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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보호처분,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1호부터 10호까지, 보호처분의 실효성 강화 요구돼
등록일 2017.10.22 03:21l최종 업데이트 2017.10.23 10:52l 한지민(jmhan11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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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이후 지난 9월에만 8개의 소년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정도로 소년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다수의 개정안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정작 현행 보호처분제도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은 수사 및 심리 결과에 따라 일부가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부로 송치되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전부 소년부로 송치된다. 송치된 소년범에게는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둔 ‘보호처분’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대법원이 발행한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 3,234명 중 절반 이상인 1,721명이 보호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보호처분이 소년범에 대한 처분 중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보호처분의 운영에 대해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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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처분의 대다수인 ‘감호위탁’, 가정이 못 하면 어떡해?

  소년법 제32조에는 1호에서 10호까지 10개 유형의 보호처분이 명시돼있다. 이에 대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위원은 “처분의 경중 차이라기보다는 각 처분 대상자에 맞게끔 다양한 조치를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각각의 보호처분은 서로 다른 이유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호는 보호자에게 소년범을 ‘감호위탁’하는 처분으로, 가정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소년부에 송치된 33,142명의 청소년 중 55%에 달하는 18,583명의 처분에 1호 처분이 포함됐을 정도로, 1호는 보호처분 중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연구위원은 “청소년에게는 아직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고, 구금 등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불필요하게 일어나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1호 처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1호 처분 대상자 중에는 가정으로부터 충분한 관리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보호처분 대상자 중 28.2%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았고, 25.5%는 계부·계모·한부모·무부모 가정에 속해있었다. 또 1호 처분은 부모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판사가 소년범의 부모를 대상으로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게끔 지시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할 뿐 교육에 강제성은 없다.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이나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친다. 이승현 연구위원은 “부모의 폭력이나 잘못된 훈육에서 청소년의 비행이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와 가정을 대상으로 한 장기 상담을 확충하는 등 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호 처분 집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법형 공동생활가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해당 시설은 가정에서 관리하기 힘든 1호 처분 대상자를 법원으로부터 위탁받아 양육한다. 2010년 10월 대안가정으로서 ‘청소년회복센터’가 경남 창원지방법원 관할 지역에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 전국에서 19개 대안가정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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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제도, ‘청소년’은 어디에

  보호처분 4호와 5호는 각각 1년과 2년의 보호관찰을 의미하며,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는 4호와 5호 처분 대상자에게 수시로 출장면담, 출석면담, 전화 통신지도 등을 실시한다. 보호관찰제도는 소년범이 성인범죄자가 되는 경우를 방지하고, 보호시설에서 나온 이후에도 소년범을 밀착해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보호관찰제도는 보호관찰관 인력부족으로 밀착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호관찰관은 소년범 뿐 아니라 성인범죄자를 동시에 담당하며,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사건은 203개에 달했다. 반면 동일기간 미국은 보호관찰관 1인당 45건을, 영국은 16건을 담당했다. 한국의 보호관찰제도는 보호관찰관이 대상자를 한 달에 한두 번 대면 접촉하고, 밤에 전화를 걸어 외출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호관찰제도에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광민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은 “소년범의 효과적인 교화를 위해선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 방법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데, 보호관찰관들은 소년범을 범죄자로만 바라보며 범죄예방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행 보호관찰제도는 청소년에게 맞춰진 프로그램이나 치료, 사회봉사, 교육활동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법무부가 ‘소년범죄예방팀’을 신설해 성인과 별도로 소년 보호관찰을 담당하기 시작했지만, 이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인력이 성인범죄자 보호관찰을 하던 사람들이라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소년 중심의 보호관찰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용 과밀화로 몸살 앓는 보호시설들

  보호처분 6호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 청소년을 6개월 간 감호 위탁하도록 한다. 해당 시설은 주로 종교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김광민 소장은 보호처분 6호가 지역사회로부터 청소년을 격리시키지 않은 채 교화를 이끌어내기 가장 좋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소년보호시설은 소년원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된다. 일례로 남성청소년 위탁시설인 ‘살레시오 청소년센터’는 부모와의 동반 외출 프로그램, 연극·전시회 관람 등 문화체험 활동, 각종 캠프 등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사회 안에서 교화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김광민 소장은 “6호 시설은 법원의 직간접적 관리를 받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시설 이탈률’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부득이하게 엄격한 관리 방식이 도입되고 6호 처분만의 장점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6호 처분 대상자를 2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7곳뿐이다. 시설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판사가 6호 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운영 중인 시설에도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 아동복지시설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이승현 연구위원은 “시설에 다른 지역 출신 청소년이 함께 있어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주시 에 있는 여성청소년 위탁시설인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2015년 양주시의 지원 중단 통보로 폐쇄 위기에 놓인 바 있다. 경기도가 양주시 부담금의 30%를 지원하기로 하자 양주시가 통보를 철회하며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유지될 수 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중앙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은 6호 시설을 법정화하는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해 6호 시설에 대한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개정안은 여전히 심사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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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한 곳뿐인 7호 처분 기관인 대전소년원에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모습 ⓒ대전일보사



  보호처분 7호는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소년범을 6개월 간 위탁하도록 한다. 7호 처분은 약물 오남용, 정신·지적발달장애, 신체질환 등으로 집중치료나 특수 교육이 필요한 소년범에게 내려지며, 시설은 정신과 진료, 심리치료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7호 처분 역시 시설부족으로 인해 과밀화 문제를 앓고 있다. 7호 처분기관은 전국에 단 한 곳, ‘대전소년원(대산학교)’이 유일하다. 대전소년원은 전국의 7호 처분 대상자를 모두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소년범과 교사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대전소년원 관계자는 많은 학생이 동료와 의사소통을 하거나 서로 다른 장애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교사 및 학급을 기준으로 담당학생 수를 법률에 명시하고, 한 방에서 생활하는 인원을 현재의 3-4명에서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처분 8, 9, 10호는 각각 1개월, 6개월, 2년 이내의 소년원 송치를 규정하고 있다. 소년원은 형사처분 대상 소년범을 수용하는 소년교도소와는 다르다. 보호처분은 소년범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소년원에서는 인성교육, 직업교육, 상담 및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현 연구위원은 “소년원은 학교명을 복수 명칭으로 쓰는 등 소년범이 소년원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년원의 노력에도 불구, 소년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인 편이다. 이 연구위원은 소년원을 다녀온 사람에게 낙인이 찍히고, 소년범 스스로도 소년원을 교화시설보다는 구금시설로 여겨 교화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소년원 역시 전국 10개에 불과해,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과밀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원이 1,250명인 전국 소년원에는 2016년 6월 기준 정원의 20%가 초과된 인원이 수용돼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밀착관리가 어렵다보니 소년원 안에서 다툼이 벌어지거나 범죄정보를 공유하는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으로 실질적인 교화 대책 찾아야

  10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을 대상으로 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우범소년’에 대한 통고 제도 역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우범소년은 성격이나 환경에 비춰 ‘앞으로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청소년을 뜻한다. 우범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 사회복리시설, 보호관찰소의 장은 소년법 제4조에 따라 우범소년을 소년부에 보고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청소년도 통고의 대상이 되며, 통고가 이뤄지면 소년부 재판이 열리고 필요한 경우 보호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 김광민 소장은 “대부분의 통고가 부모나 학교에 의해 이뤄진다”며, “청소년 입장에서는 신뢰했던 어른들이 자신을 법원에 보낸다고 느끼고 배신감과 분노를 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고제도로 인한 역효과를 막으려면 실행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청소년에 대해 재판이나 보호처분이 가능한 제도 자체가 한 인격체로서의 청소년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통고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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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은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 구축으로 범죄 청소년들을 교육할 것을 강조했다.


  보호처분과 통고제도에 많은 개선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파편적인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민 소장은 소년범이 사회의 규범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익숙지 않을 수 있다며, 사회에서 격리하기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교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관, 청소년 기관, 시민 단체 등 다양한 사회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사회 내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청소년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범의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교화 대책을 찾아야 할 때다.


청소년범죄, 흔들리는 보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