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 학원
등록금, 받는 만큼 내라고요? 단과대별 들쑥날쑥 등록금, 측정 근거 부실해
등록일 2018.03.08 22:20l최종 업데이트 2018.03.11 11:32l 김건우 기자(kon951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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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 씨(가상)는 지난 2017년 2학기 등록금으로 365만3천원을 냈다.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학부생의 등록금인 244만2천원의 1.5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박모 씨는 120만 원가량의 등록금이 왜 추가됐으며 추가분은 어디에 쓰이는지 본부 예산과에 문의했다. 이후 그는 미대생이 1인당 사용하는 공간이 타과생보다 넓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본 사례는 취재를 바탕으로 구성된 가상 상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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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대학교 단과대별 등록금 (학사과정, 2학년 기준).




차등등록금, 산정 근거와 이용내역의 불투명성 지적돼


  차등등록금의 산정 근거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예대위)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포함해 전국 대학의 25개 예술계열 단위가 연합해 구성된 단체로, 예술대학 등록금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집행내역이 불투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예대위는 지난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10개 대학에게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대다수가 단과대별 등록금 산출 근거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나섰다. 지난 1월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대응 기자회견에서 총학은 “서울대학교는 예술대학 차등등록금이 국공립대 중 1위에 달하고 있다”며 “예술 계열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대의 계열별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격차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등심위 본회의에서 학생 측은 학교 측에 등록금 차등 책정에 대한 근거 자료 및 관련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차등 책정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산과는 차등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여론에 공감하지만, 현재 국고출연금 회복 등 재원 확보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로 당장은 해결에 착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산과는 다만 4월 중 간담회 등 차등 등록금과 관련해 학생 측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이 등록금 책정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학교 측은 합리적 등록금 책정을 위해서 교육원가를 측정하려 하고 있다.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교육원가의 측정 자체가 매우 어렵다며 TF를 설치하지 말고, 단대별 교육원가 산정을 위한 연구 용역의 발주를 제안했다. 그러나 등심위에 학생대표로 참여한 현동규(지구환경 15)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장은 합리적인 교육원가 산정은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며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교육원가 산정 과정에 교육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학생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학교 측은 이제야 차등등록금의 산정근거를 만들고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그렇다면 대학 등록금 차등 책정이 시작된 배경과 당시의 근거는 무엇일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의 자율과 등록금 책정과정에 대한 연구’(1989년)에 따르면, 계열별 등록금 차등화 정책은 계열별 실제 교육비 차이를 등록금에 반영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자료를 제시한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에 따르면 등록금 차등 책정은 인문사회계열을 기준으로 1.2배, 1.4배 등 임의로 정해진 비율에 타 계열 등록금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애초에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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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학년도 계열별 등록금 인상률. 91년(완성년도)까지 계열별 등록금 차이도를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위와 같은 계열별 등록금 인상률의 차이가 발생했다. ⓒ‘대학의 자율과 등록금 책정과정에 대한 연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같은 연구에 따르면 “등록금·계열별 차이도 적용은 부족한 교육비를 충당하려는 하나의 방책”이었다. 그러나 연 연구원은 “교육비 충당이라는 원래 목적이 달성되었음에도 대학들은 차등등록금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전국 154개 4년제 사립대학의 2014년 결산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5년 기준 이들의 보유 적립금 규모는 8조1872억원에 달했다. 



차등등록금 적용에도 실제 교육여건은 열악해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결국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이 차등 적용되어 (학생들이)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실제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는 단과대의 학생대표자들은 교육여건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윤민정(정치외교 15) 사회대 학생회장이 사회대 타과에 비해 약 23만 원가량 비싼 지리·인류·심리학과의 등록금에 관해 학장단으로부터 받은 소명자료에 따르면, 학교 측의 학생 답사비용 분담이 차등 등록금 책정의 근거 중 하나였다. 현재 지리·인류학과 수업에서 필수로 요구되는 답사에 학생이 참여할 시, 학교 측은 답사비용을 일부 지원하긴 하나 별도의 비용을 학생들에게 추가적으로 걷고 있다. 윤 회장은 답사 비가 학교 측이 임의로 정한 기준에 따라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리‧인류·심리학과 학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또 다른 명목은 실험실습비 다. 이에 고관음(지리 15) 전 지리학과/겨레반 학생회장은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추가 납부한 금액이 합리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다면서도, 실험실습 과정 중에 기자재나 공간이 열악해 불편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고 씨는 “‘컴퓨터지도학’ 수업이나 ‘공간정보분석’ 수업 때는 실습실의 규모가 작아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들이 듣지 못했고, 실습 시간에 지도제작 프로그램이 멈추는 현상이 빈발하는 등 컴퓨터의 성능이 좋지 않아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대 학생에게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장희진(동양화 15) 미술대학 전 학생회장이 작년 동양화과 과사무실에 등록금 이용내역을 받아 분석한 결과 한 학기에 (*)실험실습비로 1인당 6만 원 정도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등록금을 약 120만 원가량 더 내고 있다. 장씨는 “결국 재료값을 사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소과의 경우에는 백만 원씩도 깨진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졸업 필수요건인 졸업전시를 위한 작업비 역시 대부분 사비 지출에 의존한다며 “과연 등록금이 차이나는 만큼 학교 측이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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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미술대학 전 학생회장 ⓒ최한종 기자



학생의 교육비용 부담 줄이자는 주장도 제기돼


  일각에서는 ‘실제 지출되는 교육비에 따라 등록금을 내야 하는가’라며 차등등록금의 취지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지출되는 교육비만큼 등록금을 내야 하는지, ‘받은 만큼 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윤민정 사회대 학생회장은 등록금을 교육상품의 가격으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해당 논리대로라면, 교육상품의 질이 좋거나 수요가 높을수록 가격(등록금)이 높아야 한다. 수업료를 완전 폐지해 등록금을 거의 내지 않는 독일대학과,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한 서울대가 모순적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발전기금, 국고보조금 등 외부적 지원이 있어, 학생 1인당 드는 교육비용보다 등록금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윤 회장은 “결국 등록금은 사회적 제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학생에게 드는 교육비용이 차등적이더라도, 그 비용이 차등등록금의 형태로 학생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응한 대학교육연구소와 학생대표자들도 차등등록금이 교육의 문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정부와 학교가 학생보다 교육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현동규 위원장은 정부 출연금이 삭감되는 추세를 지적하며 “서울대학교의 경우 추가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는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학생의 문제의식이 차등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곧 ‘교육원가’ 즉, 1인당 교육비용의 산출이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원가 산정이 차등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