는 아닌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것도 맞다. 더 힘을 내주셔서 남의 일이 아닌 이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다른 누군가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