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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등록일 2017.12.06 21:31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1:43l 이혜성(기계항공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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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내 학생자치활동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전공 단위를 기반으로 하는 학과 자치활동, 동아리나 학회활동, 마지막으로 학생운동이 있다. 뒤의 두 활동은 활동의 목적과 구성원의 성격이 명확한 반면, 학과 자치활동은 사상적 기반도, 뚜렷한 목적도 없이 임의의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쉽게 말해 중심 없이 뭉치기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학과 자치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던 학생회는 다양한 자치활동을 기획하여 공동체를 존속하고 토론으로 대표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사상적 기틀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회는 기존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공동체의 집단적 성격이 줄어들어 하나의 기조 아래에 공동체를 규합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학생회는 회원들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학생회는 회원들의 이목을 끌고자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직접적으로도움이 되는 복지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문제는 학생회의 체제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체제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학생회의 과두화

  총학생회 투표의 70%가 전자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토론의 장은 과방이나 라운지, 싸이월드를 거쳐 SNS로 이동하였다. 이전에는 여론을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SNS를 통해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에는 여론을 확인하고 수렴할 창구가 없으며,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순전히 대표자들에게 맡겨진다. 이와 관련한 예시를 하나 들자면, 16년 시흥캠퍼스 투쟁의 시작에서 대표자들은 실시협약 철회를 의결하고 난 후, 총조사를 통해 시흥캠퍼스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시흥캠퍼스에 대한 여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표자들이 감히 실시협약 철회를 의결한 것이다.

  현 학생회에서는 대중선전과 토론을 통한 의견교환보다 얼마나 많은 대표자를 포섭했는지가 승패의 관건이 되었다. 정치조직이 대중선전을 하고, 결과적으로 대중들이 대표자를 압박하는 것보다 대표자를 하나하나 포섭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학생회장의표에서 과반공동체의 의사와 정치적 의사가 분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 학생회 체제에서는 비록 공동체의 기조가 부재하고 여론수렴과정이 없어도 학생회장의 표가 그 공동체의 전체 의사를 대신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회 활동은 즐겁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다

  학생자치활동 중에서도 특히 학생회 활동을 통해 얻는 보상은 심리적 보상이 물질적 보상보다 절대적으로 크다. 보상으로 기대되는 것이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이어야만 열심히 일을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표자들을 보필해야 하는 실무자들이 학생회가 품은 사상적 기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실무자들에게 대중 조직사업을 기획하거나 선전물 배포, 대자보 부착과 같은 단순노무를 부탁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특히 타 집단의 대표자들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의결과 집행이라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의결사항이 실무자들에게 있어서 성취하고 싶은 일인지, 재미있는 일인지는 의결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고려대상이 아니다. 일례로 17년 4월 4일 학생총회는 총운영위원회에서 중립총회를 전제로 소집한 것이며, 중앙집행위원회의 인력난이 심각하였기 때문에 중앙집행위원장은 총운영위원회의 단과대학생회장들에게 단과대학 당 최소 두명의 인력 파견을 요청하였다. 총학생회를 포함해 총 18개의 단위에서 파견된 최소 36명의 사람들이 총회 홍보업무를 수행했어야 하나 2주의 홍보기간 동안에 참여한 사람은 절반도 안됐다.

  학생회가 가진 대표성이 대중투쟁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생회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있다. 대 본부 투쟁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17년 4월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를 쟁의기구로 전환하고 복지사업은 별개로 운영하자고 주장한 것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쟁의기구로 전환된 중앙집행위원회는 복지사업을 별개로 진행할 수 없다. 중앙집행위원회를 쟁의기구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존 중앙집행위원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던 실무자들의 정체성을 투쟁국면이라는 명분으로 한 순간에 앗아가겠다는 말이며, 복지사업의 측면에서는 고객(회원)에게 각인된 서비스제공자(총학생회)의 이미지를 강제로 바꾸어 버리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능력의 부재

  총학생회에서 실무자 집단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생산하는 내용이 많아졌으나 이들의 관리감독을 대표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학생회비 사용에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내가 17년 6월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자치도서관의 임시위원장을 하였을 때 일이다. 자치도서관 재건을 위해 기존 자료를 조사하던 중 15년도 자치도서관의 잔여재원 약 90만원이 지금까지 인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19명의 단과대학생회
장들이 검토하는 총운영위원회 정기보고가 12번이 있었고, 100명이 넘는 학생대표들이 있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4번이나 거쳤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대표자들 대부분이 예결산 심의를 대표자 본인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책임지기에는 검토해야 할 내용과 투자해야 하는 노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총학생회에 소속된 6개 집행기구의 대표들 전원이 직접 나서서 예결산을 심의해주길 요청했으니 말이다. 행정가들이 자신들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이 현실이 정말 우습고 부끄럽지 않
을 수 없다.

  예결산을 심의한다는 것은 학생회비의 사용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학생회비 사용에 대한 평가가 남아야 실무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학생회비를 사용하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진다. 하지만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학생회장들이 알려주지를 않으니 그 누가 학생회를 믿고 학생회비를 납부하겠는가? 실제로 학생회비 납부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13년에 50%가 넘었던 두 학기 평균 납부율은 16년에는 39%로 떨어졌다. 특히 2학기 납부율은 1학기 납부율보다 약 10% 더 낮다. 입학 때 학생회비를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신입생들이 2학기에는 학생회비 납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부족한 학생회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회장들이 학과 행정실이나 대학 본부에게 금전적 지원을 요청하고 외부 기업자본의 스폰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학생회비를 추가 징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학생회에는 개혁이 필요하다

  학생회의 현 체제는 민주적 의사토론과정을 통해 사상적 기틀을 다지는 데 적합하다. 이 체제에서 실무자들의 역할은 대표자들이 공동체를 존속하고 규합하기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반면에 복지사업은 지극히 행정적이고, 행정적 권위를 가진 관리자가 소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한다. 역사적으로 복지사업에 집중한 총학생회는 소위 말하는 비운동권이며, 이들이 집권하였을 때마다 총학생회와 별개로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기구인 총학생회 산하기구를 신설하거나 개편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정치적 행동은 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하다. 학생사회에서 정치적 행동이 없다면 공동체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힘들며, 대학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도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학생회는 정치의 영역과 행정의 영역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치공동체의 대표는 정치적 의사를 표하는 것 이전에 회원들을 대신해 행정적 영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우선시해야하며, 정치단체들의 선전을 통해 형성된 대중 여론이 학생사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야 하고, 회원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학내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양질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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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기계항공 13) 생각보다 아는 게 많고, 생각보다 한 일이 많다. 하지만 날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