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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는 왜 지하주차장에서 쉬게 됐을까? "새벽부터 청소하고 들어오면 휴게실은 매연으로 가득하죠"
등록일 2018.09.08 00:43l최종 업데이트 2018.09.11 21:29l 김가람 기자(1004g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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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 심각한 노동조건에 건강을 위협받은 이는 생활협동조합의 노동자만이 아니다(<서울대저널>, “무더위가 생협 식당에 남긴 자취”). 건물의 청소를 담당하거나 경비업무를 보는 노동자들에게도 찌는 듯한 폭염은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이었다. 새벽에 출근해 건물 곳곳을 누빈 이들이 잠시 짬을 내어 편히 누울 곳은 휴게실뿐이지만, 이곳의 사정은 그렇게 마땅치 않다. 에어컨도 없는 계단 밑 임시 건물이나 지하주차장 휴게실에서 ‘휴게’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서울대저널>이 들어봤다.


지하주차장 공기를 들이마시는 휴게실

  222동 생활과학대학(생활대) 지하 2층 주차장 구석에 자리 잡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실. 생활대 창고 옆 변변찮은 팻말조차 붙어있지 않은 이곳에는 노동자 휴게실 3개가 연달아 있다. 직접 자신의 휴게공간을 보여준 청소노동자 이연주(가명) 씨는 이번 여름, 좀처럼 휴게실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주차장에서 뿜어나오는 매연이었다. 지하주차장의 특성상, 휴게공간에는 바깥이 보이는 어떤 창문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방별로 환풍구가 한 개씩 달려 바깥과 안 공기의 순환을 돕는다. 하지만 환풍구마저 제대로 된 역할은 못 한다. 환풍구가 뚫린 바깥 공간은 차가 이동하고 시동이 켜지는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역시 환풍구가 있는 벽 바로 앞에는 차가 한 대 서있었다. 얼마나 많은 차가 이 앞을 지나갔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휴게공간 곳곳에는 매캐한 냄새가 묻어있었다. 이연주(가명) 씨는 휴게공간을 바라보며 “지하 2층, 그것도 주차장에 있는 휴게실에 정말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2) 환풍기 위치.JPG

▲222동 청소노동자 휴게실 환풍구는 지하주차장 쪽으로 뚫려있다. 환풍구 바로 앞에는 차가 주차돼있다. ⓒ김건우 기자



  이연주(가명) 씨는 방의 유일한 환기시설인 환풍구를 통해서 “주차장 매연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겨울에는 문을 닫고 살잖아요. 신발 벗어놓은 곳에는 시커먼 매연 그을음이 놓여있어요”라고 말하는 이 씨에게 나쁜 공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맞닥뜨리는 일상이 됐다. 하늘이 뿌연 날이든 깨끗한 날이든, 지하 2층 주차장에 앉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들이마시는 공기는 늘 한결같다. 휴게공간 바로 옆 창고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는 매연과 뒤섞여 공간을 가득 채웠다. “(청소·경비 노동자) 다들 조금씩 만성비염이나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산다”는 이 씨는 “설마 그게 휴게실 공기 때문이었을까”라며 농담 섞인 의심을 표했다.

  공기 질에 대한 불편사항을 단과대 행정실에 꾸준히 제기한 결과, 2년 전 이들의 휴게공간에는 생활대에서 제공한 공기청정기가 놓였다. 여전히 제대로 된 환기는 한 번도 못 해본 곳이지만, 방 안에서 나는 공기청정기 소리는 이들에게 작은 안도감을 줬다. 이 씨는 공기청정기를 바라보며 “(다른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실인) 계단 밑 임시 건물에는 청정기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3) 공기청정기.JPG

▲청소·경비노동자의 지하주차장 휴게실 내부. 창문 없는 벽에 뚫린 조그만 환풍구가 이곳의 유일한 환기시설이다. 바닥에는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있다. ⓒ김건우 기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리는 차 소리는 청소노동자 이연주(가명) 씨의 말을 이따금씩 멈추게 했다. 자동차가 코너를 도는 소리, 타이어가 바닥에 쓸리는 소리, 후방경고음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휴대용 라디오도 터지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 퍼지는 유일한 소리는 ‘소리’라기 보단 ‘소음’에 가까웠다. 이 씨 옆에 있던 장대범(가명) 씨는 매일 이렇게 자동차 소리가 심하게 들리는지 묻는 기자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에어컨 없이 ‘휴게’할 수 있을까

  이번 여름, 222동 휴게공간을 괴롭힌 건 매연과 곰팡이, 자동자 소음으로 그치지 않았다.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요즘 청소노동자들은 일하는 동안 학교에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서 일을 끝낸다. 덕분에 점심 휴게시간을 조금 더 가지게 됐지만, 결국 이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에어컨 없는 휴게실이다. 새벽부터 일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휴게실 선풍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연주(가명) 씨는 “일하고 오면 휴게실이 바깥보다 더 덥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 우리가 올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라면서도 40도가 웃도는 이번 여름엔 그마저 사용하기 힘들어 휴게공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단과대 행정실에 에어컨 설치를 건의했던 일반노조 최분조 시설분회장은 “(해당 단과대에서) 지하주차장에 실외기를 설치하기 어려워 에어컨 설치가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최 분회장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휴게실 에어컨 시설은 꼭 개선돼야한다”며 “단과대별로 휴게실에 에어컨이 없는 곳이 있는지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학내에 에어컨 없는 휴게실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휴게실로 마련된 곳 중에는 애초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공간도 있다. 최분조 시설분회장은 에어컨이 없는 휴게실 중 계단 밑 임시 건물의 경우 담당 행정실로부터 건축법상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이 청소노동자의 휴게실로 활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 분회장은 “건물 설계부터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공간배정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신축될 건물에서는 노동자의 휴게·편의 공간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 계단 밑 임시건물.JPG

▲지하 2층 계단 밑 임시건물은 222동 청소·경비노동자의 휴게공간으로 이용된다. 이번 여름에도 이곳엔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했다. ⓒ김건우 기자



  그래서인지 청소·경비 노동자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내는 ‘전문가’가 됐다. 이번 여름은 휴게실이 아닌 에어컨이 나오는 일반노조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이연주(가명) 씨는 “(노조 사무실) 에어컨이 고장 났을 때는 식당에 밥 먹으러 일부러 일찍 나가서 앉아있었다”며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전했다. 


휴게공간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올해 8월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휴게공간에서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 가이드는 구체적인 설치기준이 없었던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휴게공간의 위치, 규모, 온도, 습도, 소음 등의 세부기준을 담았다. 가이드의 ‘휴게시설 위치’ 편은 “지하는 옥내공기·악취 등 환경이 열악하므로 (휴게시설은) 가급적 지상에 설치합니다”라고 권고한다. 또 여름철에는 20~28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환기설비를 활용하여 쾌적한 공기 질을 확보”하도록 안내한다.

  “난 정말 햇빛 드는 데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연주(가명) 씨의 바람은 휴게공간을 지상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지상에 휴게공간을 새로 설치하게 되면 지금 겪고 있는 매연과 소음 문제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상에는 에어컨을 설치하기 더 편하지 않겠냐는 것이 청소노동자들의 생각이다. 최분조 시설분회장은 “건물에 공간이 부족해 학생들조차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단과대 행정실에 휴게시설로 삼을만한 공간을 제안했으나 소방법 위배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생활대 행정실 측은 “공기질이나 에어컨에 대해 노동자들이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행정실 차원에서도 (휴게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상으로 휴게공간을 이동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생활대 행정실은 “가급적 지상공간으로 (휴게실을) 해드리려 하지만 학교가 수업과 연구 위주이고, 그런 이유 때문에 행정실도 지하 1층에 내려와있다”며 “(단과대 행정실)차원에서 해결이 힘든 부분이라 (노동자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1) 휴게시설 위치.JPG

▲222동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 연달아 붙어있다. 회색 문을 열면, 창고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가 이 공간을가 득 채운다. ⓒ김건우 기자



  한편 생활대 행정실은 노동자 휴게시설 옆 창고를 올 9월부터 강의실로 사용하기 위해 환경개선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렇게 만들어질 강의실의 에어컨 설치를 위해 지하주차장에 실외기 공사를 하면, 바로 붙어있는 노동자 휴게시설에도 냉방시설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휴게시설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창고가 강의실로 개조되면서 세 방이었던 휴게실이 두 방으로 줄거나, 혹은 그것마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들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일이 필요할까.


서울대 노동자, 이번 여름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