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호 > 특집
탄압의 십자가 아래서 거세지는 동성애 혐오 속 억압받는 연대의 목소리
등록일 2018.09.06 12:25l최종 업데이트 2018.09.11 15:31l 왕익주 기자(dlrwn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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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4일,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시청광장을 둘러싸고 ‘동성애퀴어축제 반대국민대회’의 집회가 열렸다. 거리에서 성소수자에게 ‘회개하라, 돌아오라’ 외치는 이들의 수는 경찰 추산 9천 명에 달했다. 해당 집회를 기획한 대회장, 준비위원장, 사무총장은 모두 목사였다. 이들의 반대 집회 곁에서,개신교 단체인 ‘로뎀나무그늘교회’와 ‘무지개예수’는 시청 광장의 천막을 지키며 성소수자와의 연대를 이어갔다.

  반대 집회와 연대의 천막이 보여주듯 개신교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이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등 성소수자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개신교계에선 반대의 외침이 더 크게 들렸다. 이처럼 반대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이들과의 연대는 어렵게 하는 보수교단의 담론 환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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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열린 퀴어문화축제 행진 모습 ⓒ최한종 기자



가짜뉴스 위에 쌓아올린 반동성애의 논리
  
  차별금지법은 2008년부터 다섯 번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특히 2013년 최원식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마지막 두 건의 차별금지법은 의원 스스로 철회했다. ‘희망을만드는법’ 재단 조혜인 변호사는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을 직접 철회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당시 의원실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반대 측의 항의를 강하게 받았고, 이후 의원들 사이에 차별금지법 발의가 힘들다는 선례가 남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뿐만이 아니다. 보수 개신교는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에도 반대하고 있다. NAP는 법무부가 5년마다 갱신하는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국제인권조약이 제시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종합계획이다. 올해 두 번째 갱신을 위해 법무부가 내놓은 초안에는 기존의 ‘병력 및 성적 소수자’ 챕터가 제외됐다. 그럼에도 개신교 측은 ‘동성애·동성혼반대 국민연대’ 등을 축으로 반대집회를 이어갔다. NAP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과제로 한 것과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표현을 모니터링 한다는 내용 등이 문제시됐다. 신도들은 민주당사 앞에서 삭발을 했고, 목사들은 청와대 앞에서 혈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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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기독학생회 카카오톡 모임방에는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에 대한 반대 성명을 촉구하는 카카오톡이 올라왔다. 해당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57,619명이 서명했다.

 


  이러한 집회의 구호는 성경교리보단 표현의 자유와 에이즈 확산 방지 등의 공익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의견은 형사처벌 받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NAP 반대 집회에 참여한 한 목사는 “자유주의 국가라면 공적인 의견을 혐오라 못 박아 규제할 것이 아니라 토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며 차별금지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조혜인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취지는 교육·고용·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등의 영역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규제하는 데 있다”며 “차별금지법 원문엔 예배를 비롯한 공간에서의 의견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다”고 반박했다. 근거가 부족한 원색적인 혐오 표현 역시 유통된다. ‘기독교문서선교회’는 ‘동성애와 관련된 12가지 질문’이라는 책자에 동성애가 성도덕을 문란하게 한다는 취지로 ‘동성애자의 평균 파트너 수는 500명에 이른다’고 적었다. 해당 통계에는 출처가 없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 수간·시간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문구도 보였다. 역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질문하지 않는, 질문할 수 없는 신앙

  잘못된 정보가 끊이지 않고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소재 한 대형교회의 청년부 리더는 교회 공동체의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는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모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교회는 신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가족적인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신앙 공동체는 첨예한 논쟁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고, 신도들이 목사의 설교를 사실인지 확인하며 듣는 경우도 드물다. 목사가 동성애 혐오적인 가짜뉴스를 검증하지 않고 유포할 경우, 그 정보가 퍼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물론 가짜뉴스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교인들 중에는 성소수자도,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견은 교계의 공론장에서 억압의 대상이 된다.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에서 있었던 소위 ‘무지개 사건’은 교단이 성소수자와의 연대를 끊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장신대 학생 8명은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교내 예배당에서 6색 무지개깃발을 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를 인지한 학교는 해당 학생들의 처분을 위해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을 게시한 신학대학원 학생에게는 정학 6개월, 함께 사진을 찍은 신학대학원 학생 3명에게는 근신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예배를 방해했으며, 교수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징계의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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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기독학생회 카카오톡 모임방에는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에 대한 반대 성명을 촉구하는 카카오톡이 올라왔다. 해당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57,619명이 서명했다.



  징계를 받은 한 신학대학원 학생은 “징계의 근거가 된 규정은 명목상 동성애와 무관하지만 명백히 동성애 연대에 대한 처벌”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징계위 측에 무지개깃발을 든 것이 ‘혐오를 반대하는’ 취지라 밝혔으나 징계위는 학생들에게 ‘동성애 반대’라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징계 이후 장신대는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 및 대·내외 대처 현황’이라는 소책자에 해당 학생들의 징계 사실을 싣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재심 청원 이후 징계위의 대처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정학과 근신 외에도 반성문, 기도수련회, 사회봉사 100시간 등의 처분이 나왔다”고 밝힌 그는 “학생들이 재심을 신청한 뒤에도 징계위는 기존에 내려진 징계를 따르라며, 3일간 기도수련회에 다녀오면 사회봉사 84시간을 인정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며 거부했다.

  학생들은 부당한 징계가 가능한 이유로 동성애 담론에 억압적인 학교의 분위기를 지적한다. 평소 수업 중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이들은 “많은 교수가 계약직이거나 목사를 겸하는 겸임교수”이기에 교수가 교단의 뜻을 거슬러 동성애에 관한 내용을 수업하거나 연대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직접 퀴어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자 했을 때도 장신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소수자 교회에서 목회하는 박진영 목사를 초청해 학교에서 강연을 열고자 했으나, 학교는 세미나 장소를 내주지 않았다. 

  장신대가 동성애에 관한 논의를 금지하는 것은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의 정책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헌법시행규칙 제26조 12를 통해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고규정하고 있다. 한 학생은 해당 규칙을 언급하며 “학교엔 동성애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교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생의 성소수자 친화적 활동을 금지하고 입학 시 반동성애 서약을 의무화하는 최근의 정책 역시 교단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며, 교단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교단은 다음 세대 개신교 목회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었다.


가(可)하시면 ‘예’하십시오

  통계청 추산 1천만의 교세를 자랑하는 개신교는 교단의 수가 14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구성이 다양하다. 교단별로 정치색이 다르고, 소속된 교단을 통해 신도가 동성애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예단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교단이라는 단위가 중요한 이유는 각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가 갖는 권한과 영향력 때문이다. 장신대의 징계 당사자가 언급한 예장통합 헌법시행규칙 26조의 12 역시 작년 9월 열린 예장통합 102회 총회를 통해 결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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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누리 기자



  총회는 해당 교단의 행정·입법·사법을 담당하는 전국 수준의 기구다. 개별 교회는 각 교회의 회의체인 당회를 두는데, 당회는 서울북부, 경북 등의 지역을 기준으로 노회에 소속되며 노회는 다시 총회라는 전국적 의결기구에 편입된다. 270만 가량의 신도와 7개 신학대학이 소속된 예장통합의 경우, 68개 노회에서 세례교인 수에 비례해 선출된 1500명의 총회대의원(총대)이 총회를 구성한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나흘간 모여 헌법 개정, 상임부의 제안 수락, 예산안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예장뉴스> 편집인 유재무 목사는 각 노회에서 총대를 선출하는 과정상 총회의 인적 구성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각 노회의 목사와 장로는 입후보 과정 없이 총대 선거의 피선거자가 된다. 자연스럽게 총대는 중·대형 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사회적 직위가 안정적인 50대 이상 남성 위주로 선출된다. 그는 “총대 선거는 정책 없이 인물만 두고 이뤄진다”며 총대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그는 최근 총대 내에서 “인적 구성을 쇄신하기 위해 노회 당 적어도 한 명은 여성 총대를 선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여성 총대 수는 여전히 15명 내외에 머물고 있다”며 총회의 편향된 인적구성을 비판했다.

  총회의 보수성은 소수 의견의 반영이 보장되지 않는 입법과정으로 강화됐다. 헌법시행규칙 제26조 12는 부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규칙의 예다. 실무를 맡은 ‘헌법개정위원회’가 총회에 제안한 해당 규칙의 원안에는 ‘동성애자는 (예장통합 소속 단체의) 직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헌법개정위의 발의를 들은 대의원 고만호 목사는 “동성애자보다 더 큰 문제는 동성애 옹호자이며, 신학대에서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가르치는 자”라며 헌법개정위의 안을 “동성애자와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 직원 및 신학대학 교직원이 될 수 없다”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고만호 목사의 제안이 끝나자 총회장은 즉시 1500명의 총대에게 “가(可)하시면 예하십시오”라 물었다. “예!” 함성이 들렸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다음날, 고 목사의 제안은 총대의 거수투표로 과반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고 목사가 현장에서 헌법개정위에 제시한 자구는 그대로헌법시행규칙에 등록됐다. 

  유재무 목사는 “총회의 의결 과정은 본래 이처럼 허술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명성교회 세습 건만 해도 관련 위원회가 1년 간 연구하고 교단 내에서 국회 법사위격인 규칙부의 검토를 받아 의결이 이루어졌음을 예로 들었다. 그는 “유독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대응이 지배적”이라며 30여 년간의 논의 끝에 2008년에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를 허용한 미국장로회와 비교되는 예장통합의 논의 방식을 꼬집었다.


억압 없는 토론이 무너뜨린 차별의 규칙 

  미국장로교 총회의 동성애자 목사 안수 승인은 차분한 토론이 이끌어낸 변화다. 1976년, 미국장로교 총회는 동성애자가 안수를 받을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조직했다. 2년 뒤 특위는 성경을 해석하는 서로 다른 이론에 기초한 네 개의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한다. 비록 당시 총회는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를 반대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동성애적 도착증’라는 성경 구절의 번역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국장로교 총회는 2001년 다시 특위를 구성해 4년간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한 끝에 이를 전면 허용한다. 한국의 예장통합 역시 2016년 총회에서 ‘동성애 대책위원회’를 신설했으나 이들의 활동은 1년 후 총회에 ‘동성애는 성경이 규정하는 죄’라는 요지의 성명문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해당 위원회의 연간 활동 보고에는 장기적 연구 활동이 포함되지 않았다. ‘퀴어문화축제 반대 국민대회’에 1천만 원을 지원한다는 제안이 연구를 대신했다.

  한 신자는 “교회 공동체는 가깝고 총회는 멀다”며 평소 교회에서 총회의 결정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총회가 교단의 여론을 장악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총회는 동성애를 교회의 죄로 규정함으로써 교단 내 반동성애 주장에 힘을 싣는 한편, 마주 잡은 연대의 손은 동성애에 적대적인 교단의 법률로 끊어냈다. ‘질문하지 않는 신앙’ 속 퍼진 가짜뉴스는 성소수자를 교회 뿐 아니라 사회의 죄인으로 규정했다. 토론 없는 정죄가 이어지며, 많은 신도들은 정체성과 신앙 혹은 양심과 신앙 사이의 양자택일에 내몰리고 있다.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