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 특집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지켜주지 않는 사람들 '집계에서 제외'된 노동을 들여다보다
등록일 2017.12.02 17:00l최종 업데이트 2017.12.07 13:27l 장은재 기자(kozkon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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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불이 붙었다. 서울대 내에도 자체 추산한 2,21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기간제 노동자 약 100명, 용역직원 약 700명이 전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서울대 내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집계에도 포함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서울대 본부의 직접 관리를 받지 않는 자체직원, 외부 입점업체 노동자, 언어교육원 강사 등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서울대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체직원은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2016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대 직원은 1,066명(2016년 기준)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본부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 법인직원에 한해서다. 학내에는 법인직원 이외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자체직원이 존재한다.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호현 사무국장은 자제직원이 정규직인 법인직원을 제외한 학교 내 비정규직, 산하기관 내 노동자 모두를 통칭하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2016년 서울대 다양성보고서’는 학내 자체직원을 약 1,426명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학내 자체직원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총장으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은 산하기관이 자체적으로 직원을 고용할 경우, 이들 모두를 포함해 정확한 통계를 추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인원 파악조차 힘들 만큼 자체직원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자체직원은 끊임없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 회원인 이종진(국사 13) 씨는 지난 11월 24일 열린 ‘제1회 빗소리 포럼’에서 기간제 자체직원들이 재계약 시기를 앞둘 때마다 불안을 겪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기관에선 2년간 근무한 자체직원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수개월간 쉬게 한 후 다시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직과 다름없는 일을 하지만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2년 미만의 기간제 직원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명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2년 미만의 계약직만을 채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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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 씨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글로벌사회공헌단 단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해외봉사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사회공헌단(글사공)’에서도 기간제 자체직원이 부당하게 재계약에서 탈락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 8월부터 글사공 기간제 자체직원으로 일해온 정슬 씨는 올해 7월 31일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정 씨는 글사공의 실질적 인사책임자인 부단장으로부터 구두로 재계약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부단장은 이전의 약속과는 달리, 지난 7월 27일 정 씨에게 재임용 탈락을 돌연 통보했다. 정 씨는 “전날만 해도 8월에 새로 시작할 업무에 대해 부단장과 논의했기에 (통보를 받은 후) ‘무엇 때문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단장과 직속 팀장에게 탈락 사유에 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서로 달랐다. 결국 정 씨는 글사공 단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제소했다. 근로기준법 제26조는 해고를 30일 전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제소는 증거 불충분으로 진정 취하됐고, 고용노동부가 공헌단에 주의 촉구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교수나 법인직원의 결정에 의해 자체직원에겐 곧바로 임금 삭감, 심하게는 해고 등 생계에 직결되는 위협이 닥칠 수 있다. 심지어 노조 가입조차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수리과학부 무기계약 자체직원인 송호현 사무국장은 2014년 노조에 가입한 이후 2015년부터 매 학기 성과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 소속 학부장이 송 사무국장에게 부여한 평가 점수는 80점 만점에 79점으로 만점에 가까웠음에도, 자연대에서 매긴 최종적인 성과평가 등급은 최하 등급이었던 것이다. 평가 기준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한다는 것 이외에는 비밀에 부쳐졌다. 송 사무국장은 “노조 가입 전에는 (가장 높은 점수인) ‘S등급’을 받기도 했지만, 거짓말처럼 노조 가입 이후 변함없이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과대 내에서 노조에 가입한 자체직원들에게 임금 삭감, 성과급 미지급, 승진 탈락 등의 불이익이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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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 상급자에게 인사고과와 고용이 달려있어 정당한 항의를 통해 처우를 개선하기도 역시 힘들다. 정슬 씨는 글사공 재직 당시 월 180만원을 임금으로 받았다. 정 씨는 행사나 업무가 많은 시기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한 적도 있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글사공 자체직원의 급여는 포괄임금제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진 씨는 “포괄임금계약에 따른 법정수당의 미지급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 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다수 자체직원에게 포괄임금제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 씨는 “본부 측 추산으로도 현재 포괄임금을 적용받고 있는 자체직원이 전체의 60% 이상에 달한다”며 “포괄임금제가 자체직원을 대상으로 여전히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이뤄지는 본부와 대학노조 간 임금협상 역시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각 기관에서 직접 고용되기 때문에, 기관 내에서 내부 사정을 핑계로 협상 내용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본부에서 이를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호현 사무국장은 노조원들이 속한 기관들의 약 80%가 임금피크제와 같은 자체 규정을 만들거나 기본금을 낮추고 새로운 수당을 추가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임금협상을 불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직원 신분은 인격모독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다수의 자체직원은 근무 중 폭언을 듣는 일이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호칭을 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협박성 언행이 오가기도 한다. 일례로 송호현 사무국장은 같이 일하던 사무장으로부터 매일 아침 “내가 너 책임지고 자를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송 사무국장은 “무기직으로 전환됐지만 늘 잘릴까봐 불안하다”며, “교수와 법인직원들 사이 자체직원은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캠퍼스에 입점한 외부업체 노동자들, 학교의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있어

  캠퍼스 안에 위치하지만 대학의 직접 관리를 받지 않는 외부 입점업체들도 있다. 국제대학원 ‘CNN 카페’, 기숙사 ‘올리브그린’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외부업체는 임대 계약을 맺어 서울대 소유 건물에 입점해있다. 지난 9월 <서울대저널>은 교수회관(65동) 예식장에서 3년간 세척 알바를 했던 김명준(미학 11) 씨를 만났다. 현재 교수회관은 ‘삼성 웰스토리’와 본부가 임대 계약을 맺어 운영되고 있다. 김 씨가 일했던 예식장 내 세척장은 일일 계약으로 노동력을 쓴다. 교수회관은 김 씨처럼 오래 일해온 사람에게는 매번 연락을 해서 고용하는 한편, 인력업체를 통해 그때그때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기도 한다. 김 씨는 최근 교수회관이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세척장 고용인원을 9명에서 6명으로 축소하고 인력업체를 통해 오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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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가 삼성 웰스토리와 임대계약을 맺은 교수회관 건물



  여기에 일일 계약 방식이 맞물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계약서를 개인별로 작성하기 때문에 동일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끼리도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3년 일한 김 씨의 경우 시급이 9,550원이지만, 인력업체 알선으로 온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시급이 7,500원 가량에 불과하다. 더욱이 매번 계약이 갱신되기 때문에 근무의 연속성이 입증되지 않아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며, 퇴직금을 지급받지도 못한다. 김 씨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1월 교수회관으로부터 ‘노동법이 강화돼서 직접고용하면 4대 보험도 들어줘야 하고 임금 부담이 커지니 (김 씨 역시) 파견으로 전환‘해도 괜찮겠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임대를 내 준 외부업체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캠퍼스 내 외부 입점업체에 대한 서울대의 고용관리 책임 및 권한에 관해 캠퍼스관리과와 자산운영과에 문의했으나, 양측 모두 서로의 소관이라고 답했을 뿐 뚜렷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김명준 씨는 “회사(삼성 웰스토리)에서는 가끔 관리 감독을 오지만 학교는 잘 터치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재학생이라 (교수회관 측에서) 발언할 기회라도 주지만, 여타 노동자들은 항상 고용불안 상태에 있어서 항의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들, 교원과 직원 신분 어느 것도 없어

  본부의 관리를 받지만, 스스로의 신분조차 불분명한 집단도 있다. 외국인 어학연수생을 가르치는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들이다. 이들은 크게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로 나뉘지만, 대학의 일반 전임교원과 시간강사와는 근로 형태가 다르다. 대학 전임교원은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구성되고 정년을 보장받는 정규직이지만, 언어교육원 전임교원은 원장 발령 무기직 자체직원이다. 이름만 ‘전임교원’일 뿐 비정규직 자체직원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또한 언어교육원 시간강사는 대학 시간강사와 같이 총장 발령 시간강사로 구분되지만, 처우는 판이하다. 언어교육원 시간강사는 대학 시간강사와 달리 타교 한국어센터 출강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6개월마다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결국 언어교육원 전임교원과 시간강사의 고용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언어교육원 내 전임교원과 시간강사 간 구분도 불분명하다. 강사들은 “전임교원은 근무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간강사와 동일한 업무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분에 상관없이 언어교육원 교직원들은 3명이 한 팀이 돼 하나의 수업을 담당하고, 일주일에 평균 4일, 하루 4시간짜리 강의를 소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집단 안에 두 개의 신분이 생긴 연유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한국어교육센터의 강사들은 10여 년 전까지 연구원 신분을 갖고 있던 소수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 시간강사였다. 한국어교육 강사들은 본교 재학생들이 아닌 어학연수생들의 수업을 담당해왔고, 언어교육원이 이들을 분류할 신분을 찾지 못해 시간강사로 임의 분류해왔던 것이다. 학생들이 늘고 언어교육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신분 안정 요구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2010년 언어교육원은 이들을 무기직으로 전환하며 ‘전임교원’이라고 이름 붙였고 2013년에는 ‘언어교육원장 발령 자체직원’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한국어교육센터의 신규 강사들은 대부분 시간강사로 고용되고 있어, 현재 언어교육원에는 전임교원과 시간강사가 공존하고 있다. 언어교육원 전임교원 C 씨는 “애초에 우리의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의미를 부여받다보니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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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들은 교원과 직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다 보니 “양쪽의 의무를 다 지면서 어느 쪽의 혜택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직원이 누리는 병원, 어린이집 이용 혜택도 받지 못하고,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없다. 온전한 교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해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는 학부 시간강사의 절반 가량인 41,000-43,000원 정도의 시간당 강사료를 받고 있다. 임금은 해당 학기 수업시수만을 고려해 산출하고, 호봉 체계나 근무 시간에 따른 수당은 아무것도 없다. 언어교육원에서 17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다는 전임교원 D 씨는 “의무 시수보다 많이 강의를 해도 월급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들은 82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2년 이상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일해 왔지만, 그 중 여전히 반은 자체직원으로, 반은 기간제로 일하며 교원과 직원 그 어느 것으로도 인정받지 않고 있다. 이에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들은 2016년 시간강사 협의체를, 지난 8월 전임교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 구성원들은 내부 토론을 거친 후 ▲총장 직고용 ▲정규직 전환 ▲(전임교원과 시간강사 간) 공통신분 부여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안에서 서울대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체직원, 외부 입점업체 노동자, 언어교육원 강사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연대체의 부재로 이제껏 열악한 근로조건에 그대로 노출돼있었다. 이에 더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책임져줄 주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내 고용과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해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건 아니다. 정규직 전환의 커다란 물결 한편으로 자기를 알리고 목소리를 내며 수없이 작은 물결을 만들고 있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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