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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연극단, 경성의 독립운동을 담다
등록일 2017.10.23 02:35l최종 업데이트 2017.10.23 02:35l 박정은 기자(appleofmyey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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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현장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경성의 일본인들 ⓒ관악로켓단


  9월 7일 오후 12시, 14동 지하 인문소극장 안, 일본어 연극단 ‘관악 로켓단’의 '서울 시민 1919' 첫 공연이 시작하기 네 시간 전. 무대 뒤 분장실에서는 배우들이 각자의 의상을 점검하고 분장을 받으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악 로켓단은 지난 7일과 8일 히라타 오리자의 ‘서울 시민 1919’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관악 로켓단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소속 극단으로, 2016년부터 원어연극제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어연극제는 인문대학 어문계열 학과 소속 극단들이 매 가을 원어로 연극을 올리는 축제다. 관악 로켓단은 2016년 일본어 연극을 올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탄
생했고, 올해 두 번째 공연을 올렸다.
 
  ‘서울 시민 1919’는 3.1운동 당시 경성에 살고 있던 일본인의 사회적 무지를 그려낸 희극이다. 1919년 3월 1일 오전, 시노자키 가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가택에서 하녀들이 차리는 음식을 기다리고, 스모 선수니 결혼이니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정오가 지나자 조선인 하녀들은 하나 둘 밖으로 나가 만세운동을 준비한다. 하지만 거실에 앉아있는 일본인들은 거리에 조선인들이 모였다는 얘기를 듣고도 ‘축제인가?’하며 무심히 흘려듣는다. 경성에 있으면서도 3.1운동을 모르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희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최남주(인류 15)연출은 일본인의 모습을 통해 주위의 비극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풍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흥캠 투쟁이나 세월호 참사 등 3.1운동처럼 비극이라고 할 만한 사건들이 많다. 바로 옆에서 그런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관악 로켓단은 일본어로 연극을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배우가 일본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후쿠시마 역을 맡은 이규림(공예 15) 씨는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본어 표기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상대 배역의 대사는 물론, 자기 대사의 뜻을 몰랐지만 일단 말을 해야 했다. 그는 “일단 외우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부딪쳤다”며, “대사가 어느 정도 입에 붙으니 자신감도 생기고 극의 흐름도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연극단은 일본어 연극만의 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주 연출은 ‘서울 시민 1919’를 한국에서 올릴 때, 일본에서 올릴 때와 맥락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극의 배경이 경성이고 우리는 실제 서울에서 연극을 하니까, 객석을 다 경성으로 만들 수 있어요.” 가령 공연 중 ‘조센징’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데, 실제로 ‘조센징’인 관객들은 공연을 지켜보며 감정을 이입하기도,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연극단이 연극에 바친 뜨거웠던 여름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이와모토 역을 맡은 정단우(사회 17) 씨는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연기를 하고 나왔는데 무대에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라고 답했다. 그만큼 연기에 푹 빠져 있었고, 연기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쉴 새 없는 실소 끝에, 배우들이 ‘대한독립만세 삐라’를 뿌리는 것으로 무대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