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특집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나온 비행청소년
등록일 2017.10.22 15:21l최종 업데이트 2017.10.23 10:53l 박수현 기자(oksh497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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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초, 피투성이가 된 여중생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궜다. 부산 사하구에서 두 명의 여중생이 후배 한 명에게 한 시간 넘게 집단폭행을 가한 뒤 남긴 사진이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더불어 강릉, 안산, 천안 등에서 발생한 청소년범죄가 드러나면서, 미성년자의 처벌을 최대 징역 20년으로 제한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해약물 및 유해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취지의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범죄의 처분 등에 관한 ‘소년법’을 혼동한 결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청소년보호법의 폐지를 청원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27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고(10월 3일 기준), 9월 25일 정부는 법 개정 및 폐지보다 교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범죄의 현황과 원인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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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할 당시 cctv 화면 캡처 ⓒ중앙일보



늘어나는 청소년범죄… SNS 등 이용한 새로운 범죄도 나타나

  소년법은 10-18세의 범죄자를 ‘소년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소년범에 의한 범죄의 발생건수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36.4% 증가했다. 2015년 소년범의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유형은 재산범죄였고, 소년범은 절도범의 21.4%, 강도범의 21.6%를 차지했다. 한편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청소년범죄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절도가 많았다면, 이제는 인명피해를 내는 범죄와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조사는 살인과 성폭력 등을 포함한 흉악범죄 중 청소년범죄의 비율이 지난 10년간 7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집단으로 범죄를 자행한다는 점은 청소년범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비롯해 최근 화제가 된 사건들도 집단폭행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명지대 권일남 교수(청소년지도학과)는 “집단범죄는 또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청소년기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은 ‘가출 패밀리’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하거나 알선을 담당하기도 한다. 

  SNS와 채팅 어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범죄가 새로운 양상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 청소년이 강력 범죄로 빠져들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매는 물론,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해 ‘인천여아살인사건’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 더 쉽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소년범은 가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SNS에 공개하고 유포하기도 했다. 천안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의 폭행 사실 신고에 보복하기 위해 폭행 동영상을 SNS 메시지로 유포했다. 권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형성된다며,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행위를 사이버공간에서 할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청소년을 괴물로 만든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범죄의 원인이 가정·학교 등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권일남 교수는 “가출 청소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금전적 수단인데,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경제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며 청소년범죄 중 재산범죄의 비중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생활수준을 상·중·하류로 나눴을 때, 2015년 형법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의 52%가 하류에 속했다.

  가족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공교육이 경쟁원리로만 작동하는 사회에서, 비행 청소년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 ‘서울남부청소년꿈키움센터’ 서일환(가명) 팀장은 “실제로 센터에 오는 청소년 중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가족관계가 청소년범죄 발생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경찰청이 작성한 ‘2016 경찰백서’에 따르면, 2015년 소년범 중 43.7%는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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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꿈키움센터는 모의법정 등을 통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신아일보



  이수정 교수는 범죄의 피해자 입장에 있던 청소년이 오히려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길거리에서 성매매 등으로 착취를 경험한 청소년은 지속적·장기적인 인격침해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수준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교수에따르면 최근 여성청소년에 의한 성범죄가 늘어났으며, 성매매 강요 및 알선이 대표적인 범죄유형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던 여성청소년이, 가정이나 학교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착취 구조에 순응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이수정 교수의 해석이다.

  청소년범죄의 해결책은 있을까. 이수정 교수는 변화한 가족형태를 ‘생계부양자 남성과 전업주부 여성과 자녀’로 이뤄진 기존의 ‘정상가족’으로 되돌리려 하기보다, ‘대안가정’에 대한 지원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사와 아동이 함께 사는 ‘그룹홈’이나, 청소년보호시설이 가정 밖 청소년의 후견인이 될 수 있게끔 하는 ‘후견인제도’ 등을 더 완비해야 한다는 요지다. 학교를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일환 팀장은 “센터에 오는 청소년은 공교육 체제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센터의 교육을 이수하더라도 학교에 돌아가면 상황은 그대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무조건 소년범을 비난할 게 아니라 소년범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사회는 뭘 하고 있었는지 반성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청소년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분석해 청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소년범이 다시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범죄, 흔들리는 보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