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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의 죽음
등록일 2018.10.26 21:54l최종 업데이트 2018.10.26 21:55l 유성호(의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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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생명의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용어이지만 이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역사적으로 종교나 철학적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아직은 그 적확한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우며, 특히 사후에 대해서는 가설과 검증을 바탕으로 한 실험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죽음은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표현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여러 수준에 걸쳐 그 기능을 멈추는 과정을 통하여 나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은 과학적으로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incident)아 아니라, 사실은 노화라는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과정(process)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물론 사고사 같은 경우는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다.)

  생명체는 내적 요인이나 외부 요인이 생체에 작용하면서 여러 반응계가 작동하여 동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이른바 반응계가 작동한다. 그러나 내부 또는 외적 요인이 생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면 동적 평형 상태는 깨지고 생명활동은 완전한 정지를 향하여 불가역적(不可逆的, irreversible)인 변화를 시작한다. 즉,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나 운동성은 감소하고 약해져서, 결국에는 대사기능도 영원히 없어진다. 이 상태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죽음이다(permanent cessation of vital reactions of individual).

  죽음의 과정을 보다 자세히 나누어 보면, 우선 전신의 생명 기능이 극도로 약해져서 객관적으로 살아있다는 징후(徵候, sign)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태인 가사 (假死, suspended animation, apparent death) 상태가 선행하게 된다. 순차적으로 주요 장기인 순환계통(循環系統), 호흡계통(呼吸系統), 중추신경계통(中樞神經系統)의 심장, 폐, 뇌(특히 腦幹)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불가역적으로 기능을 멈추면 개체는 반드시 생명활동을 영구히 정지<終止>하게 되는데 이를 장기사(臟器死)라 한다. 장기사는 심장의 박동이 종지하여 결국 개체가 죽는 경우를 심장사(心臟死, cardiac death), 호흡정지가 먼저 나타나면 폐사(肺死, pulmonary death), 뇌 특히 뇌간(腦幹)의 기능이 종지하면 뇌사(腦死, brain death)라 분류하기도 한다. 이 중 심장사와 폐사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죽음의 정의로서 사용되어 ‘숨을 거두다’, ‘심장이 멈추었다’ 등의 표현으로 죽음을 표현해 왔다. 의사들이 임상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죽음의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의사들은 이런 형태의 번호 순서 정리에 익숙하다. 아마도 의과대학에서 끊임없이 분류하고 암기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⑴ 호흡계통 기능의 정지; 자발적인 호흡 운동의 정지
⑵ 순환계통 기능의 정지
  ① 어느 동맥에서도 맥박을 감지할 수 없음
  ② 심장 박동(또는 심장음)의 정지
  ③ 혈압이 측정되지 않음 (인공적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
⑶ 중추신경계통 기능의 정지
  ① 의식 소실, 자극에 대한 반응의 상실
  ② 동공 산대: 각막반사나 동공반사 소실

  이러한 장기가 불가역적으로 정지하면 개체로서 생명활동은 필연적으로 종지하는데 이를 개체사 (個體死, somatic death, individual death)라 한다. 결국 개체의 죽음은 바로 한 개인의 죽음으로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사망을 일컫는다. 

  이러한 죽음의 판단에서 뇌사의 공식적인 사망 인정은 그 사회적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의 사망을 이미 사용해 오던 심장사나 폐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도 대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학기술이 발달하여 뇌가 이미 죽었음에도 호흡과 심장 운동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환자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유지장치를 언제 제거하며, 뇌의 죽음으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인체에서 아직 살아있는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여 질병 치료나 건강 회복에 이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대두하였다. 1967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천 버나드(Christiaan Neethling Barnard) 박사가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 이후에 뇌사가 개체의 사망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뇌간사」(腦幹死, brain stem death)를 사람의 죽음으로 정하였고, 미국은 1981년에 독일은 1982년에 뇌사를 사람의 죽음으로 인정하였다. 일본은 1992년에 뇌사를 의학적으로나 법적-사회적으로 사람의 죽음이라고 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논란 끝에 결국 1999년 2월 8일에 비로소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0년 2월 9일부터 시행되었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이렇듯 죽음의 판단에서 뇌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하였는데 이는 이후 펼쳐질 많은 논란의 시작일 뿐이었다. 

  최근 의학과 의료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논쟁거리를 낳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 남짓 동안 안락사, 존엄사, 소극적 안락사, 연명치료 중지 등의 논쟁을 겪어왔다. 이러한 용어들은 사람들마다 그 의미를 달리 써서 인터넷으로 ‘안락사’라는 용어를 치면 포털 사이트에서 다양한 정의가 나와 그 논란을 부추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①자발적 안락사, ②조력사망 및 ③연명의료 결정이라는 용어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1년 반의 유보기간을 거쳐 2017년 8월부터 시행된 법이 있으나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이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죽음과 관련된 용어 특히 안락사, 존엄사, 조력사망(의사조력자살) 및 연명의료 결정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란 가장 오래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이다. 본디 이 뜻은 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스어로 ‘eu’는 eutopia 등에 쓰이듯이 ‘좋은’ 또는 ‘편안한’이라는 용어이다. 라틴어 ‘thanatos’는 죽음을 의미한며, 로마의 역사가인  수에토니우스가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마지막 순간을 기술하며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안락사라는 용어 자체는 그 의미가 좋지만 누군가가 편안한 죽음을 가지려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나치 정권에서 유대인, 집시 및 장애인에게 행한 학살에서 인용될 정도로 반인륜적 부정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가톨릭 교리문답서 2277항에서도 ‘Whatever its motives and means, direct euthanasia consists in putting an end to the lives of handicapped, sick, or dying persons. It is morally unacceptable.’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의 베네룩스 3국에서는 회복하지 못할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안락사(volunatary active euthanasia)를 허용하여 이 용어의 제한적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 알아봐야 하는 용어로는 존엄사(尊嚴死, detah with dignity)가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존엄사라는 용어의 등장은 2009년 2월 16일 이후이다. 이날은 가톨릭교의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신 날이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지 말라”고 당부하여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등의 연명치료를 거부하였고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였다. 언론은 이를 존엄사로 여기고 그 사회적 영향력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가톨릭교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존엄사로 표현되는 것에 극력 반대하였다. 이는 김수환 추기경이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겸손하게 순응하였습니다.”라는 전제로 하여 가톨릭교리 문답서 2278항의 ‘Discontinuing medical procedures that are burdensome, dangerous, extraordinary, or disproportionate to the expected outcome can be legitimate; it is the refusal of "over-zealous" treatment. Here one does not will to cause death; one's inability to impede it is merely accepted. The decisions should be made by the patient if he is competent and able or, if not, by those legally entitled to act for the patient, whose reasonable will and legitimate interests must always be respected.’에 해당하며,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1997년 실시한 자발적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존엄사법( Death with Dignity Act)나 이후 설명할 조력자살을 허용한 2008년 제정 미국 워싱턴 주의 존엄사법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렇듯 존엄사라는 용어 자체는 안락사에 더해 살해라는 의미가 부여될 수 있으며 바로 설명할 연명의료 중지와 보류, 그리고 의사조력자살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만약 존엄사를 인간이 존엄하게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사용할 경우 많은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는 사회적 배경이 형성되어 있다. 

  세 번째 용어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 Assisted Suicide, PAS)로 최근에는 조력사망(Assisted Dying)이라 불린다. 이는 현대 의학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중한 질병에 이환되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하여 의사가 처방하는 약물이나 기구를 사용하여 환자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잭 케보키언(Jack Kevorkian)이 스스로 제작한 기구(Thanatron)를 사용하여 약 130여명의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었다.(두 번의 무죄 판결 뒤에 10년 이상 25년 이하 징역형을 받았다가, 8년 반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환자의 생존 가능성, 정신질환 여부(환자 의사의 진정성), 고통의 정도 등을 면밀히 판단하여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가 생겼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및 미국의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주 등이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의사조력자살은 진보적 국가라고 모두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작고한 법률가인 조엘 조페(Joel Joffe)경이 2000년대 초 영국에서 조력사망 법안을 네 차례나 상정하였으나 의회에서 채택되지 않았으며, 노동당의 롭 마리스(Rob Marris)는 여론조사에서 82%의 찬성을 얻은 조력사망 법안을 제출했으나 표결에서 부결되었다. 미국의 진보적인 주인 메릴랜드 역시 상원에서 결의한 조력사망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정도로 논쟁을 낳고 있다. 

  네 번째 용어는 연명의료 중지와 보류(Withdrawl and Withholding of Life Sustaining Treatment)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언급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근간이 되는 용어이다. 연명의료라는 것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중환자의료(intensive care 또는 critical care)의 발전과 관계가 있다. 중환자 의료가 발달하여 치명적인 상황에 빠진 환자를 많이 살려낸 반면에, 중환자 의료가 소용없어 이를 중지하려는 때에 그 절차와 시기가 명확하지 않아 많은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이다. 77세의 김씨 성을 가진 할머니는 폐에 병변이 있는 것 같다는 동네 의원의 권유로 대학병원에서 기관지경 검사를 하던 중 기관지 출혈이 발생하여 적극적 치료에도 ‘지속적 식물 상태’ 흔히 식물인간이 되었다. 지속적 식물상태는 뇌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죽음의 판정이 불가하다. 가족들은 인공 호흡기를 떼기를 요구하였지만 병원 측에서는 활력징후 등이 안정되어 있는 환자에서 제거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가족들은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9년 환자의 상태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의 사망의 과정에 있으며 환자의 평소 의지가 분명하다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환자의 존엄을 해친다는 취지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김 할머니 사건 이후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연명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제작하였으며 2012년 대통력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산하 위원회를 구성하여 최종 권고안을 제시하였고 공청회와 법률안 제정과 김재원 국회의원의 발의로 2016. 1. 연명의료의 중지와 보류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였다. 이는 죽음의 과정 즉 임종 과정을 법률안으로 최초로 제시하였으며 연명의료의 정의 및 이의 중지에 관해 필요한 내용을 정의하여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관리하는 최초의 법안이 되었다. 이 법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서도 10년 이상 늦었지만 향후 죽음과 관련한 많은 이슈 예컨대 조력사망이나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시작이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의 과정은 일반 사람과 격리되어 의료계의 몫이 된지 오래이다. 과거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하던 시절에는 마지막 순간의 아쉬움뿐만 아니라 죽음의 과정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의 추구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죽음의 과정은 애써 외면하며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될 지를 도외시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최신 의학 장비에 둘러싸여 사망하게 되면서 고인의 마지막 삶의 뜻 또는 의지가 무엇인지를 알기는 매우 힘들어졌다. 2016년, 5천100만명이 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40만 명에 가까운 아이가 태어났고 28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도 언젠가 태어났고 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의 죽음은 복잡해지면서 죽음의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결국 내 인생 스토리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 역시 마지막 챕터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리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그리고 마지막은 어떻게 끝맺음을 할 지는 젊은 시절부터 생각해야 하는 엄중한 일이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죽음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견 전달도 역시 죽음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한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유성호(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거치면서 병리전문의를 취득하였고, 동대학원에서 법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보건원의 NIAAA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서 매주 월요일 부검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