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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공결제, 역차별과 모성보호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제도 시행보다 월경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등록일 2018.09.08 00:32l최종 업데이트 2018.09.10 22:44l 김가람 기자(1004g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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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생리공결제 전산화 방침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공결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던 기존방식은 폐지되고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결을 신청하게 된다. 학생이 월경 시작일을 온라인에 등록하면 해당 날짜에만 공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은 “생리공결제 전산화는 양식을 작성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폼(form, 양식)이 자동 생성된다는 점, 생리 기간 이외에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편의성과 남용방지를 제도변화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외대 학생의 반발은 거셌다. 총학생회의 방침이 일방적이라는 지적부터, 전산 상에 월경 시작일을 남기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외대 학생 최인주(가명) 씨는 “(생리공결제 사용을 위해선)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전산으로 입력하고 증명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생리공결) 사용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택한 명지대나 동덕여대 등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생리공결을 쓰기 위해 월경 시작일을 등록할 필요가 없다.

  논란이 거세지자,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은 “(생리공결제 전산화 시 생리시작일을 입력하도록 한 조치는) 개인의 생리주기를 전산 관리하는 것이 아니”며 “절차의 간소화가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논란이 된 대학 생리공결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 등 학생복지의 새로운 의제로 등장했다. 


대학 생리공결제, 주요 쟁점은 악용?

  생리공결제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부에 모성권 보호를 위한 생리공결의 필요성을 권고하며 시작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06년 3월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대학에는 생리공결제도를 자율적으로 논의 후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한 일부 대학은 생리공결제를 실시하거나 시범운영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생리공결 신청 방식, 공결처리 수업시수, 시험기간 사용 가능 여부 등, 구체적인 방식은 대학별로 상이하게 적용됐다. 교수의 재량을 강조하는 대학 특성상 공식적인 생리공결제도가 있어도 교수에 따라 생리공결 신청서를 받아주지 않는 사례도 등장한다. 생리공결을 도입한 이후 폐지한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2008년 8월 생리공결제가 도입의 취지와 다르게 일반결석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왔다고 판단해 제도를 폐지했다. 

  생리공결제의 악용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생리나 생리통 증상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대학교 보건소에서 생리 확인을 받거나, 병원 진단서를 받아서 제출해야 하는 등의 사항이 부가되는 방식이다. 한양대는 학생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후 ‘생리통’ 혹은 ‘월경통’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상지대는 학생이 교내 보건소에서 소변검사를 통해 생리 중인 것을 증명하면 생리공결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기준은 개인마다 달라 생리통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진단서를 학교 근무시간 내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불편함도 가중된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이 생리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병원에서 증명서류를 받아 학교 근무시간 내에 제출했다고 가정해보자. 제도를 악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 학생은 생리공결제를 통해 휴식을 취하려던 본래의 목적과는 다소 떨어진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악용에 대한 우려로 증명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면서, 여학생에게 생리공결제는 가시방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인주(가명) 씨는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면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의심받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서화 여성학 연구자는 “악용의 소지가 있어서 생리공결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논리가 나오고 있으나, 이는 부적절하다”며 “똑같은 논리를 일반 병결처리에 적용했을 때, 혜택을 받는 사람까지 무력화하면서 제도를 없애자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자는 더 나아가 “월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학 내에서 공결제에 대한 논의는 핵심이 아닌 곳에 빠지기 쉽다”고 주장했다. 논의를 통해 생리공결제도의 목적이나 의미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제도의 정당성을 증명하거나, 사용일수와 증명방식 등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따지는데 몰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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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생리공결제 시행 여부. 시행여부 외에도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대학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2007년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리공결제에 찬성하는 서울대 학생은 77%에 달했다.(<서울대저널>, “여학생 수업권, 한 걸음 더 가까이”) 하지만 서울대는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해당 제도를 담당하는 교무처 학사과는 생리공결제에 대한 <서울대저널>의 물음에 제도 시행에 대한 내부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언론사에 따르면 서울대는 “‘제도 악용 가능성’, ‘권리 과잉 주장’이라는 반대 의견을 불식시킬 구체적인 시행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공결제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위키트리>, “10년째 악용·역차별 논란, ‘대학 생리공결제’”) 

  교육부에 의해 생리공결제가 제도화된 지 12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서울대에서 생리공결제는 활발하게 언급되는 의제가 아니다. 2006년 말 실시된 50대 총학생회 선거에 생리공결제·생리휴강을 적시한 선본이 처음 등장했지만 낙선하면서 관련 논의가 사라졌다. 자치도서관과 총학생회 홈페이지에서 교육개선협의회나 총운영위원회에 남아있는 생리공결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의 제도 도입 가능성에 낙관적일 수 없는 이유다. 


다양한 신체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때

  유독 생리공결제에 대한 논의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서화 여성학 연구자는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 연구자는 “여성이 월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논의해 본 적도, 이 경험을 어떻게 보편타당한 언어로 이해하도록 만들지 고민해 본 적도 없다”며 월경이 지금껏 사회적 논의의 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못한 현실을 비판했다.


(2) 외대 생리공결 신청서.JPG

▲생리공결제 전산화 이전에 한국외대에서는 학생이 생리공결 신청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또 김서화 연구자는 과거 월경이 신경질적 증상이나 비이성적 사고방식의 원인으로 여겨져 여성혐오의 근원으로 작동했던 때와 비교해 현재도 월경을 “질병 취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경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선, 월경을 경험했던 혹은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월경을 ‘재의미화’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월경을 단순화했던 기존의 관념들, 예를 들어 ‘모든 여성은 28일에 한 번 일주일씩 배가 아프고 감정적으로 변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월경의 주기, 길이, 증상, 도구, 인식 등은 여성마다 다르고, 심지어 한 여성의 월경이라 할지라도 생애주기나 상황에 따라 월경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김 연구자는 월경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진 후 “사회가 여성의 월경 경험을 얼마나 신뢰하고 이를 공적인 지식으로 인정하는가가 (앞으로 진행될 생리공결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생리공결제가 모성의 보호 차원에서 논의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건강권의 한 측면으로 대두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서화 연구자는 “(생리공결제가 근거하는 건강권은) 공적 공간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건강한 남성의 몸에서 벗어난 다양한 몸에 대한 사회적 권리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논의를 확장했다. “몸의 차이가 극명해지는 순간에 불이익을 받거나 불편함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신체에 대한 이해가 평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김 연구자는 덧붙였다.

  생리공결제를 학생 일반 의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민정(정치외교 15) 사회대 학생회장은 “생리공결제 뿐만 아니라 학생이 교육을 받음에 있어서 힘들거나 아플 때 이에 따라 교육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협의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학생회장은 본부 학사과에서 최근 추진하는 ‘학사 엄정안’이 출석에 따른 F처리 기준 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생리공결제는 월경에 대한 이해와 건강권, 더 나아가 학생권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생리공결제를 통해 다양한 신체적 경험을 함께 나누고 차이에서 오는 불편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한다면, 생리공결제를 누구만의 특혜라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다름’에 대한 논의로 발전해야 할 생리공결제, 이제 서울대도 고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