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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캠 추진위, 어디까지 왔나? 학생참여 결정됐지만 풀어나갈 과제 많아
등록일 2018.03.06 14:59l최종 업데이트 2018.03.09 00:31l 김건우 기자(kon951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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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캠퍼스(시흥캠)는 지난 5년여 간 부동산 투기 의혹, 의무형 기숙대학(RC), 등록금 인상, 학생 의사 배제 등 학생사회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2016년 10월과 17년 4월 두 차례의 전체학생총회(총회)는 시흥캠퍼스 투쟁 방향으로 ‘실시협약 전면철회’를 의결했다. 본부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두 차례의 본부점거가 이뤄졌다.

  본부 측의 물리력 동원으로 1차 점거는 153일 만에 해제됐다. 75일간의 2차 점거를 통해 성사된 시흥캠 협의회에서 학생 측은 본부로부터 RC와 학부 교육단위 이전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본부는 학생 참여 없이 세부계획을 세우고 시흥캠 착공 선포식을 강행했다. 학생사회는 다시금 투쟁과 교섭 사이의 기로에 섰다.

  열띤 논의 끝에, 지난 해 12월 열린 전학대회에서 ‘시흥캠 추진위원회(추진위)’ 학생 참여 요구안이 통과됐다. 추진위는 시흥캠의 재정계획과 수익모델 등 기본 계획을 결정하는 서울대학교 본부 산하 기구이다. 전학대회 결정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추진위 학생 참여 진행 상황을 짚어본다.


시흥캠 2016-2017 타임라인.png

▲2016-2017년까지 학내에서 발생한 시흥캠퍼스 관련 주요 사건들



투쟁동력 약화되며 부상한 추진위 학생참여안

  12월 임시 전학대회에서 결정된 추진위 학생참여는 시흥캠 실시협약을 인정하고 본부와의 교섭을 선택한 것으로, 이전 두 차례에 걸친 총회의 결정과는 반대된다. 학생사회의 시흥캠 대응 기조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본부점거본부장을 맡았던 윤민정(정치외교 15) 사회대 학생회장은 전학대회에서 추진위 대신 본부와 학생이 대등하게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다. 협의체 구성안이 채택되지 않은 데 대해 윤 회장은 우선 본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학생사회 내 투쟁동력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학생 총조사 및 총회에서 “학교에 분노한 학생들의 의사”가 확인되면서 학생은 대본부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본부가 점거 농성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 완강히 대응하자 학생들의 투쟁 참여의지가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또 학생사회 내에서 추진위 참여를 둘러싼 극단적 해석이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참여 거부는 학교와의 일체의 교섭이나 대화를 포기한 비타협적 행위이고, 추진위 참여만이 최소한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이 같은 여론 속에서 본부와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한 총학생회의 당선으로 의결기구 내 ‘교섭파’의 발언권이 강해진 점도 이번 결과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학내정치단체 ‘아우름’의 대표이자 시흥캠 추진위 학생참여 요구안을 발제한 명형준(정치외교 15)씨는 학생사회 분위기를 달리 바라봤다. 그는 추진위 학생 참여가 이미 학내에서 지속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안이라고 강조했다. 명 대표는 현장 출석을 요하는 총회는 주로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라는 뚜렷한 입장을 가진 학생만이 참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명 대표에 따르면 학생 대표자들 사이에서는 추진위 참여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9일 전학대회에서 본부점거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본부와 협상하자는 의결안이 “단 2표 부족”으로 부결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명 대표는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본부와의 협상의 여지가 줄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다를지라도 학생사회의 투쟁동력이 약화됐고, 착공식 등이 진행되는 동안 시흥캠 추진에 학생이 참여할 여지는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위 참여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여론이 힘을 얻어 노선 변화가 이뤄졌다.

  한편 추진위 학생 참여 요구안을 전달받은 본부는 추진위 학생 참여 비율이나 권한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흥캠 추진위 사전회의(사전회의)’를 열자고 학생 측에 제안했다. 총운영위원회(총운위)는 사전회의를 위한 협상에 임하는 동시에 ‘추진위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했다. 특위는 추진위에 참여하는 학생위원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준비기구이다. 특위의 역할은 본부 측이 제시한 추진위 관련 자료의 분석 및 시흥캠 관련 정보공개청구 등이 될 예정이다. 구성은 총학생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 단과대 학부생 (*)3인 이하를 위원으로 한다. 


추진위 학생 참여 논의 중 재점화된 학내 거버넌스 문제 

  학생의 학내 의사결정구조 참여 확대와 시흥캠퍼스 사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2014년부터 시흥캠 계획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본부의 추진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디테일’ 57대 총학생회는 본부와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학생들의 학교 거버넌스 참여 확대라고 주장했다. 문제의식이 학생사회에 확산되자 작년 3월, 성낙인 총장은 본부점거 해제를 촉구하며 ▲평의원회 및 재경위원회(재경위)에 학생참여 추진 ▲이사회 학생참관 추진 ▲기획위원회(기획위) 학생참여 보장 등이 담긴 ‘대타협안’을 제시했다. 두 차례 전학대회와 4·4 총회를 통해 실시협약 철회 기조가 확인되면서 대타협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부 측이 처음으로 학생참정권 보장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점쳐지기도 했다.

  본부와 학생 측이 이번 추진위 사전회의 개최를 합의하는 단계에서도 학내 의사결정 구조에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협상이 오갔다. 사전회의 논의 초기단계에서 본부 측은 시흥캠 사전회의와 ‘거버넌스 테이블’을 분리하여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거버넌스 테이블은 학생의 학교행정 참여 방안을 주로 다루는 새로운 협의기구이다. 총운위는 본부가 기획위와 재경위의 학생 참관을 보장하고 거버넌스 테이블 개최를 확약할 경우, 분리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월 11일 총운위에서 신재용(체육교육 13) 총학생회장은 학생처장과의 면담 결과, 본부로부터 재경위 참관 및 거버넌스 테이블 개최를 구두로 확답 받았다고 밝히고 분리 요청을 수용했다.


시흥캠 모식도3.png
시흥캠 추진위 학생 참여 관련 기구 모식도(**)


  ‘파랑’ 총학생회는 선거 때부터 대타협안 수준의 거버넌스 학생 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학생 측은 거버넌스 테이블에서 본부에 기획위와 평의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민정 학생회장은 거버넌스 테이블이 “학생의 민주적 참여를 위한 서울대법 개정안을 만드는 협의체”로서 작동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본부가 서울대법 개정에 협조하도록 요구해야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국회와 차기 총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서울대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촉구해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생사회는 시흥캠 사안으로 본부점거와 총회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거쳐, 추진위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현 시점까지 왔다. 학생 입장에서 추진위는 정보 열람과 의사결정 참여의 좋은 기회다. 동시에 추진위는 여전히 본부가 주도하는 회의이다. 숫자나 권한이 적은 학생 참여위원은 본부에 ‘학생 협조’의 명분만 제공하고 실질적 성과는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추진위가 시흥캠 문제와 학내 거버넌스 문제를 동시에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기자의 착오로 본지에는 '학부생 2인'로 표기돼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진 "시흥캠 추진위 학생참여 관련 기구 모식도"에 "재경위", "기획위"를 추가하여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