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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계란이 알려준 미래의 식품산업 생태계
등록일 2017.10.27 02:14l최종 업데이트 2017.10.27 02:23l 임정묵 교수(식품·동물생명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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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충제'와 ‘계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제품이 섞이면서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았고,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긴 채 이제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축산업 분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을 단순히 생산자, 판매자 및 유통업자들의 비리로만 해석하면 될까? 생각보다 복잡한 것 같고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사건의 숨겨진 이유를 명확히 해석해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과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와 산업계의 치부를 보여주는 희대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신뢰성 상실로 모두를 패자로 만들어 버린 살충제계란 사건’ 

  닭, 달걀, 진드기, 살충제.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동물이자, 식품이자, 해충이자, 공산품이다. 온난화에 따른 병충해 피해는 심해지고 이에 따른 살충제 사용은 점점 빈번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밀집사육한 산란계에서 대량의 계란을 생산하는 ‘공장형 양계장’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 되어 있으나, 생산성만 중시하는 사육환경은 양계장을 수도 없이 증식하는 진드기의 훌륭한 서식처로 바뀌고 있다. 진드기 살충제는 물론 수십 년 전에 사용이 중지된 DDT까지 계란에서 검출이 되는 아수라장이 된 것도 모자라 ‘프리미엄 제품’을 증명하는 인증제도도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버렸다. 안타깝게도 이 와중에 설익은 복지형사육이니 방사를 전면에 앞세우면서 대박을 터트리려는 일부 생산자들이 가세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결국 우리 모두가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없어져버린 사회 속에 패자로만 살아야 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세계 제일만을 바라보는 성장제일주의가 우리에게 준 참극’

  이번 사건의 인과관계를 차분히 들추어보면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침몰이나 옥시가습기 사태 등 대형사고들과 아주 단순한 방정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었다. 만들고 관리되고 사용되는 것 그 모두가 문제였고 우리들에게 아주 익숙해진 ‘무한경쟁시대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대형사고를 일으킨 모태였던 것이다. 삼사십 년 동안 우리가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습관을 만들어 버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결국 이러한 생각은 도덕적 해이란 괴물을 잉태하였고 부조리와 허상이 만연되어 신뢰의 위기에 빠진 사회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의 땀과 희생으로 간신히 만들어버린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로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을 지금 우리는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소비자들’ 

  모든 사람들이 주지하듯이 살충제계란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부적절한 사육환경, 산란계와 달걀의 관리, 그리고 진드기라는 병원체이다. 여기에 배금주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일주의, 인허가 제도의 오용과 남용, 고질적인 다단계 유통-판매망, 인맥중시의 사고, 생산보다 마케팅을 중시하는 경제시스템, 심지어는 ‘가성비’만 중시하는 우리들의 소비성향 등 수많은 성장제일주의의 폐단이 결정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다양한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지 만, 소비자는 적합한 인증규격이 무엇이고 계란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와 소비만을 강요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제품 구입에 지갑을 열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가능한 싸게 구입하기 위해 ‘가성비’라는 마약을 탐닉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살충제계란 해결법'

  그렇다고 관계자를 엄중처벌 한다거나 사후약방문식의 제도 정비만으로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진드기를 방제하기 위해서는 청정화 된 시설이 필요하고, 적절한 시설의 운용을 위해 생산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비용 증가는 생산단가의 상승으로 직결되나, 생산비의 2-3배에 이르는 유통-판매비를 그대로 놔둘 경우 소비자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극심한 사회적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통-판매망을 단순화시키면서 직판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책은 관련업계의 극심한 반발은 물론 동 분야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다. 또한, 제품생산과 판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엄격한 이력관리제의 운영과 생산자-소비자가 정보를 공유하는 인증제도가 시행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막대한 예산투입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책의 중심을 현안대처에서 예방으로'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야만 될까?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현안을 그때그때 대처하는 사후처리형 정책보다 예방중심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막대한 예산절감을 가능하게 하고 환경 및 질병 관리를 위한 시설개선과 생산자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최적의 사양 및 방역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생산자들이 각종 이행사항을 엄격히 준수하고 적절한 시설개선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과하되, 정부의 단순 재정지원이 아닌 산업생태계를 통해 이익을 얻게 해야 할 것이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생산한 계란은 단가가 높아지겠지만, 직판을 포함한 유통구조 단순화를 통해 생산자가 최대의 이윤을 남기면서도 소비자가격 상승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간 도매상은 새로운 유통 시스템에 적합한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직판을 위한 다양한 물류 시스템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차원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이행하는 대규모의 청정저장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엄급 계란과 별도로 일정기간 저장된 계란은 저렴하게 출하되어 매대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지만, 프리미엄급과 동일한 관리기준을 준용해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계란을 포함한 식품전반에 걸친 품질관리 및 인증제도를 엄격하게 이행하여 제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들에게 인증제도의 보장내용과 한계점을 알려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살충제계란이 열어버린 소비자 중심의 미래형 식품산업 생태계'

  살충제계란이 준 숙제는 결국 소비자 중심의 미래형 식품산업 생태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산업계에 대한 요구인 것이다. 중간도매상 중심에서 생산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제품생산에서 유통 그리고 최종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추적되어야 한다. 물량 중심의 경영이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생산품의 가치와 품질을 경영전략의 최고 가치롤 간주해야 한다. 생산자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소비자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식과 제도 혁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구축되면, 식품을 중심으로 한 축산업이 신약재료와 웰니스산업의 기반이 되는 동물산업으로 발전될 것이다. 축산업이 동물산엄으로 진화화면서 생명공학 최첨단 기술과 융합되면, 미래시대의 혁신적 성장동력으로 작동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과 신뢰가 중심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의미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가 바로 사람과 신뢰다. 이 요소들이 모든 행동과 발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단순히 납품업자가 아니라 청정제품을 공급한다는 자긍심과 함께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주제로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 소비자는 가식이 없으며 자긍심을 가진 생산자를 신뢰하면서 스스로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중간 도매상과 유통업계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신뢰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는 철저한 인증제 경영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살충제계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가치있는 방법이라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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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묵 교수(식품·동물생명공학부) 서울대 수의학과대학에서 학사, 오까야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후 미국에서의 연구원 생활과 차의과학대 학 교수를 거쳐 2000년대부터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다. 발생공학과 줄기세포연구가 주전공이며 2012년부터 평창캠퍼스에 위치한 농업생명과학대학 목장에서 장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장장으로 재직하며 질병청정화 및 스마트목장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고 있으며, 조류독감으로 멸종위기에 빠진 토 종닭복원에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