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호 > 특집
협력 거버넌스는 가능할까 주요 쟁점은 이사회 권한 분배와 학생들의 의사결정 참여
등록일 2017.06.26 23:22l최종 업데이트 2017.06.26 23:36l 박주평 기자(pjppjp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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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2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이 시행되며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이 됐다. 법인화와 함께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의사결정구조의 변화였다. 법인화 이전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평의원회는 심의기구로 탈바꿈했고, 이사회가 새로운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법인화 7년째로 접어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에서는 총장 선출과 시흥캠퍼스 등 굵직한 사안의 의사결정을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교수사회와 학생사회 모두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서울대의 거버넌스를 돌아봤다.
 

권한 집중된 이사회, 견제 받지 않는 총장 

  대학의 거버넌스는 대학이 정부와 지역사회, 교수, 학생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교육과 연구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느슨하게 연결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협력 거버넌스’가 강조된다. 그러나 기존의 거버넌스 논의는 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교수가 보직을 맡아 행정까지 주도함으로써 교수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역시 법인화 이전까지 교수가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고 평의원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하는 교수 중심의 거버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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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거버넌스는 이사회 중심으로 전환됐다. ⓒ'한국과 일본의 국립대학 법인화에 관한 비교연구', 성시경·도명록

  서울대의 거버넌스는 법인화 이후 이사회가 신설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총장이 학생처, 교무처, 기획처 등으로 대표되는 학내 행정을 총괄하는 집행기구라면, 이사회는 집행기구를 관리·감독하는 최종의사결정기구다. 법인화법에 의하면 이사회는 ▲총장의 선임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예산·결산 ▲정관으로 정하는 중요 재산의 취득ᆞ처분과 관리 ▲중장기 대학 운영 및 발전 계획 ▲정관으로 정하는 주요 규정의 제정, 개정 및 폐지 ▲그밖에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 11가지의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외부인사가 2분의 1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법인화법 조항에 따라 이사회는 외부인사 8인과 내부인사 7인, 총 15인으로 구성된다. 외부인사 중 기획재정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각각 지목한 차관 2명, 내부인사 중 총장과 총장이 지목한 부총장 2명이 당연직이며, 평의원회 몫의 1명을 제외한 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교육부와 기재부 차관의 이사회 참여는 대학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 제고라는 법인화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지난 2008년 교수들 중심으로 발족한 법인화위원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법인화안(案)에서 내부자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희망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위해 외부의 통제를 강조한 정부의 의견이 반영됐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김명환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다른 대학은 이사회를 통해 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가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부가 서울대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부인사가 이사회의 과반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본부가 이사회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학내 사정에 어두운 외부인사가 많은 상황에서 총장과 총장이 지명하는 부총장 2인이 당연직 이사인 이사회는 본부가 상정한 안건을 그대로 의결하기 쉬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김명환 교수는 “지금 이사회는 총장의 말대로 도장을 찍는다. 총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총장선출제도부터 거버넌스 개선 추진하는 평의원회 

  2014년 총장선거 이후 개선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대학 거버넌스 문제는 평의원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의원회는 내년에 실시될 총장선거를 앞두고 총장선출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다. 총장선출제도 개편은 법인화법과 정관 개정이 요구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다. 성낙인 총장 역시 3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수 전원을 정책평가단에 참여시킴으로써 사실상 직선제로의 총장선출제도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5월 29일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최종안이 완성될 때까지 평의원회의 초안을 바탕으로 이사 2인이 평의원회와 함께 총장선출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고, 7월에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안을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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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평의원회는 성낙인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법인화법, 총장선출제도 등 학내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회가 제안한 안의 핵심은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사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정책평가단은 전체 교직원의 약 10%로 구성되는데, 개편안에 따르면 정책평가단에는 학생들과 동창회까지 포함된다. 전체 교원의 15%로 정책평가단을 구성하고, 직원과 학생, 동창회 평가단의 평가는 각각 교원평가단 점수의 15%, 6%, 6% 만큼 반영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사회의 총장선출 투표 방식 또한 이사회의 개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총추위가 추천한 3인 중 이사회의 투표를 통해 다수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출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총추위가 1순위로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이사회가 가부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1순위 후보자가 부결되면 이사회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차순위자에 대한 가부투표를 실시한다. 이는 지난 총장선거에서 이사회가 총추위의 후보자 추천을 뒤엎고도 별다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사태를 고려한 것이다. 

  평의원회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은 평의원회의 역할이 심의기구로 한정되면 본부를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예산편성과 총장 선임, 장기발전계획 등 중대한 사안만 이사회가 의결하고, 학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사안은 평의원회가 의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법인화법과 정관 개정을 통해 평의원회와 이사회가 의결권을 나눠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평의원회를 비롯한 재경위원회, 학사위원회 등 심의기구는 본부가 심의를 요청한 정책을 반려할 수는 있지만 의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책 자체를 폐기할 수는 없다. 다만 2013년 9월, 평의원회가 교육·연구안에 대해 이사회의 의결권을 위임받는다는 조항을 포함한 정관 개정안을 발의, 이사회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관련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평의원회의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 

  김명환 교수 역시 본부를 견제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평의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법인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2기 평의원으로 활동한 김 교수는 현재는 평의원회가 아무리 반려를 해도 결국 본부의 정책이 실행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평의원회가 반려해도 본부가 보완해서 다시 보내는 과정이 3번 정도 반복되면 평의원회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달고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법인화법 개정을 전제한다면 외부인사 중심의 이사회 대신 법인화 이전에 학장회의처럼 총장 포함 교원 중심의 학사위원회가 의결권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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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전 학생처장이 본부와 학생들의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거버넌스에서 배제된 학생들, 대학의 민주주의는? 

  대학의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본부 중심의 대학 거버넌스는 그동안 많은 학내 갈등과 기회비용을 야기했다. 대학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디테일’ 계열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거버넌스 참여를 학내 갈등과 현안을 해결할 실마리로 보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 3월, 제57대 총학생회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 거버넌스 구조에의 학생 참여의 필요성’이라는 공동연구보고서를 작성해 평의원회에서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여타 사립대나 국립대와의 비교를 근거로 평의원회 및 총장선출 과정에 학생들이 배제돼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에 의해 평의원회에의 학생참여가 보장되고,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중 상당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임용추천위에 학생이 참여한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법인화된 인천대의 경우 총장 임용후보 추천 규정에 학생들에게 4%의 선거권이 부여된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생들 이 대학 거버넌스에 참여함으로써 ▲대학자치의 주체로서의 학생과 학생회 ▲다양한 구성원 참여로 국·공립대학으로서의 자율성과 민주성 확보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하여 초래되는 갈등비용의 감소 ▲학생들의 시각에서만 파악할 수 있는 학교 문제의 개선 가능 등의 장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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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57대 총학생회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학생들의 대학 거버넌스 참여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평의원회에서 발표했다. ⓒ'대학 거버넌스 구조에의 학생 참여의 필요성', 총학생회·대학원 총학생회


  제58대 총학생회 또한 재경위원회, 학사위원회, 평의원회 등 대표적인 심의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재경위원회는 예산 및 결산, 등록금, 본부의 수익 사업, 투자계획 등 재무경영에 관한 사항을, 학사위원회는 입학과 졸업, 교육과정, 대학·대학원 및 학부·학과의 설치와 폐지 등 교육과 연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제58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이었던 김민석(정치외교 14) 씨는 “심의기구라도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본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고 관련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본부의 사업에 의견을 개진하고,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 방향도 설정할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거버넌스 참여 요구에 침묵하던 본부는 장기간 지속된 점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월 26일 학생들의 평의원회와 재경위원회 참여와 이사회 참관 등 거버넌스 개선을 약속하는 ‘대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처장이었던 이준호(생명과학부) 교수는 대타협안이 ‘전례 없는 학생참정권 보장안을 담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씨 또한 “본부의 독단적인 행정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대타협안의 의미를 평가했다. 두 차례 전학대회와 4·4 총회를 통해 실시협약 철회 기조가 유지되며 대타협안은 수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의 구성과 진행에 따라 거버넌스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법인화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법인화법에 따르면 평의원회는 50명 이내의 교직원, 재경위원회는 외부인사와 교직원을 포함해 25명 이상 35명 이하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은 “법인화 이전에 평의원회는 70명이었고 지역사회에서도 참여했던 만큼 상징적으로라도 학생의 참여가 바람직하다. 그런 맥락에서 총장선출제도도 개편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김명환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든 주요 위원회에 학생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국공립대학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고, 사립대학도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으므로 대학의 주인은 국민과 사회다. 교직원과 학생 등 대학의 구성원뿐 아니라 동문과 지역사회까지 대학의 이해관계자며, 이들 모두는 대학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하고 그럴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학생들의 의사결정 참여가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데, 학생들의 거버넌스 참여는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민주주의의 원리가 대학에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