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문화
“우리는 거지도 범죄자도 아니다” 한국 미디어 속 왜곡되는 중국동포
등록일 2017.10.22 22:04l최종 업데이트 2017.10.22 22:19l 박고은 기자(rmutt191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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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이 500만 명이 넘는 누적관객 수를 자랑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9월 30일 기준). 하지만 영화는 중국동포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영화에서 중국동포는 극악한 범죄자로,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은 우범지대로 묘사된다. 이에 중국동포와 대림동 주민들은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동포·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청년경찰 공대위)’를 결성해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 대표인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은 ‘청년경찰’뿐 아니라 많은 한국영화가 중국동포에 대한 공포와 혐오정서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 미디어가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한다며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청년경찰’에 화난 중국동포들


  영화 ‘청년경찰’ 속 논란이 된 장면은 경찰대 학생 ‘기준’과 ‘희열’이 한 여성의 납치를 목격하고, 여성을 납치한 차량을 뒤쫓으며 시작된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대림동이었다. 기준과 희열을 태우고 차량을 뒤쫓던 택시기사는 음침한 골목으로 들어서며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 데 밤에 칼부림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들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카메라는 대림역 12번 출구를 비추며 영화가 실제 대림동을 배경으로 함을 강조한다. 납치범들은 대림동을 근거지로 여성들을 납치해 난자를 채취·밀매하는 중국동포들이었다. 영화 속 그들은 강한 연변사투리를 사용하고, 지저분한 차림새를 하고 있으며, 동물처럼 모여 잔다. ‘한국인’과 구별되는 그들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비인간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김숙자 이사장은 영화 속 중국동포와 대림동거리가 왜곡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대림동의 중국동포들은 이주 초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율방범대, 쓰레기투기단속반, 봉사단을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상권을 성장시켰다. 중국동포들의 노력 끝에 대림지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중국동포와 대림동 선주민들은 상생하는 관계가 됐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청년경찰’ 개봉 이후 대림동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상권이 위축됐다며, “영화 한 편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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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청년경찰 공대위가 대림역 12번 출구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청년경찰 공대위는 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각각 3번 진행했다. 공대위는 지난 9월 6일 제작사 ‘무비락’ 대표 2명과 만나 ▲영화상영 즉각 중단 ▲해외배급·케이블 상영금지 ▲감독 및 제작진의 대림동 방문 사과 ▲공식 사과기자회견 4개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제작사는 영화 상영을 중지할 수는 없으며, 영화 속 사건이 허구라는 안내 문구를 엔딩 크레디트가 아닌 영화 시작에 내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제작사는 이미지 손상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은 아직 답하지 않았다. 현재 공대위는 제작사로부터 합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는 동시에 대림동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단순히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영화의 대외적 상영을 막고 중국동포와 대림동의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고자 한다”고 공대위 활동의 목표를 밝혔다.



촌스러운 이방인에서 사회악이 되어버린 영화 속 중국동포


  ‘청년경찰’에 이르러서야 당사자들의 집단적 문제제기가 이뤄졌을 뿐, 이전부터 한국영화는 중국동포에 대한 왜곡된 묘사를 자행해왔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수많은 중국동포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이주했지만 1990년 대까지 한국영화에서 중국동포는 주변인물로만 그려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영화 ‘파이란(2001)’, ‘댄서의 순정(2005)’ 등에서 가난하고 촌스럽지만 순박함을 간직한 중국동포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영화 ‘황해(2010)’를 필두로, 중국동포는 한국범죄영화에서 사회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황해’는 ‘코리안 드림’을 품은 중국동포의 이주와 연변 조선족 사회의 와해, 중국동포가 한국과 중국에서 겪는 이중의 차별 등 중국동포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중국동포 사회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구남’, ‘면가’와그의 패거리 등 ‘황해’에 등장하는 중국동포 남성은 정도와 이유의 차이는 있지만 문명을 경험하지 못한 것처럼 야생적이고 잔인하다. 난도질과 시체훼손을 자행하며 한국의 범죄조직을 단숨에 제압하는 면가의 폭력성은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김숙자 이사장에 따르면 영화 ‘황해’ 개봉 당시에도 중국동포사회 안에서 폭력적이고 잔인한 중국동포재현에 대해 우려와 불만이 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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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해'의 중국동포 범죄집단 '면가' 패거리는 야생적이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네이버영화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2010년대에 들어 한국범죄영화의 필수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공모자들(2012)’, ‘신세계(2013)’, ‘차이나타운(2014)’, ‘아수라(2016)’, ‘청년경찰’까지, 중국동포는 가난하고 야만적이며, 장기매매나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등장한다. ‘신세계’의 중국동포 청부살인업자 ‘연변거지들’은 극 중 이름부터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 그들은 더럽고 기괴한 차림새로 한국에 도착해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걸신들린 듯 음식을 먹으며, 돈 주는 대로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올 추석, ‘청년경찰’ 논란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중국동포가 잔혹한 범죄자 역할로 등장하는 또 한 편의 영화 ‘범죄도시(2017)’가 개봉했다.



‘연변거지’는 어떻게 탄생했고, 왜 통용되는가?


  영화연구가 이명자 씨는 논문 ‘동시대 한국 범죄 영화에 재현된 연변·조선족의 로컬리티(2012)’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한국사회에서 중국동포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중국동포는 다른 이주민과 달리 한국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며, ‘한민족’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중국국적자이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인’은 아니다. 이 박사는 이러한 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중국동포가 다른 이주민보다 더욱 배척당한다고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과 구분이 힘든 중국동포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 긋기를 통해 내부의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민국가의 욕망”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 미디어는 기존 한국 사회에서 중국동포들이 불법체류, 문화차이 등을 이유로 받았던 부정적인 시선에 더해, 과도한 폭력성, 더러움 등의 부정적인 특질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는 중국동포와 한국인 간 ‘문화적 위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중국동포를 타자화하고자 하며, 영화 속 중국동포 묘사는 현실의 재현이라기보다 한국인의 ‘집단적 상상’에 가깝다는 것이 위 논문의 분석이다. 중국동포에 대한 왜곡된 묘사는 뚜렷한 근거 없이 장르영화의 유행과 맞물려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되고 있다. 영화 ‘청년경찰’을 비판하는 기사의 댓글에는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발언이 난무한 실정이다. ‘영화 보고나니 조선족이 너무 무서워졌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무서워서 피해야 할 것 같다’ 등 영화에 묘사된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발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박고은 3번 사진.gif 청년경찰 공대위 활동을 다룬 기사에는 중국동포를 비하하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네이버뉴스



이주민 206만 명 시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홍석경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이번 ‘청년경찰’ 논란이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 바람직한 미디어 재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한국거주민의 약 4%가 이주민인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한국 미디어에는 여전히 인종주의가 만연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서구권 출신 외국인노동자는 배제되거나 부정적인 모습으로 왜곡돼 묘사되고, 소수의 백인만 긍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현이 반복되면 비백인, 비서구권 출신 이주민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혐오가 가중될 수 있다. 홍 교수에 따르면, 기득권과 달리 정치적 약자는 미디어에서 악하게 묘사될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집단 전체에 전가된다. 그는 “최근의 범죄영화들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아무 고민 없이 악인으로 이용하며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이주민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 이주민 206만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미디어는 그에 걸맞은 감수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홍석경 교수는 최근 장르영화가 지나치게 강자, 남성 중심적 내러티브를 추구하고 있다며 “미디어에서 타자화됐던 이주민이나 여성에 대한 재현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경찰’이 대중을 겨냥한 영화임을 감안하면, 왜곡되고 부정적인 묘사는 사회적 권력에서 배제된 중국동포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영화 제작에 관여한 모든 제작진들은 중국동포들과 대림동 지역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허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청년경찰’ 측 해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