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호 > 학원
인권교육 필수화, 내용이 문제야, 방법이 문제야? 성소수자 빠진 인권교육, 필수화의 취지와 어긋나
등록일 2018.04.11 14:21l최종 업데이트 2018.04.11 18:19l 김가람 기자(1004grk@snu.ac.kr)

조회 수:319

“온라인 인권/성평등 교육 바로가기”
  포털 마이스누 로그인 후 등장하는 익숙한 팝업창은 서울대 구성원에게 인권·성평등 교육을 권장하기 위해 고안됐다. 2003년 국내대학 중 처음으로 전 구성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한 이래, 서울대는 매년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 그 결과를 여성가족부에 보고하고 있다. 양성평등 기본법 제 31조 외 3개 조항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의 장과 사용자”는 구성원에게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 그 내용을 여성가족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시행주체로서 법적의무를 가진 총장을 제외한 교육 이수자에게는 별도의 법적 의무사항이 없다. 인권교육이 법적 ‘의무교육’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교육 이수 대상자인 학생과 교직원에게는 사실상 권고사안에 그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팝업창은 인권·성평등 교육 수강을 권장하는 주요 방법이다.

  인권센터는 2012년부터 6년간 구성원의 인권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인권·성평등교육 이수 필수화를 추진해왔다. 이때 필수화란 인권교육을 이수할 법적 의무가 없는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학내 자체적으로 인권교육 이수의 책임을 부과하는 움직임이다. 지난 2월 8일 평의원회 본회의에는 인권교육 필수화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을 발제한 조선정(영어영문학과) 인권센터장은 “인권·성평등 교육의 기본취지와 필요성을 이해한다면 현재 의무교육을 필수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재 방식도 함께 제시됐다. 해당 안에 따르면 인권·성평등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학생은 포털 마이스누에서 성적확인이 불가능하고, 교직원은 성적입력 혹은 연구행정입력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평의원회 심의에서 인권교육 필수화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교육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필수화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이유였다. 평의원회는 인권·성평등 교육의 필수화가 “사회적으로 합의가 돼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폭력·성희롱, 인권 관련 교육으로 제한할 때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를 인권센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심의는 보류됐다.


인권교육 내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월 8일자 회의록 심의 결과는 “성소수자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경우 현재와 같이 인권·성평등 교육이수 권장 유지”였다.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 그리고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평의원회의 심의 의견이 성소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평의원회 이철수(법학과)부의장은 이런 비판에 “성소수자를 소수자 보호 차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데 평의원회 모두가 동의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평의원회 본회의를 참관했던 신재용(체육교육 13) 총학생회장은 “평의원회에서 명백히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있었다”며 ‘동성애는 치유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교수 의견에 대응하려다 제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논란이 된 인권교육 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소주제 ‘대학에서 인권 실현 :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에 포함된 사진이다. 사진에는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 Queer in SNU)의 신입생 입학축하 현수막이 훼손된 이후, 학내 구성원들이 이를 반창고로 다시 이어붙인 모습이 담겨있다. 인권센터 김채윤 전문위원은 “찢어진 현수막을 학생들이 복원해 준 사진은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한 내용”이라며 “연대와 인권에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설명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문위원은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담는 인권교육에 사회적 합의는 모호한 잣대일 수 있다”며 “‘합의’라는 말로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철수 부의장은 성소수자 차별 반대와 별개로 “교육의 사회적 효과를 고려할 때, 성소수자(동성애)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양성평등의 가치와 비교해 그 “무게가 덜하다”는 것이 이 부의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2시간 가량의 동영상 교육 중 성소수자와 관련한 사진은 단 한 장에 불과하며, 그 내용마저도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 인권교육 내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평의원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권가이드라인 특별위원회 김보미(소비자아동 12) 위원장은 “삶의 맥락에서 생물학적 성, 성적지향, 성정체성은 서로 교차하며 개인을 구성하고 있다”며 “생물학적 남녀의 양성평등 문제는 성소수자와 분리할 수 없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인권교육 성소수자 사진.png

온라인 인권교육 중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은 단 한 사진 뿐이다. ⓒ온라인 인권교육



  성소수자 혐오 논란이 일며 인권교육 내용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총학생회는 인권교육에 성소수자 내용을 삭제하자는 평의원회의 심의 내용에는 반대하지만, 그 내용 구성에 있어서는 학생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학생 참여를 통해 학생의 실제 생활과 교육내용의 괴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겪는 교수-학생 문제, 선후배 권력관계 문제 등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김채윤 전문위원은 학생들의 참여가 현재도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교육 만족도 조사를 매년 새롭게 제작하는 교육 내용에 참고한다”며 “교육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는 것도 좋지만, 학생 표본 집단 선정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피교육자가 교육 내용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학내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꾸준히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혐오의견이 인권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백지은(정치외교 16) 학소위장은 “성평등 교육은 확실한 교육목표와 지향을 가진다”며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해야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또 “학생 피드백을 통해 내용을 보충할 수는 있지만, 교육 수혜자의 니즈(needs)와 맞지 않았다고 해서 그 내용을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결국 인권교육의 내용은 합의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당위를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필수화, 낮은 이수율의 해답일까

  필수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이수시 불이익을 주는 필수화 방식은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의원회 이철수 부의장은 “교육을 강제하는 것이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구속력을 가지는 필수화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도 총운영위원회(총운위)의 논의 결과에 따라 인권교육 필수화에 찬성한다면서도, 교육의 방식과 매체, 강제방법에 관해선 총운위 안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신 총학생회장은 “거부감 없이 인권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인권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교육 필수화가 이수율을 높이기위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의무교육 이수율 부진평가를 받게 되면 서울대학교에 부진기관장 교육 등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본부와 인권센터가 이수율에 매달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인권교육 이수율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대학 성희롱 방지 조치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의 인권교육 이수율은 전국 416개 대학 중 400위다. 작년 기준 30%가 채 되지 않는 학생만이 온라인 인권교육을 수강했으며, 교원의 경우에도 약 절반만이 온라인 교육을 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의원회 이철수 부의장은 필수화를 통해 인권교육 이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필수화 방식에는 부담이 있다”며 “인권센터는 (필수화 대신) 이수율 확보방안 마련 정도로 목표를 수정해야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재 없이 실효성 있는 이수율 확보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폭력예방교육 의무 이수제’를 시행하는 연세대학교 또한 성희롱·성폭력과 가정폭력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구성원에게는 실질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2016년부터 실시된 이 제도에 따르면 학생은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한 뒤에만 성적조회가 가능하며, 미이수 직원은 인사평가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백지은 학소위장은 “(불이익을 주는 필수화는) 최선의 방식이 아닐 수 있지만 인권교육을 수강하게 하는 다른 방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또한 필수화가 단순히 이수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채윤 전문위원은 서울대학교가 이수율 부진실적을 면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는 실정은 맞지만 필수화는 이수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답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수율이 오르는 건 이수율 자체 문제보다 인권교육에 대한 관심의 문제”라며 “폭력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인권의 관점에서 공동체를 바라보는 연습을 인권·성평등 교육의 필수화를 통해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교육 개선을 위한 본부의 노력이 필요해

  인권센터와 평의원회 측은 이번 논란이 두 기관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평의원회는 2월 8일자 회의록을 통해 “(인권교육 필수화) 안건 추진 주체가 부속시설이 아닌 정책 의사결정기구인 대학본부가 되어야 한다”며 교육의 실질적인 집행기구인 본부가 적극적으로 인권교육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수 부의장은 “평의원회와의 논쟁에 본부 대신 정책제안자 인권센터가 직접 참여할 때 의견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인권교육과 관련한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도 조정을 담당하지 않은 본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인권교육 필수화는 작년 12월 본부의 확대간부회의에서 통과됐다. 즉 인권교육 필수화 기조를 확정한 곳은 본부이며, 인권센터는 이를 시행하는 부속시설로 현재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평의원회를 참관한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학내에서 인권센터가 인권교육 필수화를 무리하게 홀로 진행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본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교육을 둘러싼 평의원회, 인권센터, 학생의 의견이 서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본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본부의 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내 구성원들이 인권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대학 내 만연한 인권침해 사안을 해결하는데 인권교육은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총운위의 인권교육 필수화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김채윤 전문위원은 인권교육 필수화를 불쾌하게 느끼는 일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이해한다면서도 여전히 인권교육은 서울대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시민교육”임을 덧붙였다. 김 전문위원은 “교육을 통해 내가, 내 옆의 친구가 혹은 교수님이 하는 행동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나의 권리보장이 시작된다”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