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 사회
마지막 사법시험이 남긴 과제 로스쿨 도입 9년, 법학교육은 어떻게 달라졌나
등록일 2017.12.03 07:54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1:04l 허주현 기자(aattg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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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시작한 사법시험은 지난 11월 7일 법무부가 최종 합격자 55명을 발표하며 반세기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신림동 고시촌 수험생들을 울고 웃게 하던 사법시험은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앞으로 법률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간 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분상승 신화의 단골소재가 돼왔다. 하지만 ‘고시낭인’ 양산, 법률가 공급 부족, 법조계 유착관계 형성 등 사법시험의 폐단 역시 지적돼왔고, 그 결과 기존의 법률가 양성제도는 2009년 로스쿨 체제로 탈바꿈했다. 도입된 이래 지난 9년 동안 로스쿨은 기존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의 폐단을 도려내는 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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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는 10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우려를 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로스쿨, ‘전문적이고 다양한’ 변호사 양성하고 있을까?


  로스쿨 도입은 제도의 개혁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통한 기존 제도가 ‘시험에 의한 선발’에 초점을 뒀다면,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양성’에 집중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는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교육이념으로 내걸고 있다. 로스쿨은 국제적 사법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 역시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로스쿨은 사법시험과 달리 학부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법학 교육을 실시한다. 학부생들이 각 학과공부를 제쳐두고 사법시험에 몰두하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로스쿨을 ‘전문석사과정’으로 개편한 것이다. 한국법경제학회 부회장인 김두얼 교수(명지대 경제학과)는 로스쿨을 “융·복합적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대상으로 법적 사고력을 교육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간학문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교육이념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발표자료에 따르면 실제 로스쿨 입학자 중 50% 가량이 법학 혹은 상경계열 전공 출신으로 드러났다. 로스쿨 졸업자들이 전통적인 소송업무 외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오수근 법전협 전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다양한 전공자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긴 했지만, 여전히 법률서비스가 골고루 분배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마을)’ 등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이 여전히 많을 뿐더러, 법률서비스 중에서도 법률분쟁예방 등 특정 영역에는 근무 지원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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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험 불합격자가 매해 누적되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법무부



  로스쿨별로 사회 각 분야에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목표 역시 잊힌 지 오래다. 변호사시험은 합격자 수가 로스쿨 입학생 정원(2,000명)의 75%(1,500명)로 규정돼있다. 이는 사법시험 시행 당시 합격자 수 1,000명에 비해 늘어난 인원이지만, 이전 시험 불합격자가 매해 누적되며 합격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변호사시험의 압박이 점차 커지며 로스쿨은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에 집중하기보다 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시험 필수과목에 해당하지 않는 강의는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중앙대 로스쿨 이규호 교수는 “법학과 출신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정보법, 지적재산권법 등의 선택과목 수강생이 점차 줄어들거나 폐강되곤 한다”며 고충을 밝혔다. 이미 학부 과정을 통해 공법·민사법·형사법의 기본 과목을 이수한 법학과 출신 학생은 로스쿨에서 선택과목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학지식이 전무한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준비에 바빠 선택과목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북대 로스쿨 신평 교수 역시 2016년 발간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을 통해 “국제법·법철학과 같은 기초법 과목이 조락하고 법조윤리 과목이 황폐화돼 특성화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넓은 장학 혜택, 그러나


  한편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법학교육의 질을 따져보기에 앞서, 로스쿨과 관련한 비판은 비싼 학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등록금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1,569만 4천 원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국·공립과 사립 로스쿨의 등록금은 각각 1,044만 2천 원, 1,677만 5천 원으로 약 육백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한 학기에 오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육박하는 고액의 등록금은 저소득층 학생의 법학계 진출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싼 헌법재판에서 조용호 재판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특별전형제도나 장학금 제도만으로는 등록금을 해결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사법시험 폐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 역시 로스쿨의 높은 비용을 지적한다. 마지막 사법시험의 최종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지난 11월 7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경제적 능력을 이유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있다. 법전협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 중 6% 가량이 사회적·신체적·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으로 입학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총 등록금액 916억 원 중 37% 가량이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또한 법전협은 6,000여 명의 학생 중 약 16%에 해당하는 953명은 등록금을 전액면제 받는다고 밝혔다.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한국장학재단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재협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외 2인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2015년 논문 <로스쿨 출신 법률가, 그들은 누구인가?>를 통해 로스쿨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로스쿨 제도 도입 이전에 비해 법률가 중 고학력·고소득층 자녀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로스쿨 제도 때문이라기보다 사회 전반의 계층 이동가능성이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로스쿨 등록금이 합당한 절차에 의해 책정됐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로스쿨은 설립 인가를 위해 모의법정, 대규모 도서관 등 불필요한 공간을 과도하게 구성하고, 교원을 필요 이상으로 고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경우 로스쿨 운영에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될 수 있고, 등록금 또한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여지가 있다. 이규호 교수는 “시설과 교원 수가 갖춰져야만 (로스쿨 설립) 인가를 내주는 체제에서는 등록금을 내리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등록금뿐 아니라 사교육에서도 비롯된다. 대형로펌이 학점이 높은 학생들을 위해 미리 자리를 마련하는 등 '입도선매식' 고용관행을 유지하고 있고, 변호사시험의 압박이 매해 커져 가는 가운데 로스쿨 학생들에겐 사교육이 필수화된 지 오래다. 성균관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재중(가명) 씨는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의 폐단으로 지적되던 신림동 학원가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법학교육 정상화라는 로스쿨의 도입취지에 의문을 내비쳤다. 건국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상혁 씨 역시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고 변호사시험을 본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명 사교육 사이트는 로스쿨 입학예정자, 변호사시험 수험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맞춤강좌’를 제공하고 있는데, 강좌를 들으려면 적게는 3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80만 원까지 적잖은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까운 법, 멀리 있는 변호사


  로스쿨 도입 이후 설립 취지와는 달리 법률서비스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기성 법률단체와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협은 ‘변호사 업계의 불황으로 청년 변호사가 구직난을 겪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두얼 교수는 “변호사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법률서비스 공급률은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000명(2016년 기준)인데, 이는 미국 249명(2013년 기준), 영국 437명(2012년 기준), 독일 496명(2014년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로 개별 변호사에 과중한 업무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은 소송업무뿐 아니라 법률자문을 위해서도 변호사 자격증이 요구될 정도로, 변호사의 배타적 업무영역이 넓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충분한 수의 전문가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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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변호사촌'이 형성되며, 지역 간 법률서비스 공급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충분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법률가와 소비자 간 정보비대칭이 발생하고, 결국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김두얼 교수는 변호사시험의 목적이 기성 법조계의 이익 보장이 아닌, “소비자 보호와 후생 증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수근 법전협 전 이사장 역시 “로스쿨의 정상화를 위해선 기성 법조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방송통신대에 로스쿨을 설립하거나, 야간 교육과정을 신설하려면 이를 기성 법조계가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전 이사장은 "새로운 로스쿨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법률서비스 확충을 위해 먼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 정원 대비 75%’에서 ‘응시자 대비 75%’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3년간의 로스쿨 교육과정이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성문법의 해석을 중시하는 한국에서 판례 해석 위주의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실무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혁 씨는 “사시 체제와 달리 로스쿨은 법학 지식이 전무한 학생들을 걸음마 단계부터 교육하는 기관이므로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론과 실무교육에 모두 충실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오수근 전 이사장은 “로스쿨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로스쿨 교육과정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선발제도는 모순적 욕구가 충돌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현재 한국 사회는 사회적 불평등을 지적하면서도 법률가가 되는 과정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의심을 품지 않는 듯 보인다. 기성 법률가는 법률서비스를 독점적, 배타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며,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간 이들 역시 ‘새로운 기득권’으로 부상하기를 꾀한다.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로스쿨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 법률가 간 융합, 법률가에 대한 모순적 시선 극복을 위해 나아갈 길이 멀다. 결국 해결의 출발점에는 로스쿨 교육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합리적인 논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