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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대학 공동체를 세우겠다” 기호 4번 이우일 교수
등록일 2018.05.04 16:08l최종 업데이트 2018.05.05 00:13l 이선아 기자(l2jenv@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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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저널>이 만난 총장예비후보 기호 4번 이우일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72학번으로 입학한 이우일(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본교에서 87년부터 교직을 시작, 기계항공공학부 학부장, 공과대학장, 연구부총장을 맡아 학내 보직 경험을 쌓았다. ‘Reboot SNU 2018’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총장직에 도전한 이우일 교수에게 학생 공약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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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온 기자



후보께서는 학부생 시절 어떤 모습이었나요? 추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연극 동아리와 조정 동아리를 했다. 특히 조정에 가장 많이 시간을 쏟았는데, 조정은 한 명만 빠져도 연습을 할 수 없어서 팀워크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여름방학 때마다 무전여행을 다녔는데 시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분들을 많이 봤다. 어느 날은 돈이 없어 하루 종일 굶다가 감자 한 알을 사서 삶아 먹으려는데,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가 감자 먹는 것을 계속 지켜보셨다. 결국 할아버지께 감자를 나눠 드렸는데, 제대로 끼니를 챙겨 드시지 못해 그 감자를 굉장히 맛있게 드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런 경험들이 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더 인생에 도움이 됐다.


후보께서는 서울대생이 지금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핵심적인 공약을 중심으로 설명해주십시오.

  학부생 상담 결과, 대체로 학생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낮은 것 같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학생이 경쟁에 대한 강박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 침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상위 20~30%가 아니라, 모두가 골고루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숙제다. 학점이나 스펙 등 획일적인 잣대보다 RC(Residential College) 교육을 통한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

  대학원생의 경우, 연구실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해외에서도 교수가 학위수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 간 갑을관계, 상하관계는 피할 수 없지만, 교수들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고 (부조리가 있을 때 학생이) 분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장에게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지도교수를 바꿔줘야 한다. 어느 정도 (교수가 된 지 오래) 된 분들은 구조상 어쩔 수가 없지만, 신임교수 위주로 연구 윤리·학생 지도·성희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또 지도교수가 진로 지도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본부에서 경력개발센터를 활용해 (대학원생 진로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겠다.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현 학부 교육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관련해 어떤 개선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모든 교육제도가 평균에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다. 학습 속도가 각기 다르고 스스로의 페이스에 따라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제도에서는 어렵다. 1년 3학기제로 유연하게 학기를 운영해서 두 학기 동안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수업을 듣고, 나머지 6개월 동안 인턴이나 외부활동 등 자기계발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전공 선택권과 관련해 학과·학부 사이의 담이 아직 높다. 추후 합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복·부전을 선택할 때 최소 요건만 제시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RC 교육이 학과 간 벽을 낮추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을 체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같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RC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학과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단번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첫 단계로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함께 살도록 하고, 문·이과가 공동으로 하는 교양과정과 융합과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 여기서 기초교육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RC에서 학생들의 고민이나 강의 선택 등을 돕는 개인 상담서비스도 보완해야 한다.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현 진로 탐색 및 취업 지원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관련해 어떤 개선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입생 때부터 개인맞춤형 관리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지금까지 수강한 과목을 분석해서 앞으로 (진로·취업에) 필요한 과목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지금은 경력개발센터에서 기업 채용 정보 정도만 제공해주는데, 컨텐츠를 확충해서 개인별 데이터 분석과 관리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경력개발’이 아닌 ‘인재개발’을 하도록 하겠다.


많은 후보께서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해 주셨지만, 학부생 장학금 정책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께서는 어떤 학부생 장학금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공과대학 학장 시절, 장학금이 필요가 없는 학생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문제라고 느꼈다. 성적순이 아니라 ‘need-base(필요 기반)’로 장학금이 운영돼야 하는데, 보통 장학금 신청 공고가 촉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성적순으로 분배되거나 행정실 직원과 가까운 학생이 받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장학금 공고 기록을 바탕으로 장학금액을 예측한 뒤, 미리 필요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후에 메꾸는 식으로 운영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생활비인데,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캐피탈 프로젝트(Capital Project)’로 발전기금 모금을 확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겠다.


학생은 학내에서 많은 지출을 합니다. 따라서 학내 물가상승은 학생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생활협동조합(생협)의 감골식당이 삼성 웰스토리로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가격인상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후보께서는 물가상승에 대비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학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학교에서 보조해야 한다. 그런데 무차별적으로 보조하기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돌려서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체 물가를 낮추는 것은 하책이다. 또 생협이 외부업체로부터 받는 임대료가 다시 학생복지를 위해 투입되도록 제도화하겠다. 학생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발전기금으로 들어오면 100% 학생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많은 후보께서 재정 확충 계획을 제시했지만, 금액과 방안은 각기 다릅니다. 다른 후보에 비해서 자신의 계획이 현실성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119 프로젝트’로 재정을 확충할 계획이다. 먼저 한국어 교육기관을 활성화하고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TEPS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4년 후 연간 1,000억 원의 사업수익을 달성하겠다. 현재는 법인화 전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돼서 행정과 사업이 혼재돼있는데, 이를 분리해서 법인사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도 연간 1,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원 사업 형식이 바뀌는데, 이에 대응해 서울대도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사업을 제안하는 식의 노력을 하면 연간 약 7~800억 원의 수익을 낼 수있다. 또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프로그램을 제안해서 나머지 2~3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교육 차원에서 학생들도 함께 해외로 보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캐피탈 프로젝트를 통해 9,000억 원의 발전기금을 달성하겠다. 장기적으로는 학부 교육을 바꿔서 (동문에게) ‘서울대가 있어서 내가 있었다’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고, 지금은 (기업 및 개인이) 돈을 낼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나 RC 건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조건으로 모금하는 식이다. 석좌교수, 연구 프로젝트, RC 건물, 장학금이라는 네 가지 분야로 모금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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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종 기자



성낙인 총장의 지난 임기 4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선한인재장학금’과 ‘천원의 식사’는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법인화에 맞게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 부분에서) 잘 안 됐다고 생각한다. 시흥캠퍼스 건설도 결정이 늦어지면서 본부점거까지 갔는데, 이런 면에서 소통도 중요하다. 정말 필요한 일이었다면 본부가 독단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공청회 등을 통해 학생들을 설득하고 컨텐츠도 제시했어야 됐는데, 그 과정이 아쉬웠다.


최근 여러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교수에 의한 ‘갑질’ 혹은 성폭력 문제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은 교원징계위원회나 인권센터 심의위원회에 참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후보께서는 권력형 인권침해 방지 및 대응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권력형 성폭력에 있어서 학교는 ‘zero-tolerance(무관용)’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인권센터에 재원을 더 투입해서 전문가들을 더 영입해야 하며,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권센터가 권고안을 제출하면 이를 존중해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학교의 몫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격리 조치와 징계가 빨리 이뤄지도록 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학생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징계위원회 참관은 가능하지만, 학생은 아직 교육의 대상인만큼 지금으로서는 (위원회 참여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학교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평의원회, 학사위원회, 재경위원회 등에 학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입니다. 후보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듀크(Duke) 대학의 경우, 이사회에 학생이 참여하지만 ‘faculty senate(교수협의회)’에는 교육과 연구를 다루기 때문에 학생이 참여할 수 없다. 우리도 이런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면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하는 등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학생도 재정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만큼 형식적인 정보가 아닌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재경위원회에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교육 커리큘럼 및 연구에 관해 결정하는 학사위원회·평의원회는 교육의 대상인 학생이 참여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고, 이는 학생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학내에 노사분규가 잦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학생들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후보께서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관련해 구상 중인 개선책이 있다면 설명해주십시오.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부담’이다. 근로조건을 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산 등을 공개해서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구성원과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타협이 이뤄지면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 본부의 몫이다. (다만) 정규직화하면 시설·용역직은 정년 때문에 더 불리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하고, ‘임금’과 ‘정년’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교수·법인 직원의 기득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공약으로 도심 곳곳에 소규모 캠퍼스를 구축하는 '캠퍼스 X 네트워크'를 이야기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서울대와 지역사회 사이의 소통이 부족했는데, 더 이상 우리가 섬처럼 있어서는 안 된다. 관악 캠퍼스 주변 신림, 낙성대 지역의 낙후 및 치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서울대가 함께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가 지역 건물을 임대해 학생의 창업을 지원해줘서 ‘창업 거리’를 만드는 식이다. 낙성대는 IT, 신림과 노들섬은 문화·예술라는 주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시흥캠퍼스도 포함해 캠퍼스끼리 연계하겠다. 또 RC와 관련하여 기숙사 수용 인원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학교 차원에서 지역 원룸을 계약하고 미국의 프레터니티(fraternity, 미국의 대학생 사교모임)처럼 학생들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십시오.

  1987년 민주화 당시 서울대가 주축이 돼서 ‘민주화’라는 가치를 성실하게 수행했고,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 지금은 가치가 바뀌었는데 서울대가 그만큼 변화하지 않아 ‘기득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안개 속에서 서울대가 변화에 끌려가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도 혼자보다는 협력, 대화, 상호존중의 가치를 배웠으면 좋겠고, 인생을 길게 보면서 경쟁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