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 특집
늦어지는 정규직 전환, 예상 쟁점은? 직접고용 주장하는 노조, 본부의 적극적 대화 의지 요구돼
등록일 2017.12.06 10:59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1:46l 임소연 기자(xotmxod@snu.ac.kr)

조회 수:97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서울대도 본격적으로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노동자와의 논의를 위한 협의체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관별 실태조사와 협의체 구성이 계속 늦어지면서 올 연말로 예정됐던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올해를 넘어갈 전망이다. 내년 초 본부와 용역업체 간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용역·파견 노동자도 본부의 조속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시 서울대에서는 어떤 쟁점이 있을지 짚어 봤다.



1.jpg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로드맵 ⓒ고용노동부



기간제 직원, 본부의 직접고용 요구돼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간 9개월 이상 업무를 수행하고, 향후 2년 이상 업무가 지속될 예정인 기간제 및 용역·파견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2017년 11월 현재 716명의 기간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총장이 최종 인사를 담당하는 법인직원과는 달리 주로 학내 연구소, 단과대 등에 의해 자체 채용된다. 본부는 716명 기간제 노동자 중 정부 지침에 해당되는 노동자 100여 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2.png



  ‘정규직’ 전환이 목표지만, 본부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법인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무기계약직은 기간 제한 없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만, 임금과 복지혜택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르면 서울대는 1,200명 이내의 직원과 500명 이내의 조교를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미 1,000여 명의 법인직원을 고용한 상태라 정관 개정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포함해 대상자 전원을 법인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 지난 5월 말 비학생조교들이 ‘학사운영직’이라는 신설 직군으로 무기계약직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본부는 법인직 수를 제한하고 있는 정관을 근거로, 비학생조교의 법인직 전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년이 보장되더라도 처우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학내 노조들은 급여 등 근로조건과 법인직과의 차별 대우 개선 없이 정년만 보장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특히 고용 주체가 소속 기관장인지, 총장인지 여부가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크게 좌우한다.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호현 사무국장은 “기존처럼 기관장 발령을 고수한다면 법인직과의 차별 대우를 해결할 수 없고, (유사한 업무를 하더라도) 소속 부서에 따라 근로 조건이 다르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학내 인사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6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사용부서별로 관리하여 방만한 사용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본부도 법인화가 시행된 2012년 비정규직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분할관리 문제는 여태 시정되지 않은 상태다. 송호현 사무국장은 기관장 발령의 폐해로 지난 8월 말 화학교육과 비학생조교가 재임용에서 탈락됐던 사건을 들었다. 송 사무국장은 이 사건이 “학과장이 인사권을 남용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여전히 기관 자체직원으로 남는다면 불안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송 사무국장은 “진정한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서울대 정관을 개정”해 법인직원 수를 늘리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부의 예산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장직고용 요구하는 파견용역, 정년은?

  용역·파견으로 간접고용된 노동자 중 기계·전기 노동자 170여 명과 청소, 경비 노동자 450여 명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해당한다. 용역은 노동자가 용역업체 소속이면서 실질 사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용역업체의 지휘 아래 수행하는 근로 형태이고, 파견은 파견 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하지만 파견계약에 따라 실질 사용자의 업무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는 형태다. 용역·파견 노동자의 실질 사용자인 서울대는 노동자들의 업무 과중, 저임금, 노동환경에 대해 명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며 서울대는 이제까지 간접고용하던 용역·파견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는 생명, 안전 업무와 무관한 영역의 간접고용 노동자에 한해서 ‘정규직’ 전환 시 자회사 설립, 자체법인 설립, 직접고용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들은 자회사와 자체법인으로는 한계가 있고, 총장이 용역·파견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자회사는 공공기관에서 출자·출연한 기업을 뜻한다. 자회사 설립 시 본부는 사업 일부를 자회사로 이관해 운영하게 된다. 이때 용역·파견기간이 만료되면 주기적으로 계약을 변경해야하므로 용역·파견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자회사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대학)이 안정적인 위탁관계를 형성할 경우, 노동자 고용안정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용역회사의 탈법과 변칙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경희대는 용역회사에 위탁해왔던 청소업무를 자회사로 이전한 이후,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 방식에서는 여전히 원거리 고용의 한계가 지적된다. 고용안정과 처우에 관해 원청에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희대가 학교의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경영참여까지 보장한 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대 시설관리노동조합(시설노조)’ 김강규 사무국장은 “자회사 방식은 용역의 연장선상”이라며 자회사 설립안을 반대했다. 

  다른 선택지로는 자체법인 모델이 있지만, 여기에도 저수익으로 인한 재정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노조들이 드는 사례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다. 생협은 본래 본부에 소속돼있었으나 2001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형식적으로는 본부와 독립돼 운영되는 듯 보이지만, 교육부총장이 이사장일 뿐만 아니라 이사회 전반에 본부 교직원이 자리해있어 실질적인 독립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본부는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로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생협은 외부업체 위탁운영 등으로 약 20억 원에 달하는 수익(2015년 기준)을 내고 있지만, 그 수익의 절반 이상은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돌아간다(<서울대저널> 141호 커버스토리, “가려진 생협의 노동환경, 사라진 노동자의 복지”). 따라서 생협 노동자 전원은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임에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고 일하는 실정이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따르면, 새로 고용된 생협 노동자의 임금(9급 1호봉)은 내년 인상될 최저임금보다도 낮다. ‘천원의 식사’ 등 생협이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운영하는 사업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재정적 부담이 오히려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송호현 사무국장은 “(정규직 전환 대상인) 청소, 경비, 기전 업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자체법인 설립 시 소속 노동자들도 생협의 경우처럼 저임금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3.jpg

▲시설노조는 10월 12일 열린‘부당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 쟁취 결의대회’집회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직접고용 및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 ⓒ김종현 기자



  용역·파견 노동자의 전환 시 관리직군을 정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된다. 기존 인사체계에 편입하는 방안과 별도직군을 신설하는 방안에 따라 노동자의 정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내 용역 노동자들의 정년은 올해 초 용역업체와의 임금단체협상에 따라 청소·경비직의 경우 만 70세, 기계·전기직의 경우 만 68세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본부의 기존 인사체계는 정년을 만 60세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학내 용역·파견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만 60세 이상이라는 현실과 괴리를 피할 수 없다. 노조들은 용역업체와 협의한 기존 정년을 본부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설노조 김강규 사무국장은 “2013년 서울시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준공무직 직군을 신설했듯이 별도 직군을 형성해 만 70세 정년을 보장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최분조 민주노총 일반노조 시설분회장도 “앞으로 있을 노사 협상에서 가장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은 정년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들은 본부가 용역직의 정년 연장을 위해 별도직군을 신설하더라도,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분회장은 “법인직원과 차별 없는 복지혜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부와 서울대병원의 소극적 태도도 지적돼

  한편 정규직 전환을 주도해야 하는 본부는 차일피일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 본부는 지난 10월 18일까지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30여 개의 개인 및 단체를 모집했다. 하지만 노조들은 본부가 사전에 약속했던 11월 중순까지 정규직 전환 협의체 구성 계획을 공개하지도 않았고, 당사자들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11월 말 구체적인 임금모델이 포함된 공공교육기관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히자, 본부는 다시 그 이후로 협의체 구성 논의 시기를 미뤘다.

  내년 2월 말, 늦게는 3월 말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용역·파견 노동자들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협의체 구성 논의가 12월이 지나서야 시작될 전망에, 본격적인 전환 논의는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이에 일반노조 시설분회는 기존 용역업체와 그래왔듯이 계약만료 3개월 전 본부와 단체교섭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분조 시설분회장은 “실질적 고용주인 본부에게 결정권이 있으므로 단체교섭을 통해 본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전환 기구 구성이 늦어지는 데 대해 인사교육과 측은 기간제 노동자 전환을 위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심의위)’와 용역·파견 노동자 전환을 위한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를 함께 추진해 최대한 정규직 전환 시기가 늦춰지지 않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대병원도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정규직 전환 1단계 대상기관에 해당되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약 800명, 그리고 민간위탁과 임대를 제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약 6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직접고용 기간제 310명을 포함해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정부의 전략기관 선정을 거부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종 및 고용형태가 복잡하고, 비정규직 규모가 큰 기관에게 노무 상담과 노사 협의를 지원하는 취지로 전략기관들을 선정한 바 있다.  


4.jpg

▲8월 17일에 열린 국립대병원 노조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전략기관 선정 거부는) 병원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고, 이해당사자 간 협의과정도 거부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최상덕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이) 다른 전략기관인 충남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다른 사례를 참고해 최대한 사측에 유리한 방향을 취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하려 한 움직임도 발견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 7월 노조 측 인사를 완전히 제외하고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구성하려 했다. 이에 서울대병원분회가 항의하자 병원 측은 노동자 대표 1명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심의위를 구성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병원 측 안이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제안을 거부했고, 기존과 같이 단체교섭을 통한 노사합의 체제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심의위는 노동자 대표 없이 한 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본부는 정부가 7월 20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9월 중 노사협의체를 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그 계획에서 두 달 이상 늦어져 연내 정규직 전환은 불투명해졌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첫 단계를 밟는 서울대는 기타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참고사례가 될 위치에 놓여 있다. 정규직 전환을 통한 고용안정과 노동자 간 차별 해소를 위해 노사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캠퍼스 안 틀린노동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