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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싸움, 학생징계 지워지지 않은 139일의 낙인
등록일 2018.04.13 10:00l최종 업데이트 2018.04.13 11:06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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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20일,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관련 투쟁에 참여한 학생 중 8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후 12월 5일, 성낙인 총장이 징계 해제를 발표하며 학생징계 논란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징계 해제의 의미가 ‘잔여 징계 해제’임이 드러나며 징계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12명의 학생들과 서울대의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징계, 어떻게 이어져왔나

  학생징계 절차는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본부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투쟁에 나선 학생 중 29명에게 징계혐의사실 조사통지서를 발송했다. 당시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부당징계 철회! 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투쟁위원회(징투위)’의 이시헌(자유전공 15) 씨는 “당시 학생처는 본부점거에 더해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행사 진행에 항의한 것, 촛불 집회 발언에서 총장을 비판한 것까지 문제삼는 등 징계사유를 매우 방대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당시 학생들의 저항으로 징계절차는 중단됐다. 이후 본부는 학생의 거버넌스 참여 확대와 점거 해제를 골자로 하는 대타협안을 제시했지만, 학생들은 대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점거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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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점거 이후 학생회관 등 학내 여러 곳에 설치된 경고판 ⓒ신일식 기자

  

  5월 1일, 학생들이 행정관 건물을 재점거하면서 학생징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본부는 행정관의 유리창을 깬 혐의가 있는 학생들을 형사고발함과 동시에 12명의 학생을 징계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본부는 언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명(제적 후 재입학 불가능)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서울대 ‘시흥캠 반대 점거농성’ 첫 징계위···학생들 반발”) 학생사회는 즉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기자회견과 서명전, 국회의원과의 접촉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7월 20일, 학생의 반발 속 본부는 결국 징계 처분을 내렸다. 8명이 무기정학, 1명이 12개월의 유기정학, 1명이 9개월의 유기정학, 2명이 6개월의 유기정학을 당했다. 학생들은 당시 진행 중이던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협의회)’에서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추진에 합의한다면 징계 철회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협의회는 징계 문제에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6차례의 협의회가 막을 내린 후 학생들은 ‘징계 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소송)’ 을 제기했다. 동시에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이어 성 총장은 작년 12월 5일 징계를 해제했다. 징계 철회를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도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2월 중 소송을 위해 제출한 준비서면에 징계 해제가 ‘징계의 효력을 장래를 향하여 소멸시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학생들은 징계기록을 포함해 징계를 받은 사실 전부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완전한 취소’를 요구하며 다시 투쟁에 나섰다.


법정에서 보는 학생징계

  학생징계 문제는 다시 법정공방으로 넘어갔다. 학교당국이 제출한 준비서면에 따르면 징계 해제가 발표된 12월 5일까지의 징계는 법적인 효력을 가지며 학적부에 그대로 기재된다. 이시헌 씨는 “학생들과 사회는 (징계 해제로) 싸움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잔여 징계만 없애는 것이라 하니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선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학생 들의 출석 및 진술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 처분이 내려졌으며, 학생들의 행동이 진술을 거부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점 ▲일부 징계혐의사실을 뒷받침할 근거 없이 징계가 이뤄졌다는 점 ▲징계 대상자들의 행동이 학생들을 대표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점 ▲징계 양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징계의 효력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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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가처분 신청에서 받아들여진 근거를 중심으로 소송에서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이시헌 씨는 “(학교 측은 징계 대상자에게) 진술권을 보장하라는 고등교육법을 지키지도 않았고, 학생들의 투쟁이 가진 정당성을 부정하려 하면서 최근 10년 중 유례없는 규모와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원고 측 법정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도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만큼 소송에서도 학생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징계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지원과 유재식 주무관은 “학생들이 징계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총장을 통해 재심의·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당징계라면 교내 절차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소송을 건 것은 잘못됐다는 의미다. 학생지원과 김남중 과장은 몇몇 학생들이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서를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징계 당일에도 징계위원들이 해당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으므로, 징계 과정에서 진술권을 박탈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징계 양정 역시 재점거 과정이 폭력적이었음을 고려하면 적절하다고 답했다.

  징계 무효를 확인해도 학생들이 그로 인해 얻을 것이 없기에 소송이 진행될 이유가 없다는 것도 학교 측의 주장이다. 준비서면을 통해 본부는 ‘과거 징계사실을 불이익 조치의 근거로’ 삼는 규정은 없으므로 징계 무효 확인의 이익도 없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에서 이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 무효 확인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소송이 각하된다. 본부는 또 유기정학 해제는 규정에 없는 일임을 인정하면서도, 징계 해제는 절차적 오류나 징계 사유의 부당함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규정 외의 사안을 교육적 차원에서 총장이 결단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학생들의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해제 시점 이전까지의 징계 효력은 유지되며, 기록도 학적부에 그대로 남는다. 반면 학생 측이 승소할 경우, 징계의 효력은 12월 5일까지의 징계 기록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다. 다만 유재식 주무관은 “학생들이 승소한다면 학교는 법원의 판시사항에 따라 징계사유와 양정 등을 조정해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2017년 7월 20일에 내려진 징계가 무효라고 해도, 행정관 점거 건 등을 새로 징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징계를 둘러싼 싸움은 소송만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향방은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김상연(사회 12) 씨는 “징투위를 비롯한 학생들의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징투위에서는 ‘서울대 학생 징계의 완전한 취소를 요구하는 범시민 연서명(연서명)’을 받았다. 연서명에는 1,500여명의 개인과 1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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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열린 '범시민 연서명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 ⓒ최한종 기자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김상연 씨는 재판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학내 선전과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받고자 한다고 답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등의 학생단체에서도 징계의 완전한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지속적인 연대를 보이고 있다. 3월 29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시간부족으로 다뤄지지 못했지만, 향후 임시전학대회에서 부당징계 완전 취소 촉구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 김 씨는 결의안과 연서명 등은 이후 법적 대응과정에서 탄원서를 준비할 때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징계 당사자들은 징계 문제가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 남지 않도록 학내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했다. 김상연 씨는 “판결은 사회적인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가처분 소송에서도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여론 조성이 많은 힘을 실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시헌 씨도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했다고 지지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징계 철회 투쟁이 지지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교당국의 긴 싸움에 또 하나의 마침표가 찍히는 지금, 그 결과에 구성원들의 시선이 다시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