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호 > 특집
그녀의 생리? 우리의 생리! ‘불편하고 어려운’ 생리 이야기를 나눠보다
등록일 2017.09.03 14:20l최종 업데이트 2017.09.07 15:34l 박고은 기자(rmutt191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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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마법, 딸기주간, 토마토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 광우병, 영국 군인이 상륙했다…. 생리를 돌려 말하는 표현이 전 세계적으로 5천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생리는 오랫동안 여성들 사이에서조차 부끄럽고 숨겨야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 1년 간 생리대 가격 인하 시위, 생리 백일장 등 생리문제를 공론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생리를 있는 그대로 언급하거나 생리용품을 드러내는 것, 생리 사실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서울대저널>은 좌담회를 통해 무엇이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고 불편하게 했는지, 불편한 이야기란 어떤 것이었는지 들어봤다.


<좌담회 정보>
■ 좌담회 일시 : 2017년 8월 8일
■ 좌담회 참가자

좌담회 인포.GIF


생리를 처음에 어떻게 접하게 됐나?


B 생리에 대해 제대로 교육 받은 적이 없다. 여중에 입학해 친구들과 터놓 고 얘기하면서 처 음 알 됐다 .
F 생리가 처음 닥치고 나서야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전에 생리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나에게 실제로 어떻게 일어날지는 몰랐다. 초경을 하고 나서야 엄마, 언니와 얘기를 해봤다. 그전까지는 생리대를 본 적도 없고, 생리대 쓰는 방법도 몰랐다.
A  초경 전 성교육 시간에 ‘달마다 피가 나온다’ 정도로 배웠다. 그런데 막상 생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배웠던 내용과 달리 생리혈이 붉은색이 아니어서 생리를 한 건지도 몰랐다. 생리혈이 시간이 지나면 색이 어두워져 갈색에 가까워지지 않나. 나중에 빨랫감에서 어머니가 발견한 후에야 그것이 생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다음에 생리대 사용법을 배웠다.
C 중학교 기술가정 시간에 나름 체계적으로 배운 것 같다. 그러나 남중이어서 그런지 생리대나 생리통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 어머니가 개방적이셔서 생리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D 역시 기술가정 시간에 처음 배웠다. 생리에 대해 직접 배웠다기보다, 피임방법 중 하나인 생리주기법을 배우며 간접적으로 생리를 접했다. 그때 생리를 처음 알게 됐다.
A  체육 시간에도 생리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다. 시험문제로 생리주기를 계산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생리주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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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용품에는 일회용 생리대뿐 아니라 탐폰, 생리컵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생리는 어떤가?


B 대부분의 생리대 광고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나와서 하늘하늘 돌아다닌다. 붉은 색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생리혈이 새지 않게 해준다는 기본적인 기능만 강조한다.
F 생리는 더럽고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깔려있어서, 생리대 광고가 깨끗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간  것 같다.
E 최근에 여성들이 생리 중에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내용의 생리대 광고를 봤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사회적으로 진일보했다고 생각했다.
D 여성이 주인공인 성장소설에서 초경이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을 나타내는 소재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생리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A  초경을 했을 때 “이제 너도 정말 여자가 됐구나”라며 가족들이 파티를 열어줬다. 여기에는 생리가 축하할만한 일이라는, 즉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만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초경은 ‘여성’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그래서 초경을 여성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D 미국 드라마 중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본 적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 속 여성인물들이 생리용품 없이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A  미디어는 고립된 공간에서 여성들이 생리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하나도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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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을 강조한 생리대 광고 ⓒ한국P&G



생리를 직접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웠거나 숨겨야했던 상황이 있었는가?


A  생리대를 살 때 요구하지 않아도 까만 봉투에 담아준다. 생리대를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리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상처에서 피가 나서 붕대를 정기적으로 갈아주는 일과 다를 바 없는데, 그 붕대를 항상 숨겨야하고, 사용한 뒤에도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E 여성이 ‘나 생리해’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건 거의 못 들어봤다. 언젠가 형과 생리에 대해 얘기했을 때 어머니가 놀라신 적이 있는데, 요즘은 이성 친구에게도 ‘나 시작했어’ 정도는 편히 얘기하지 않나 싶다. 대학에 와서야 생리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
지 ‘생리’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는 일은 피하게 된다. 괜히 서로 민망해서 그런 것 같다.
B 고등학교 때까진 여자 친구들끼리 있어도 ‘생리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마법에 걸렸다’고 했다. 생리통 때문에 엎드려있을 때 남학생들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렇고 그런 게 있어’라고 답하고. 그러나 대학 와서는 생리를 숨기는 태도에 문제를 느껴서 정확히 ‘생리’라는 단어를 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A 사회에서 생리는 쉬쉬하면서도 생리대 광고는 공공연하게 나오는 게 의아했다. 현실에서 생리대를 말할 자리가 없어서 광고에서는 생리대의 추상적인 이미지만 나오는 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왜 생리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겼을까?


A  예로부터 여성은 불결하고, 부정 탔다는 인식이 있지 않은가. 예전에 외가에서 제사를 지낼 때 근처에 생리하는 여자가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생리를 말하는 일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그래서 생리를 돌려 말하게 된 것 같다.
F  전에는 유교문화 때문에 한국과 동양에서 생리가 금기시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교학과 수업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종교에서 여성혐오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 생리 중인 여성은 불결하기 때문에 쿠란을 만질 때 손을 천으로
감싸야 한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기독교, 불교에도 있다. 생리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기원하지 않았나 싶다.
D 그런데 생리뿐만 아니라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서 성기를 지칭하는 일도 굉장히 금기시되지 않나. 생리에 대한 금기는 성기에 대한 금기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F 조금 다른 생각이다. 생리를 직접 말하기 어려운 건 ‘가슴’, ‘고추’ 같은 말을 못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그냥 부끄러운 정도인데 사회에서 생리는 일종의 더러운 배설물로 여겨지지 않는가? 거기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생리를 더욱 말하기 힘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A 생리는 그냥 일상이다. 한 달에 일주일 씩 지속되는 현상을 성생활이라고 부를 수 없다. 생리를 하는 신체 부위가 성과 관련될 수 있지만 현상 자체는 전혀 상관이 없다. 생리를 성과 연관해서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것도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생리를 공공연하게 말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생리휴가와 생리공결제는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생리휴가나 생리공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우리 학교 학칙에 생리공결제가 있다는 사실을 좌담회에 참가해서야 알았다. 생리통이 너무 심한 날 조교님한테 생리공결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생리공결제가 없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다. 학칙에 보장돼 있었다니. 속은 기분이다.
B ‘생리통쯤은 견뎌내야지’, ‘그런 거 하나도 못 참나’라는 생각이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잘 걷지 못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친구를 보면 굳이 참고 견뎌야하는가 의문이 든다.
D 사실 왜 생리공결제나 생리휴가가 사회적 논란이 돼야하는지 모르겠다. 예비군 가느라 직장, 수업을 빠지는 일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남 잘 되는 걸 못 봐서 그런가. 별개로 직장에 서 생리휴가를 못 쓰는 이유도 분명히 있을 테니, 생리휴가를 눈치 안보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다.
E 유급휴가를 쓰면 노동시장에서 누가 여자를 고용하겠냐는 논리로 역이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급휴가가 된다면 정말 힘든 사람들만 쉬게 되고, 노동시장에서 남성을 선택하는 일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반박할 수 있지 않을까.
A  직장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너무 팽배하다. 실제로 취업시장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고. (이미 이러 한 편견이 만연하기 때문에) 생리휴가 제도를 바꾼다고 취업· 고용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C 생리휴가를 유급휴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야 한다면 급여가 보장돼야 한다. 예비군으로 인한 결근이나 결석을 인정해주듯, 생리휴가나 생리공결도 일종의 사회권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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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일보



지난 1년간 생리대 가격 인하 시위, 생리대 전시, 생리 백일장 등 생리를 공론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생리는 사회적 문제로 다뤄질 수 있을까?


E 생리대 전시회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퀴어 퍼레이드 때랑 비슷한 것 같다. ‘의도는 잘 알겠는데 왜 굳이 공공장소에서 하느냐’ 같은. 하지만 공개적인 행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알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리는 모든 여성의 문제고 현재 노동이나 인권 등 여러 이슈의 핵심적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제도나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A 생리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내 생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C 어떤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할 때 그 개인은 사회에서 소외된다. 일종의 계급적 폭력인데, 여성은 더 이상 소외된 존재가 아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생리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할 수는 없다.
E 생리를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건 당위의 문제다. 여성들이 노동과 사회재생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생리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B 생리는 세상 사람 절반이 겪는 문제인데 어떻게 사회에서 거짓말같이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나 오늘 생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