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 특집
지금,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는 사람들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을 방문하다
등록일 2018.03.08 14:34l최종 업데이트 2018.03.08 17:22l 박세영 기자(precieu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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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추운 겨울 반팔을 입은 채 난방을 틀기도 하고, 가끔 불을 켜놓은 채 집을 나서며 계단 몇 칸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한다. 기후변화, 핵 발전의 위험, 석유연료의 고갈은 우리의 일상과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며 자발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작구 상도3동, 4동에 위치한 성대골 주민들이다. 햇수로 8년째 진행되고 있는 성대골의 에너지 자립 운동을 알아보고자 성대골을 방문해봤다.


성대골에 에너지 전환의 바람이 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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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의 주요 시설들을 담은 마을 지도 ©성대골활동백서



   에너지 자립 마을 성대골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붙어있는 ‘착한 가게’ 스티커들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집, 공용 주차장 등 각종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 역시 눈에 띈다. 성대골 깊숙이 들어갈수록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재생에너지 기술 보급으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해나가는 모습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찬다. 

  마을 언덕에 위치한 초록 간판의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그중에서도 이목을 끈다. 아담한 규모의 도서관에 들어가면 기증과 후원을 통해 모인 4천여 권의 책과 더불어 ‘원전 하나 줄이기’ 등 에너지 운동과 관련된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운동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개관부터 운영까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모금활동으로 완성된 어린이 도서관은 초등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서명운동, 아동과 여성을 위한 안전지도 제작, 상도초등학교 인조 잔디 설치 반대 운동 등의 마을 공동체 운동에서 중심이 됐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도서 분류 작업, 도서관 지킴이 자원봉사, 주민 운영위원회를 통한 도서관 운영 사항 결정 등 공동체 운동 사업에 꾸준히 참여하며 마을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고 있다. ‘마을닷살림 에너지 협동조합’ 김소영 대표는 어린이 도서관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결속력이 이후 에너지 전환 운동의 기반이 됐다고 회고했다.

  성대골 에너지 운동의 시작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큰 계기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어린이도서관장이었던 김소영 대표는 고향인 전북 부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원전과 폐기물의 심각성을 성대골 주민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무섭긴 하지만 대응하기엔 너무 막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마을 주민들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환경단체의 협조를 얻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어린이 도서관 운동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점차 질문과 토론을 통해 환경과 안전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아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자고 결의했다. 기후변화, 핵과 에너지, 에너지 진단 등의 주제로 진행된 ‘우리 동네 녹색 아카데미’를 거치며 주민들은 어린이 도서관 지킴이에서 ‘착한 에너지 지킴이’로 거듭나 에너지 전환 운동에 앞장섰다.

  어린이 도서관 한쪽에는 ‘절전소’ 운동을 나타내는 막대그래프가 붙어있다. 절전소는 절전과 발전을 합한 신조어로, 김소영 대표는 “우리가 절약한 에너지는 곧 우리가 생산한 에너지”라고 절전소 운동을 설명했다. 성대골 주민들은 2012년부터 개개인이 곧 절전소라는 개념아래 절약 방법을 공유하고 가정별로 매달 사용한 전력량을 그래프로 그려 절약한 전기량을 한눈에 비교해왔다. 성대골의 절약 운동에 대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정책연구소’ 김남영 연구위원은 “재생 에너지 등을 통한 에너지원 변화 시 현재 수준의 전력 소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천만 서울시민이 연간 전기사용량을 10%만 줄이면 원전 하나만큼의 에너지양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슈퍼마켙’, 에너지전환 실천 공동체를 만들기까지 

  어린이 도서관 옆에는 현재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운동 중심지인 ‘에너지 슈퍼 마켙’이 있다. ‘슈퍼마켙’이라고 표기한 이유에 대해 김소영 대표는 “에너지 슈퍼마켙의 ㅌ이 에너지의 e를 상징”한다 고 밝혔다. 에너지 슈퍼마켙은 마을기업인 에너지 협동조합 ‘마을닷살림’의 공간이다. 2014년, 에너지 운동의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마을 도서관 운동에서 에너지 운동을 분리해 에너지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이후 에너지 협동조합은 마을 기업으로서 에너지 슈퍼마켙 온라인 쇼핑몰 만들기나 에너지·기후변화 강사 양성과정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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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의 한 가게에 '착한 가게' 스티커가 붙어있다. 



  슈퍼마켙의 외부에는 ‘에너지를 절약 하는 착한가게’ 스티커나 성대골에서 추진하는 사업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착한 가게 캠페인은 손님이 없을 때는 조명과 난방을 조절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 가게들에 착한가게 스티커를 부착하는 운동이다. 미용실, 약국, 떡집 등 마을 곳곳의 가게들에 부착된 스티커를 통해 160여개의 가게들이 동참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너지 슈퍼마켙의 7평 규모의 좁은 내부에 들어서자 선반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단열 에어캡, 소형 태양광 발전기 등의 물품들이 보였다. 모두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에너지 자체 생산이 가능한 상품들이다. 태양열 핸드폰 충전기와 같은 상품은 월 평균 100건 정도 온라인 상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다

  도서관, 슈퍼마켇 등 중심지가 아니어도 마을 곳곳은 일상에서 에너지 자립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마을 언덕을 더 올라가보면 성대골 어린이집이 보인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마을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2012년부터 시작된 적정 기술 워크샵의 성과이다. 마을학교에서는 미니 태양광 기술, 태양열 온풍기 등 대안 에너지를 통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햇빛 온풍기, 초소형 베란다 태양광과 같은 기술들을 직접 실습했고, 마을 경로당에는 마이크로 열병합 보일러와 같은 단열시설을 설치했다. 이후 에너지 자립 운동으로 확대돼 신축 빌라에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도시라는 구조 속에서 완전한 에너지의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지만, 성대골 주민들은 태양열 온풍기의 소음과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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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 어린이집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에너지 자립 운동과 더불어 에너지 절약 운동도 각 가정에서 진행됐다. 2013년부터 성대골 에너지 ‘진단사’들은 이웃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해 가정의 에너지 사용실태를 측정해 가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이사철이면 3~40%의 주민들이 이사하는 성대골의 특성상, 매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에너지 절약을 이야기하는 에너지 진단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노력은 에너지 전환 마을 성대골에 에너지 절약 문화가 확산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에너지 자립의 씨앗을 다른 곳까지 

  에너지 교육 활동은 전문화된 강사를 양성했다. 이 민간 ‘에너지 강사’들은 성대골을 넘어 이웃 마을에도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인근 국사봉 중학교에서 에너지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던 주민들은 이후 주변 초등학교, 고등학교들로 에너지 수업을 확장했다. 지속적인 교육의 결과로 국사봉 중학교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참여한 협동조합은 수업 및 워크숍, 에너지축제 개최 그리고 올 겨울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까지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김소영 대표는 “우리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동을 해나갔다는 점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갖게 된 성대골은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 선정 등을 거치며 에너지 전환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운동을 전파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성대골의 사업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각자의 일상과 에너지전환운동을 병행하기도 어려웠고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김소영 대표는 “비영리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에너지 문화와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인력·재정 지원은 없었음에도 전환 운동이 긴 시간 지속가능했던 이유로 “상가, 종교시설, 어린이집, 전통시장 등 생활권이 함께 전환 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라 답했다. 동네 교회는 어린이들에게 에너지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2층 공간을 마을 학교로 내줬고, 어린이집은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 것처럼 성대골 에너지 전환 운동은 모두가 참여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은 성대골 주민운영위원회, 마을닷살림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성대골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활동가들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자체에서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대골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통시장에 판매하는 등 전통시장과 연계하는 전환 운동을 구상중이기도 하다. 성대골에서 활동했던 이유진 전 ‘녹색연합’ 위원은 ”에너지 자립이 일자리도 만들고 마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와 연계된 실효성 있고 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마을단위 에너지 운동 활성화를 위해 서로 경험을 공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대골은 주민이 스스로 공부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 주민이 에너지 전환 운동의 주인공인 마을”이라는 이유진 전 위원의 말처럼, 오늘도 성대골에는 에너지 전환을 함께 실천해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며, 에너지 전환 운동을 계속해가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