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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내리락 비트코인, 투기일까 혁신일까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연구센터장에게 비트코인의 쟁점과 함의를 묻다
등록일 2017.12.03 07:43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1:05l 허주현 기자(aattg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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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금융센터장



  공동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환수단이 화폐의 본질이라면, 신뢰 네트워크로서 암호화폐의 등장도 놀라울 건 없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2009년 처음 도입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으로 한정돼있고 복잡한 컴퓨터 암호를 푸는 ‘채굴(mining)’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혁신적인 디지털 통화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랜섬웨어를 복구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등 디지털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어떻게 다르며 현 제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비트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금융센터장에게 물었다.



암호화폐란 무엇이며 디지털화폐, 가상화폐 등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업계 내에서도 디지털 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컴퓨터 데이터로 존재하는 화폐’다. 엄밀히 말해 이미 대다수의 화폐가 실물이 아닌 장부상의 숫자, 신용화폐 등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화폐에 해당한다. 가상화폐는 일종의 디지털 화폐로, 특정 가상 공동체 안에서 사용되는 화폐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는 당사자들 간의 신뢰가 아닌 암호화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화폐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로 칭하는 것이 정확하다.


  실질적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모든 화폐는 거의 암호화폐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출현했고, 이후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 등 수많은 암호화폐가 등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 1,000종이 넘는 암호화폐가 존재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스마트 계약의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에는 화폐거래기록 외에도 계약서 등의 추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리플은 전세계 은행들이 실시간으로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토콜 겸 가상화폐다. 리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채굴 방식이 아니라 프로토콜에 따라 일괄 생성됐다는 특징이 있다.



비트코인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분산장부다. 공개장부인 ‘블록’이 여기저기 분산돼있으면 다수의 인증을 거쳐 그 블록들을 합의된 방식으로 연결하는데, 이때 여러 블록이 모여 하나의 ‘블록체인’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 'Peer-to-Peer(이하 P2P)' 거래가 가능해진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을 담은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고, 기존의 블록체인 끝에 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지금까지의 거래자 및 거래금액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블록 위에 모든 거래내역이 적혀있어, 오류가 없다는 사실을 참여자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허가 받은 신뢰 주체들만이 장부를 관리했다면,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거래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중개자가 사라졌다. 모두 평등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에 누군가 개입해서 건드릴 여지도 없다. 중앙기구가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보안 체제에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신뢰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의 진위를 가리는 모든 경제행위에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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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교보문고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관련 서적이 한데 모여 판매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화폐와 어떻게 구분되나? 실거래화폐로 이용이 가능한가?


  지금은 초기 단계로서 거래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 간 합의 과정을 거치면 실거래 화폐로 사용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자신을 비트코인 개발자로 밝힌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에서 기존 금융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비트코인이 ‘중개 없이 모르는 사람과 돈거래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중앙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경의 의미를 사라지게 할 잠재력도 갖고 있다.


  한편 바로 이런 무정부적 특성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탈세나 불법자금 조성에 악용될 여지도 있다. 따라서 현재 비트코인은 자유로운 이용이 제한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창설한 거래소를 통해 가치저장수단 정도로만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회 구성원 간 합의와 공유에 의한 신뢰 체제를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수급을 결정할 수 있다. 또 실제로 거래가 이뤄질 때 비트코인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금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실제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투기에 의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탄탄한 철학적 배경에서 탄생했고, 기술적 우월성과 저렴한 서비스 수행력 역시 검증됐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거품이라고만 여길 필요도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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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코인데스크(Coindesk)



비트코인에 대한 현재 규제 방향은 어떠하며, 추후 어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가?
 

  가상화폐 시장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코스닥을 추월하는 등 시장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은 현행법 안에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규제를 신설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한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는 등 관련 이슈를 금융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공식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더불어 비트코인이 금융의 양대 원칙(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어긋난다는 확증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직접 규제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근래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우회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가령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은행들에 실명인증 의무를 부여해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를 방지하겠다는 식이다. 또한 현 정부는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을 개정해 이를 규제하려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은 국경의 개념을 초월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금융시스템이다. 전 세계가 비트코인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이상, 특정 국가가 규제를 가하기는 어렵고, 기존의 분류 방식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비트코인의 화폐적 기능성이나 법적 위상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면 경제·기술 분야를 넘어 철학·윤리·법 분야를 포괄하는 간학문적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사회 전체적으로 각 전문분야가 너무 분화돼 비트코인에 대한 통합된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증가할수록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각국의 해석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는 비트코인의 기술이나 투자 가능성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발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규제 방식에 대해서만 하더라도 생산·유통·활용 과정 가운데 어느 부분에 규제가 필요하며,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 등 명확히 해야할 부분들이 많다. 비트코인은 제도권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금융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상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이 함의를 악용해 비트코인을 ‘퍼블릭 체인(public chain)'이 아닌 ’프라이빗 체인(private chain)'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교환수단을 넘어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각계각층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발한 토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