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호 > 특집
건강하고 안전한 서울대 일터를 위해서 환경개선에 관한 본부의 책임 강화 및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해
등록일 2018.09.06 16:44l최종 업데이트 2018.09.11 21:28l 이선아 기자(l2jenv@snu.ac.kr); 김건우 기자(kon951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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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 안전한 일터 그리고 쾌적한 휴게공간에 대한 생협 노동자와 청소·경비 노동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더위가 한풀 꺾였다. 가을이 시작되는 듯 이제 바람은 선선하지만,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내내 왜 이들은 에어컨 없이 버텼어야만 했는지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 


생협 노동자는 왜 본부로부터 외면받았나

  “최저임금! 열악한 근무 조건과 환경!”, “스테로이드 주사 이제 그만!”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던 지난 7월 9일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직영화를 요구하는 출퇴근 선전전을 시작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15일간 진행된 선전전에서 노조원들은 생협 식당의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규탄했다. 특히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3식당 조리원 노동자 세 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면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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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부터 15일간 대학노조는 생협 식당의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생협 식당 노동자 처우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은 생협이 ‘자체 법인’이라는 점과 관련 있다. 생협의 모체는 본부 후생과 소속 ‘소비조합’으로, 2001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자체 법인으로 분리됐다. 형식상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본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법인을 운영해야 하는데, 생협 사무처는 생협이 재정난을 겪고 있어 노조 요구안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생협 사무처 관계자는 “(노동자) 복지나 처우 개선은 모두 재원의 문제”라며, “독립회사 내부에서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구조조정이나 식대 인상 같은 카드밖에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협은 실상 본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법인이라고 할 수 없다. 생협 수익이 학내 구성원 복지에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영업이익 중 약 60%를 발전기금으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발전기금 중 일부는 시설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생협의 식당 시설 개선에 사용된다. 본부 운영방침이 식당운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월 생협은 본부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연구소(101동) 감골식당을 할랄식 외부업체로 전환했다. 이처럼 생협과 본부는 실질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생협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는 본부가 아닌 생협 법인의 재정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협은 외부업체 위탁을 통해 지출이 큰 직영식당을 축소하고, 식당사업의 적자를 상당 부분 보전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FS식당사업부는 약 5억7천만 원의 적자를 냈지만, 위탁 운영 수수료와 다과·문구잡화부의 수익 등으로 적자를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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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은 외부업체 위탁 운영 수수료와 다과·문화잡화부의 수익으로 식당사업부의 적자를 메꾼다. ⓒ최한종 기자



  문제는 외부업체가 늘어나면서 생협 직영식당 노동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협이 직영하던 감골식당이 외부업체로 전환되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던 조리원 노동자가 재계약을 하지 못해 생협을 떠나기도 했다. 이창수 대학노조 부위원장은 “식대 인상 없이 생협 식당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협 직영식당 유지와 더불어 본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생협 노동자들은 생협이 ‘서로 돕는 협동 정신’이라는 기치하에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본부가 생협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남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뜨거운 땡볕 아래서 식당 노동자들이 2주간 피켓을 들었던 이유다.


청소·경비 노동자에게 간접고용이 남긴 흔적

  같은 학내 육체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직군별로 다르다. 서울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 서울대지부 기계·전기 분회의 경우, 분회장 인터뷰 결과 휴게 공간 내 에어컨 설치 등 환경개선에 대한 불만은 적다고 답변했다. 대학노조 운수 노동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사항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민원이 잘 받아들여지는 편이며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열악한 휴게공간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개선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성토한 일반노조 청소·경비 분회장과는 입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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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당시 집회 사진. 일반노조 서울대분회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는 근로조건 및 노동환경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지원 기자



  왜 어떤 노동자는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잘 받아들여진다고 느낀 반면, 다른 노동자는 그러지 못했을까? 차이는 환경개선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를 본부 특정 부서가 일괄적으로 취합하고 반영하는지 여부에 있다. 관악캠퍼스 기계·전기 노동자와 운수노동자는 각각 본부 시설관리과, 총무과 소속이다. 정리된 요구사항을 해당 부서에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줄 수 있다. 반면 청소·경비 노동자의 일터와 휴게공간에 대한 관리는 이들을 발령(고용)한 각 단과대학 및 기관이 담당한다. 이들은 지난 무기계약직 전환 당시 총장 발령으로 직접 고용됐지만, 임금이나 연가·병가 사용 등 거시적인 근로조건만 본부와의 단체협상(단협)을 통해 정한다. 휴게공간을 포함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노동자는 단과대 및 기관과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 단과대학이 예산상의 이유나 기타 자율적 판단에 의해 노동환경 개선에 특별히 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분조 일반노조 청소·경비 분회장은 “(본부는) 파견·용역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시설관리직 노동자를 각 단과대 시설관리 부서에서 제 가족처럼 여기라고 전달했으나, 각 단과대 담당자 별로 받아들이는 바가 달랐다”며 씁쓸해했다. 최 분회장에 따르면 실제로 공과대학의 한 행정실장은 특정 교수의 반대 때문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에 에어컨을 달아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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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별로 발령 주체를 정리한 도표. 빨간색은 직접 고용 주체를 가리키고, 파란색은 발령 주체를 가리킨다. ⓒwww.flaticon.com(아이콘), 김건우 기자



  청소·경비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최종적 책임이 있는 캠퍼스관리과에 열악한 휴게공간에 관해 파악하고 있는지 문의한 결과, “행정실장 회의 등을 통해 각 기관별로 소속된 청소원 직원의 의견 청취 및 공유를 충분히 하도록 (각 기관에) 안내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휴게공간과 같은 환경개선의 문제는 각 대학 및 기관이 “해당 기관의 예산 범위 내에서, 해당 기관의 판단에 따라 진행한다”며 캠퍼스관리과의 담당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조승규 노무사에 따르면 이는 서울대에 존재하는 특수한 간접고용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조 노무사는 이것이 “사실상의 용역 체계”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몫이 담긴 예산은 원청인 본부에서 분배하지만, 하청인 단과대의 자체적 예산 운영방침에 의해 노동환경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이 하도급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조승규 노무사는 그 배경에 단과대 및 기관의 자율성과 권한이 강한 서울대의 문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본부는 단과대에 예산을 배분할 때 ‘인건비’처럼 구체적인 항목을 지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단과대 및 기관장은 노동자의 인건비나 환경개선을 위한 비용을 자율적으로 편성한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위한 공동모임(비서공)’ 윤민정(정치외교 15) 공동대표는 “본부는 유연한 경영을 위해 이들을 위한 예산을 고정비용으로 두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전형적인 간접고용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본부의 책임 강화해야

  윤민정 비서공 공동대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단과대 및 기관에 분산된 인건비를 본부가 통합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총장발령을 통해 지금은 단과대 및 기관에 소속된 노동자의 법적 고용주체를 본부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윤 공동대표는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일괄적인 노동규칙이나 기준을 적용해야 열악한 여건에 처한 단과대나 기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규 노무사는 단과대 및 기관에게 “예산이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만큼, 본부가 노동환경 개선에 의지가 있더라도 간단히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조 노무사 역시 총장 직접 고용까지는 힘들더라도 인건비만큼은 본부가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내 노동자 모두를 총장 발령으로 둘 수는 없더라도 본부가 적절한 노동환경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단과대 및 기관이 이를 준수하도록 지원·관리·감독할 필요는 있다. 서울시는 서울대가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다. 2014년 5월 서울시는 1인당 적정면적, 조명·공기·소음 등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점검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발표된 서울시의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른 청소근로환경시설 개선 추진보고’에 따르면, 가이드라인 발표 및 점검 결과 54개의 휴게시설이 개선되고, 휴게시설에 대한 노동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서울시는 먼저 수요조사를 통해 개선사업 시행에 필요한 소요예산이 큰 시설을 선정했다. 이후 조사결과를 기초로 편성된 해당년도 사업비를 각 시설에 재배정해주는 방식으로 개선사업을 지원했다. 서울대의 경우 본부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 단과대 및 기관에 예산을 지원해주는 일이 가능하다. 

  조승규 노무사에 따르면, 본부는 단과대 및 기관에 나눠서 지급하고 있는 노동 관련 예산을 통제할 법적 권한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서울대 정관이 그 근거라고 조 노무사는 설명했다. 현재 서울대 정관은 모든 직원에 대한 임명권한과 책임의 주체를 총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 노무사는 학내에서 노동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누가 지는지 살펴보면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미술관(MoA) 차별시정 사건 당시 피고는 해당 직원을 관리하던 미술관장이 아니라 총장이었다. 조 노무사는 “많은 반발에 부딪히겠지만, 그건(예산 통제권은) 원래 단과대로 넘어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넘어간 것”이라며 “적어도 노동에 대한 예산은 본부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과대 차원에서 책임질 수 없는 학내 노동자의 기본적인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은 본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협도 마찬가지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협동조합 운동의 결과로 탄생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독립성이 매우 떨어지는 생협이 현재 상황에서 자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조승규 노무사의 판단이다. 조 노무사에 따르면 조합원인 학생의 의사결정권한이 극히 적으며, 대의원조차 발언권이 크지 않은 현재의 생협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자율성이 상실된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선 이사장 등 핵심 인사를 당연직으로 채우는 본부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 노무사는 생협 직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궁여지책이더라도 “생협에 대한 본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협 직영화를 통해 본부가 생협 노동자의 복지와 근로조건을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폭염이 새로운 사회적 재난으로 등장한 지금, 외면받던 육체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7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쾌적하고 안전한 노동자 휴게시설을 마련하라며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발표했다. 바로 다음 달 9월부터 노동부는 청소·경비 용역장에 중점을 두고 대대적인 실태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본부가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대 노동자, 이번 여름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