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 문화
연극이 정말 끝나기 전에 줄어드는 관객과 높아지는 임대료, 그 사이 대학로
등록일 2017.12.06 22:17l최종 업데이트 2017.12.07 12:28l 배인환 기사(iabae12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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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역 거리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화장품 가게들로 가득하다. 상점이 즐비한 큰길 사이사이,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곳곳에 위치한 극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큰 간판을 내건 극장에서부터 매년 인기 뮤지컬을 올리는 4층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지하 극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극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골목에는 공연 홍보 포스터들이 가득하고,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극장 앞을 지키고 있다. 여기는 ‘대학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극인들은 하나 둘 대학로로 모여 극장을 만들고 공연을 올렸다. 2000년대 초 대학로에는 30여 개 극장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04년 5월, 서울시는 혜화 로터리부터 이화 로터리까지 공연장이 밀집돼있는 지역을 ‘대학로문화지구’로 지정했다. 극단과 소극장 등의 공연예술단체를 지원하고 대학로를 공연예술 거리로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신촌 등 여타 지역에 흩어져있던 극단과 극장은 일제히 대학로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대학로에는 극장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은 200개를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연극인들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 9월 대학로의 대표 연극 ‘라이어’는 제작사의 재정 악화에 따라 대형 뮤지컬 회사로 판권이 넘어갔다. 8월에는 ‘김수로 프로젝트’ 등을 제작했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최진 대표가 부채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소규모 극단과 극장은 물론, 대규모 제작사마저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학로 연극계의 숨통은 트일 수 있는 걸까. ‘불황’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진 대학로 연극계의 상황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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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문화지구 선정 이후 만들어진 대학로 공연장 지도 ⓒ서울연극센터



높아지는 임대료에 숨 막히는 대학로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문화지구 지정 10년째를 맞은 2014년 혜화동 중대형 상가의 월 평균 임대료는 평당 약 7만원에 달했다. 당시 서울 상권 중 다섯 번째로 임대료가 높았다. 혜화동의 상가 임대료는 꾸준히 올라 2017년 3분기에는 평당 약 7만 3천원으로 나타났다. 대학로 일대 부동산은 임대료 상승의 이유로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일대에 프랜차이즈 상점이 증가했다는 점을 든다. 임대료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극장주 역시 대관료를 높였다. 현재 대학로 연극은 극단 혹은 공연단체가 극장주로부터 극장을 빌려 공연을 올리는 형태가 대부분이며, 대관료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극장주의 입장에서 책정된다. 극단 ‘씨어터 오 컴퍼니’의 김민섭 대표는 연극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이 대관에 사용돼 극단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에 연극인들은 꿈을 포기하거나, 대학로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나섰다. 28년의 역사를 이어오던 ‘대학로 극장’은 대학로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다 못해 2015년 4월 충북 제천 만종리로 귀농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이 ‘만종리 대학로 극장’을 세운 허성수 총감독은 귀농에 대해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예술이 상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50만 원 정도였던 임대료가 10년 사이 4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이 상태로는 연극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2015년 3월, 폐관 위기를 맞은 대학로 극장 앞에서 연극인들은 상여를 메고 높은 임대료로 죽어가는 연극계를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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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문화지구 선정 이후 만들어진 대학로 공연장 지도 ⓒ서울연극센터



  허성수 감독은 문화지구 선정 이후 대학로 극장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정책 대부분은 건물주에게 유리한 지원이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건물주·극장주 위주의 정책은 높아진 임대료에 더해 다시 한 번 연극인들의 숨통을 막았다. 2013년 종로구에서 실시한 ‘대학로 문화지구 외부평가’에 따르면 문화지구 지정 당시 대부분의 지원은 부동산 관련 세금 면제나 건물 융자 지원 등 건물주 위주의 지원에 치중돼있었다. 공연활성화 계획도 포함돼있었지만 공공연습실 확충이나 공연홍보게시판 설치 등 연극인의 현실과 유리된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허 감독은 “연극도 먹고 사는 문제인데 대학로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줄어드는 관객들, 똑같은 티켓 가격

  연극인의 경제적 부담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은 점차 줄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7년 3분기 공연예술 경기 소비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분기에 비해 경기 침체로 인해 문화 여가 및 공연 소비 전반이 위축됐다. 그 중에서도 대학로의 불황은 눈에 띈다. 올해 3분기 대학로에서 이뤄진 공연은 공연시설 당 평균 총 106.7회로 전체 공연 횟수의 평균보다 훨씬 높았지만, 관객 수는 전체 공연 관객 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7,560명 수준이었다. 공연예술분야의 전반적인 소비 실태를 나타내는 ‘소비자 동향지수’ 또한 연극 분야에서 예년에 비해 4.3%p 떨어졌다. 김민섭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관객들이 연극을 찾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탄식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극을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처럼 문화생활로도 보지 않고, 영화만큼 대중적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연기획사 ‘아트리버’의 김효준 실장 역시 “제작비가 충분하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관객몰이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관객을 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관객이 찾지 않으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극단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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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연극 관람객과 3만원 대로 유지되는 연극 티켓 가격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객 수의 감소에 더해 20년 동안 동결된 티켓 가격도 연극계를 적자로 몰고 있다.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관람료를 지불한 관객 수는 전년도 같은 분기에 비해 1.3%p 올랐다. 언뜻 상황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연극은 여타 공연에 비해 ‘유료관람금액’, 즉 티켓 가격이 현저히 낮아 관객 수가 소폭 늘더라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관객 수는 늘어났지만 2017년 3분기의 유료관람금액은 작년의 31,609원보다 더 떨어진 평균 29,659원을 기록했다. 동일 조사에서 뮤지컬의 유료관람금액이 6만 원을 넘은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김민섭 대표는 “20년 동안 연극 티켓 가격이 동일하다”며 “일정 가격이 넘으면 관객들이 연극을 찾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극인들은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티켓 가격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 실제로 2017년 200석 규모의 T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린 연극과 뮤지컬은 티켓 가격이 1만 5천원 정도 차이 났다. 


그럼에도 대학로를 지키는 사람들

  연극계 불황에 대한 우려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불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정부와 연극계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사업에 대해 비판을 받은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연극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 당시 지역 활성화를 중심으로 지원하던 것에서 나아가, 연극인 당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대학로 일대의 임대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2017년 1월 ‘서울형 창작극 극장’ 사업을 내놓았다. 이는 300석 이하 소규모 극장의 경우 대관료를 50%에서 100%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또한 공연장 대관료 지원 사업 등을 병행하며 연극인 지원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진행하는 ‘특성화극장지원사업’은 ‘서울형 창작극 극장’ 사업과 달리 극장이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극장이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구축하고, 이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비 및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여파로 문체부 차원의 지원사업이 잠시 고초를 겪었지만, 현재는 다시 26개의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소극장협회 최윤우 사무관은 “이전에 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훨씬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대학로와 연극계 전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관은 “극단 간 연합이나 극장과 극단의 연합 등 다양한 극단과 극장 형태가 생기고 있다”며 “극장과 극단 각각의 특성과 운영방식에 맞게 임대료·프로그램 개발비·제작비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극인들 또한 대학로에서 자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14년 김민섭 대표는 하나의 극장을 여러 극단이 나눠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극장연합나무’를 설립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극장연합나무는 소속 극장과 극단 모두에게 이롭다. 극장은 공연할 극단이 보장돼있으므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으며, 극단 역시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해 극장 대여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 설립 후 시간이 지나면서 극장나무연합에 동참하는 극단은 점점 늘어났고, 조합비 역시 크게 줄었다. 2014년 설립 당시 5-60만 원이던 조합비는 현재 2만 원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극장연합나무를 통해 극장과 극단 모두 금전적 걱정이 줄었다”며 연극계의 상호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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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형태로 공연을 올리고 있는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의 출연진과 제작진 모습 ⓒ국민일보



  협동조합 형태로 연극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무대에 오른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협동조합 형태로 제작됐다.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 김효준 사무국장은 연극을 처음 제작할 때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추후 이익도 함께 나눠 갖는 방식을 고민했고, 그 결과 협동조합 방식이 제안됐다고 말했다. ‘망원동 브라더스’ 초연을 함께한 30여 명이 협동조합 방식에 찬성하며 모였고, 오랜 논의를 거쳐 올해 1월 협동조합 이름으로 처음 공연을 올렸다.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조합비를 걷고 연극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극계에서 처음 시도된 방식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김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이기에 연극 제작 단계부터 지금까지 투명한 운영이 가능했다”며 그 의의를 말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유명한 노래 가사가 최근의 연극계 불황과 더불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이대로 정말 연극은 ‘끝나는’ 걸까. 김민섭 대표와 최윤우 사무관은 협동을 통해 대학로 연극의 불황을 이겨내려는 움직임과 늘어나는 정부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학로 연극인 간 협동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병행될 때, 정말로 ‘연극이 끝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