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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동물해방을 외치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를 만나다
등록일 2018.12.17 00:05l최종 업데이트 2019.01.06 19:38l 유서희 기자(cow11035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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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지난 10월 14일 보신각에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2018 동물권 행진’으로부터 들려온 소리였다. 150명 정도가 참여한 행진은 보신각에서 출발해 육식 위주의 식당이 많은 종각 젊음의 거리로 향했다. 이후 비인간 동물의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의 아우성’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행진은 마무리됐다. 종차별주의와 동물착취 시스템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 행진은 ▲비인간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 개정 ▲인간 편의적인 비인간 동물의 집단 사육 및 도살 금지 ▲동물원 폐지 ▲동물실험 및 해부 중단 ▲종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교육 제공을 기치로 내걸었다. 2018 동물권 행진을 주최한 단체는 ‘동물해방물결’이다. “동물해방을 훼손하는 어떠한 타협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를 만나 그들이 말하는 동물권과 동물해방은 무엇인지 물었다.



동물해방, 비인간 동물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동물해방물결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동물권 운동의 장을 열고자 출범했다. 이들이 표방하는 ‘동물해방’은 기존의 동물학대방지나 동물복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심각한 동물착취가 이루어지는 현 상황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기존의 주장과 달리, 동물이 인간에 의해 도구화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동물해방은 결국 동물착취 시스템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채식 문화 확산, 공장식 축산업·동물원·동물실험 철폐 등을 지칭한다. 이 대표는 동물에 대한 시혜적 보호를 넘어, 이들에게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동물해방이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해방물결이 지향하는 동물해방개념은 철학자 피터 싱어에 의해 정립됐다. 싱어는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므로 인간과 동물의 차별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지연 대표는 “인간사회의 작동방식은 우월성이 아닌 동등성이 기준이 돼야한다”며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인간 동물 역시 인간과 동등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동물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해서 동물의 주체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싱어는 또 인간이 비인간에 갖는 태도가 인종차별주의 혹은 성차별주의만큼 문제 있는 편견의 형태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예, 여성, 장애인 등 약자와 소수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해야 하는 것처럼 동물 역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노예해방운동이 노예의 복지개선으로 시작해 결국 완전한 해방을 달성한 것처럼, 동물해방운동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국제동물권단체 ‘LCA(Last Chance for Animals)’의 국내 협력 단체로 출범했다. LCA는 미국할리우드 배우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인 크리스 드로즈를 대표로 전 세계 50만명의 후원자를 보유한 세계적인 동물권 단체다. LCA는 타협 없는 동물권을 주장하며 동물착취 폐지론을 주창한다는 점에서 동물해방물결과 목표가 같다. 한국의 개도살 문제에 주목하던 LCA는 동물해방물결이 출범하는 과정에 재정적, 절차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이지연 대표는 동물해방물결이 아닌 LCA의 한국 지부를 세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동안의 개식용 반대 운동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개식용 문화를 야만적으로 치부하는 서구의 시각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판단해 한글로 된 이름과 나름의 독자적 철학을 갖춘 동물해방물결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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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2018 동물권 행진 ⓒ동물해방물결



동물원으로 돌아갔다면 퓨마는 행복했을까?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착취에 관한 모든 이슈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지양하고 무조건적 폐지론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권 단체들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대전 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에 대해 동물원 완전 폐지 성명을 낸 동물권 단체는 동물해방물결이 유일했다. 현 동물원 신고제를 반대하는 동물권 단체들은 대부분 허가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원을 없애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안전관리 수준과 책임감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해방물결은 허가제 전환은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동물원은 야생이 삶의 터전인 동물을 인간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포획하거나 인위적으로 증식해 가두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대표는 “동물원이 허가제로 전환하는 순간 동물권의 ‘일정한 수준’을 논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신고제도 허가제도 아닌 폐지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모든 비인간 동물이 지각력을지니고 있다”며 “인간에게 도구화되기 위해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해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만약 탈출한 퓨마가 사살되지 않고 동물원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퓨마의 여생이 행복했을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동물해방물결이 주장하는 동물원 완전 폐지가 모든 동물원이 내일 당장 문을 닫으라는 말은 아니다. 동물해방물결은 한국 사회가 장기적인 동물원 폐지를 선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원 폐지를 결정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되, 우선적으로 동물원 동물 증·번식을 차단하고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입양처를 알아보는 등 동물의 여생을 책임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라는 의미다. 동물원은 전시동물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이지연 대표는 야생동물카페나 고양이카페 등에서도 비인간 동물이 인간에게 전시되기 위해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할 방법은 동물전시 시설을 없애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시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의 문제의식이 부재한 점을 우려했다. SNS나 블로그 후기를 살펴보면 ‘도심 속 실내동물원’을 방문한 사람 중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드물다. 이 대표는 “소비자의 문제 제기와 불매운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전시동물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국회 벵골 고양이 ‘정치쇼’ 사건의 본질 역시 전시동물의 동물권이다. 동물이 인간을 위한 도구적 존재라는 인식이 초래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대표는 “고양이의 출처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하루의 쇼를 위해 펫샵에서 고양이를 구매했을 경우 김진태 의원이 고양이의 여생을 책임질 의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이후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시라’는 말을 덧붙여 사무실에서 고양이와 함께 찍은 인증샷을 올렸다. 이는 김 의원이 새끼 고양이가 받고 있을 스트레스나 고양이의 향후 행방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동물해방, 전 인류가 채식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실현 가능해


  동물해방물결이 생각하는 완전한 동물해방은 전 인류가 채식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달성할 수 있다. 육식은 일부 인간만이 관여된 동물실험이나 동물원과 달리 인류 모두가 관계된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지연 대표는 “어렵다고 해서 타협할 수는 없다”며 비인간 동물 고기의 ‘윤리적’ 생산 혹은 ‘동물복지 축산물’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용을 위해 사육, 도살되는 과정에서 동물에 고통을 가해야 하며, 동물의 존재 이유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함이라면 그 동물은 존재 자체로서 존중받는 주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육식 문화가 존속한다면 동물착취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육식으로 인한 동물착취의 사례로 구제역을 제시했다. 구제역은 인간에게 전염되거나 돼지가 치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사육되는 돼지 한 마리만 감염돼도 반경 3km 이내의 돼지들은 이산화탄소 주입으로 완전히 기절을 했는지도 일일히 확인되지 않은 채 생매장된다. 이 대표는 채식 문화가 정착하기 전까지 구제역과 같은 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는 동물해방 운동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지연 대표는 “철창으로부터의 물리적 해방을 넘어 동물이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식용 금지가 아닌, 개도살 금지를 주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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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 조형물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개들이 농장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은 출범 초기부터 개고기 문제에 집중해왔다. 올해 2월부터는 ‘꽃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개는 1m 높이, 알록달록한 개 모양의 조형 예술품으로 음지에 숨겨진 개농장 개들이 농장에서 해방돼 ‘꽃길’만 걷도록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꽃개 프로젝트는 코끼리 보호를 위해 알록달록한 코끼리 조형물을 제작해 수익금을 동남아 코끼리 운동 관련 단체에 기부한 영국의 ‘엘리펀트 프로젝트’에서 착안해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꽃개 프로젝트는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해 평창 동계올림픽, 전주, 광주, 부산, 대구, 서울 청와대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8개의 꽃개 조형물을 전시하고 개들이 농장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국 순회의 성과로 꽃개 조형물들은 지난 9월 국회까지 진출했다. 동물해방물결이 올해 가장 많은 공을 들여온 꽃개 프로젝트는 개식용 금지가 아닌 개도살 금지를 목표로 한다. 개식용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개식용 금지 프레임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개를 먹는 사람은 2004년 10명 중 4명서 2018년 2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개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면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음식을 섭취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도 인육 섭취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행위를 금지하는 것처럼, 개도살 금지로 논의의 초점을 옮기면 사실상 개식용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계의 동물권 관련 법령도 대만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특정 동물의 식용을 금지하는 나라는 드물며 대부분은 도살 및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올해 개고기 반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기면서 정부는 개고기 소비수준이 줄고 인식이 개선됐으니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지연 대표는 “정부의 선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개도살 금지로의 인식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개식용의 자유를 논하기 전에 개도살의 자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고, 정부와 사회 모두 개식용 과정의 동물권 훼손에 주목해 개식용이 사라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오늘도 동물해방물결은 종차별주의를 철폐하고 동물권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시민이 함께하는 열린 운동을 통해 동물이 해방된 사회로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지연 대표는 출범 첫해는 나름 성공적인 출발이었다며, 앞으로도 동물해방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타협하지 않고 앞장서는 동물해방물결의 활동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