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호 > 특집
신념의 자유는 혐오할 자유가 아니다 다양한 성경 해석의 가능성 인정해야
등록일 2018.09.10 22:38l최종 업데이트 2018.09.21 22:39l 박세영 기자(precieu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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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따르며, 교회에서도 성경을 기준으로 예배와 설교를 하고 기도를 드린다.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개신교도들 또한 자신들의 행동을 성경을 통해 정당화한다. "동성애는 성경에서 규정된 죄악이니 회개하고 돌아오라"는 식이다. 그러나 과연 성경이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교화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동성애 반대” 물결 앞에서 성경이 정말로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꼭 그런 것이 아니라면 한국의 개신교계가 동성애에 유독 폐쇄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문자주의적 성경해석에서 비롯된 동성애 혐오

  한국종교문제연구소 방원일 연구위원은 구약의 율법에는 동성애를 하면 처벌하라는 규정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구약의 레위기에는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와 같은 구절이 있다. 그러나 그는 “개신교는 구약성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며 해당 구절을 꼭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음을 강조했다. 개신교인들이 구약에 명시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율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에 관한 율법 또한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독교는 율법의 정신을 취한 종교이지 그대로 따르는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개신교에서 중요시하는 신약성서에서는 동성애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으며 예수님이 명시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말씀한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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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로 인용되는 레위기 20장 13절 


  전문가들은 한국 개신교계가 동성애를 거세게 배척하는 현상은 성경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문자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해석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자주의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특성을, 근본주의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성서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근본적인 가르침에 충실해야 한다는 믿음을 뜻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퀴어신학자들은 레위기의 구절이 남창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보수 개신교계는 동성애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단어와 맥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성서 해석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방원일 연구위원은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에도 결국에는 해석하는 사람의 선택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박승렬 소장은 구약에 부모를 저주하고 불효하는 것 등의 수많은 ‘죽여야 할 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런 구절들은 묵인한 채 동성애만을 금기시하는 성경 해석은 의도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원일 연구위원 또한 성경에는 “여자는 교회에서 조용히 하고 있어야 한다. 남자는 가르치고 여자는 배운다” 등 성차별적인 구절도 등장하고, 심지어는 노예제도 당연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오늘날엔 여자 목사를 인정하는 교단이 생기고 있고, 성경을 근거로 노예제를 옹호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사실은 성경 해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성경 해석의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은 신학계

  한신대 류성민 교수(종교문화학과)(*)는 “성서에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갖는가는 개개인의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이나 우열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원일 연구위원도 여성신학과 해방신학 등을 언급하며 성경 해석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신학은 예수의 정신을 평등의 정신으로 보고, 예수가 당시에는 터부시됐던 여성들과의 접촉을 꺼리지 않았으며 여성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도 했던 사실 등을 강조한다. 또한 해방신학은 예수가 가난한 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해방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방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신앙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성경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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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원일 연구위원은 여성신학이나 해방신학과 같은 흐름에 퀴어신학이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퀴어신학은 이성애중심적인 기존의 성경해석에 의문을 던지면서 성경 구절의 역사적 맥락을 분석한다. 퀴어신학의 관점에서, 가정을 이루지 않고 제자들을 이끌고 다니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 예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 비춰봤을 때 아주 예외적인 존재다. 퀴어신학자들은 이러한 예수의 삶을 근거로 현재의 교계가 가정을 지키고 자식을 낳는 것을 강조하는 특성은 개신교가 훗날 제도화되면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 개신교계에 보수적인 성서해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신학이 전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대형교회에 의해 통제돼온 한국의 신학계에서는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는 신학자와 목사가 나올 수 없었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보수 개신교 교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결속하며 다른 목소리를 억눌러왔다는 분석이다. 방원일 연구위원 또한 한국 개신교계는 다양한 성경해석이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해방신학이 처음 유입될 당시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빨갱이들의 신학’으로 여겨지는 등의 홍역을 겪었다고 설명하며, 그 양상이 최근 몇몇 퀴어신학자들에 대해 이단판결이 내려지는 풍경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개신교의 보수성, 그 기원과 전개

  한국의 개신교는 유입 당시부터 보수적인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한국에 개신교를 전파했던 미국의 선교사들이 주로 보수적인 신앙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류성민 교수는 “한국 개신교 교단의 대다수는 조선시대 말기부터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형성되었고, 그 대부분이 성경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신의 계시로 여기는 이른바 ‘축자영감설’을 신봉하는 교단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개신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점점 더 보수화됐다. 성해영 서울대 교수(종교학과)는 6·25 전쟁 당시 북의 개신교도들이 탄압을 받아 남쪽으로 내려왔던 경험들이 한국 개신교의 반공주의적인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후 독재정부 시절 교세 확장을 위해 일부 개신교 세력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방원일 연구위원은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인 성향이 강화된 시점으로 1990년대를 주목했다. 산업화 시기에 ‘열심히 기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성장하던 개신교의 교세가 약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유입된 근본주의적인 성향이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은 1점 1획도 무오하다’는 문구가 교회 헌장에 들어간 것이 근본주의의 정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출발부터 보수적인 성격을 띠었던 한국의 개신교계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동성애를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이러한 전환이 개신교 교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세력화의 일환이었다고 파악한다. 류성민 교수는 한국의 개신교가 교세의 침체, 사회적 공신력의 감소, 교파와 교단의 분열과 대립, 신념과 교리의 난맥상 등의 문제들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그간 많은 종교공동체는 외부의 적에 공격적 태도를 취해 내부결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상황에 대응해왔다. 김진호 연구실장 또한 개신교가 위기 상황에서 종북, 이슬람 등을 외부의 적으로 상정한 채 사회정치적 발언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동성애가 그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방원일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권 당시 교회들이 여의도에 모여 친미 집회를 열었던 것이 개신교 정치세력화 현상의 출발격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전까지 선교적인 발언에 머물렀던 교회들이 ‘주한미군 철수 반대’, ‘미국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와 같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우파와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근본주의, 정말 개신교를 위한 길일까

  박승렬 소장은 개신교 근본주의가 교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종교가 신비하고 관념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근본주의는 교회가 취한 하나의 생존전략이었다는 해석이다. 성해영 교수는 성경만이 진리라는 것을 강조하는 근본주의가 기존의 교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교계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을 취하는 데 혼란을 겪고, 그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적 지침에 충실하게 살아가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개신교계가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했든 (동성애에) 반대하는 움직임 자체가 결속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봤다.

  하지만 정말 근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개신교를 구원할 수 있을까. 학계에서는 근본주의적 성격의 강화가 오히려 한국 개신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류성민 교수는 “종교 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적극적으로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기여함으로써 다시 호응을 얻는 방법도 있다”며 역사적으로 시대의 과제를 무시한 종교들은 도태돼갔다는 교훈을 한국 개신교가 되새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현 개신교계의 반동성애 담론은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하며, “그에 대한 거부감이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연구실장은 “사회적으로 인권의식이 성장한 시점에서 개신교 교회가 혐오를 지속할 때 교회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기자의 착오로 '신학과'로 표기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