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호 > 특집
무더위가 생협 식당에 남긴 자취 폭염에 위협받는 생협 노동자 건강권
등록일 2018.09.06 14:47l최종 업데이트 2018.09.11 21:28l 이선아 기자 l2jenv@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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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노동자 및 사무처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찜통’ 조리실이 남긴 열병과 땀띠

  8월 3일, 농생대 3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명이 구토 증상을 보였다. 덥고 습한 조리실에서 일하느라 온열병에 걸린 것 같다고 주변 동료들이 말했다. 뒤이어 두 명도 설사와 복통을 호소했다. 에어컨 바람이 미치지 못하는 더운 곳에서 일하면서 차가운 물을 계속 마시느라 장염에 걸린 것이다. 조기 퇴근을 하고 돌아가는 동료를 보는 내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3식당 4층 조리실에는 에어컨 한 대와 선풍기 세 대가 설치돼있는데, 조리실의 무더운 공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조리실은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평수의 3배에 해당하는 냉방 면적의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4층 에어컨은 가정용 벽걸이형이라 배식대나 퇴식구까지 바람이 미치지 못한다. 사무처에서 더운 날씨를 고려해 식단표에서 뚝배기나 찌개 메뉴를 줄였지만,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열 조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생협 식당은 빠른 조리를 위해 스팀 솥을 쓰는데, 스팀이 매우 뜨겁고 습한 데다 조리실의 환기가 잘되지 않아 겨드랑이와 가슴 밑 부분에 땀띠가 생긴다. 밤마다 땀띠가 난 부분이 따가워 얼린 생수병으로 찜질을 해야만 잠을 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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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다습한 조리실에서 장시간 일하고 나면 겨드랑이에 땀띠가 생긴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식당 청소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학생들이 밥을 먹는 식당 홀에 에어컨을 틀면 그나마 주방 쪽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지만, 학생들의 식사가 끝나는 오후 1시 반이면 칼같이 냉방이 중단된다. 식당 청소를 할 때 에어컨을 잠시 틀고 싶어도 식당 홀의 에어컨은 중앙냉방 시스템이라 개별적으로 켜고 끄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 노조와 사무처의 면담 결과, 식당 홀의 에어컨을 30분 더 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시 이후에는 다시 후덥지근한 조리실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3식당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자하연 식당에서 일하는 동료는 조리·배식 공간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 세 대만 설치돼있어, 이번 여름이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무처에 에어컨 설치를 꾸준히 요구한 결과, 8월 초 에어컨 설치업체가 자하연 식당을 방문했다. 하지만 건물 설계 단계부터 식당 주방이 협소하게 설계돼 대형 에어컨은 설치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간 부족으로 인해 벽걸이형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만으로는 주방의 열기를 식히기 충분치 않다. 결국 기록적인 폭염이 잇달았던 올여름이 끝나도록 자하연 식당의 조리·배식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못했다.


전쟁 같은 급식노동, 깊어지는 골병

  정신없이 바쁜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늦은 식사를 하려고 저린 어깨를 두드리며 식탁에 앉았다. 수백 명의 식판에 국을 푸고, 잔반 처리와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어깨와 손목이 저리다. 옆에 있던 조리사가 웃으면서 “힘드시죠?”하고 말을 건넸다. 올해로 만 24년째 생협에서 일하는 조리사의 손가락도 수시로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느라 마디마디 휘어져 있다. 냉동고와 냉장실의 공간이 좁아 재료 하나를 꺼내려 할 때마다 무거운 식자재를 모두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는 며칠 전 무릎이 아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흔히 ‘뼈주사’라고도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어깨나 무릎, 허리에 맞으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이 진행한 생협 식당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식당 노동자 10명 중 7~8명가량이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뼈주사를 맞는다. 장기간 주사를 맞으면 면역력 저하나 고혈압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아파서 일을 쉴 수 없으니 임시방편으로 주사를 맞고 일터로 돌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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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불을 사용하는 조리실에는 화상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생활협동조합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게실에 들렀다. 3식당은 다른 식당보다 여성 조리원의 수가 많아 인원 대비 휴게실 면적이 작다. 그래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방학 때는 식사시간을 포함해 1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1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재빠르게 배식대로 돌아가야 한다. 높은 업무 강도는 지난해 6월 생협 무기계약직 전원이 정규직 전환된 이후, 사무처가 2년 이하의 계약직을 주로 채용한 것과 맞닿아있다. 숙련된 직원의 계약이 만료되면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데, 신입 직원이 일을 배우고 적응하는 동안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무처는 학교 급식의 특성상 방학 중 식수가 학기 중의 절반가량으로 줄기 때문에 계약직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리나 배식 같이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에서 머릿수만 맞춰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녁 배식까지 마치자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옷이 땀으로 흥건하다. 올해 새로 받은 작업복은 통풍이 잘 안 되는 재질로 만들어져, 땀에 젖으면 다리에 달라붙곤 한다. 샤워라도 하고 퇴근하고 싶었지만, 3식당 여성 샤워시설이 충분히 크지 않아 조리원 모두가 씻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 땀에 젖은 옷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파도 일터로 돌아오는 사람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 온열질환과 장염 증상을 보였던 동료 세 명이 다시 출근했다. 병원에 잘 갔다 왔냐고 물었더니 병원에 가지도 않았단다. “가면 내 돈만 나가는데, 집에서 쉬는 게 낫지.” 작년에 정규직 전환이 된 이후, 2호봉이 된 내 기본급은 162만 원이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기 때문에 받는 ‘최저임금 미달 보전금’까지 합하면 170만 원을 겨우 넘는다. 월세나 가족 생활비를 생각하면 병원비가 아깝다는 동료의 말이 이해가 갔다. 식당 동료가 예전에 허리디스크로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업무상 부상 및 질병임을 입증하기 어렵고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실제로 ‘비서공’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당 노동자 68명 중 61명이 치료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했다고 답했다.

  병가나 휴직 신청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동료들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한 달 미만의 단기 병가나 휴직을 신청하면 빠진 사람의 업무를 남은 사람들이 나누어 맡는 식인데, 사무처는 한 달 미만의 단기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병가를 내면 주변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장기 휴직을 신청하지 않는 이상 발가락이 골절되거나 허리를 다쳐도 선뜻 병가를 신청하기 어렵다. ‘아프면 아예 퇴직해서 새로운 사람을 뽑게 하자’는 농담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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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 노동자는 에어컨 바람이 퇴식구까지 미치지 못해, 잔반 처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김종현 기자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온다.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동료에게 다시 한 번 괜찮냐고 물어보려다 분주히 움직이는 영양사와 조리사를 보고 앞치마를 고쳐 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위가 한풀 꺾이길 바라며, 조리실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대 노동자, 이번 여름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