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힘내라는 인사
등록일 2018.06.06 14:18l최종 업데이트 2018.06.06 14:18l 송재인 편집장(gooay@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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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 앞엔 천막이 있습니다. 두 달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막은 요즈음 그야말로 찜통이라고 합니다. 천막이 들어서던 날엔 뜬금없는 눈이 내려 잠자리 추위를 걱정했는데, 어느새 학교엔 여름 녹음이 가득합니다. 천막을 오고가는 학우들과 마주칠 때면 “힘내”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이전에는 만날 때도, 짧은 수다 후 헤어질 때도 ‘안녕’을 말했는데, 이제 만남의 시작과 끝은 “힘내”라는 싱거운 말이 됐습니다.

  힘내라는 짧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지금이 도저히 힘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나름대로의 진단이겠지요. 사회학과 H교수의 비위를 공론화한 지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인권센터는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로 정직 3개월을 권고했고, 징계위는 두 번에 걸쳐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지난 5월 24일에는 대학원 대책위 10명 전원이 자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결의가 묻어나는 대책위원들의 얼굴을 사진 너머로 바라보며, 서글픈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권력에 균열을 내는 지난한 투쟁의 과정 속, 힘내라는 인사는 어쩌면 그들의 힘을 더 앗아가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동시에 힘내라는 말은 확신 어린 선언이자 스스로에게 고하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원 대책위와 학부생들, 그리고 학내외 사람들의 투쟁이 지난 시간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본부를 지날 때면 피켓을 든 학우들이 비장한 얼굴을 한 채 자리를 지켰고, 학내 곳곳엔 꾹꾹 눌러쓴 자보가 붙어있었습니다. 수차례의 기자회견, 연서명, 총학생회장의 단식까지. 우리의 투쟁은 곧 서로를, 우리를 돌보는 과정이었습니다. 투쟁에 힘을 보탠 이 그 누구도 오로지 자신을 위해 땀과 눈물을 쏟지 않았습니다. 피해당사자, 학과, 학교, 나아가 이 사회의 그 어떤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투쟁하고 연대했습니다. “힘내”라는 말은 서로를 보듬는 경험을 한 우리가 이미 승리했다는 확신을 담은 선언이었습니다.

  이번 학기를 마치면 졸업을 합니다. 관악에 “안녕”을 고할 때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한 번 “힘내”라는 말을 남기고자 합니다. 제가 관악에 머물던 지난 6년간 제도의 불합리와 권력의 전용에 맞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친 학우들, 그리고 여전히 이 가치들을 실천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히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단단한 승리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힘을 낼 자격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