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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면 다 우울증? 궁금했던 우울증 이야기 삼성 서울병원 전홍진 교수에게 우울증을 묻다
등록일 2018.03.07 21:55l최종 업데이트 2018.03.10 23:37l 허주현 기자(aattg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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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서울병원 전홍진 교수가 우울증을 둘러싼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혼자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은 ‘내 마음앓이가 잠시 스쳐지나가는 무력감이지 않을까’ 하며 감정을 부정하거나, ‘유일한 해결책이 죽음은 아닐까’라며 극단적 방법만을 고려한다. 내면의 골을 더 알고 싶어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저널〉은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이자 기분장애 전문가인 삼성 서울병원 전홍진 교수를 만나 우울증의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식, 약물치료효과 등 우울증에 관한 궁금점을 물었다.


우울증과 우울한 감정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또 슬픔, 불안 같은 유사 감정과는 어떻게 다른가?

  극심한 우울감이 우울증은 아니다.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분이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즉 ‘내가 제어할 수 있는지’가 척도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울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신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우울증이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기분’이 아닌 ‘몸’의 증상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저하된다. 잠을 못 이루거나, 식욕이 과도하게 줄거나 늘기도 한다. 집중력이 크게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를 ‘시계가 뒤로 밀린다’고 표현하는데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우울증에 폭식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식습관 또한 수면을 방해한다. 우울한 기분을 느끼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잠도 잘 잔다면 우울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을 마음가짐의 문제로 볼 수 있는가? 또 우울증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가?

  앞서 말했듯 우울증이 마음가짐의 문제만은 아니다. 수면이나 식욕과 같이 눈에 띄는 증상이 우울증의 지표다. 또 우울증은 개인의 체질 영향도 있어서 객관적인 상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 능력이 뛰어나고 환경이 좋더라도, 감정의 기복이 많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호르몬 또한 우울증에 큰 영향을 준다. 호르몬에 변화가 올 때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생리나 출산의 영향을 받는 여성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다. 

  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자가진단표 ‘환자건강질문지-9(PHQ-9)’를 통해 스스로 어느 정도 우울증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접근성이 좋다. 그러나 이는 우울증일 가능성을 폭넓게 선별할 뿐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를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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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여부와 정도를 판별하기 위해 이용되는 '환자건강질문지-9(PHQ-9)'의 일부



우울증에 대한 의학적 치료를 결심한 경우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는가? 또 약물이 우울증 치료에 필수적인가? 감정의 문제가 약물로 치료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가 많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신체나 호르몬의 문제 때문인지, 신경의 문제 때문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병원에서는 크게 두 절차를 통해 원인에 따라 우울증을 구분한다. 심리적·사회적·문화적 측면에서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사회의학적 질문과 신체검사가 그 절차다. 예를 들어 뇌종양의 초기 증상에는 우울증이 있는데, 이 경우 우울증의 원인을 달리 진단하면 치료 방향이 잘못될 수 있다. 

  모든 우울증 치료에 약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때가 상당히 많다. 약물치료는 신경계 작동을 원활하게 해 우울감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겪을 때 뇌의 신경계통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대표적으로 신경이 뻗는 가지인 ‘덴드라이트(dendrite)’의 수가 줄어든다. 이 경우 신경이 경직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얘기를 해도 부정적으로 듣게 된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외골수처럼 자기 생각에 빠지는 것은 이와 같은 뇌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이때 약물치료를 하면 덴드라이트가 증가하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실질적으로 뇌를 치료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증은 점점 심해지고, 극심한 경우 환청이 들리거나 관계망상을 겪기도 한다.


약물 외에 어떤 방식으로 우울증에 대처할 수 있을까?

  우울증은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이 부담스럽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연결성(connectedness)’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커지므로 고립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관계망은 수평적으로 형성되는 게 좋다. 즉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라 서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연결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대학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인문학을 접하는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장려한 사례가 있다. 경쟁하지 않고 활동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여기서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번 하면, 이 자신감이 이후의 극복과정에서 좋은 기반이 된다.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우울증 예방책이나 대처방식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정시에 기상하고, 일하고, 잠드는 등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 큰 도움이 된다. 우울증 때문에 시계가 뒤로 밀리기도 하지만, 거꾸로 생활이 들쑥날쑥할 경우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 수면의 질을 위해 카페인의 다량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관계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운동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겪는 이, 이들의 친구와 가족 및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울증을 겪는 당사자는 본인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전문가 또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비슷한 사례를 많이 접한 이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환자들이 신뢰를 갖고 소통해줘야 치료가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한편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은 무관심과 비하 행위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대개 고립돼 있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우울증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대화하기보다, 우울증을 겪는 이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약자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중에 우울증을 겪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약자를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유명인 자살 보도는 하지 않는게 좋다. 7년 동안 십만 명을 대상으로 ‘언론의 유명인 자살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했다. 우리나라 자살의 18%가 유명인 자살 이후 생긴다고 한다. 이의 보도는 감정의 전이를 쉽게 유발하므로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