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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ime 총학선거, 준비는 충분했나 알면서도 대비 못한 온라인 학생사회
등록일 2018.12.17 23:50l최종 업데이트 2018.12.18 14:58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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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1대 총학선거의 논란은 선거관리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가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거 막바지에 ‘내일’ 선본의 선본장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익명 기능을 이용해 ‘NOW’ 선본을 비방한 것이 적발돼 직에서 물러났다. ‘NOW’ 선본의 선본원 중 한 명이 과거 성소수자를 아웃팅(동의 없이 타인의 소수자성을 공개하는 행위)했으며 정후보가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거철 온라인 커뮤니티,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선거운동, 자보게시판에서 자유게시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는 학생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대학가의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는 비슷한 연령대의 동문들이 대부분 이용한다. 에브리타임은 해당 학교의 학생이 아니라면 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으며, 또 다른 서울대학교 학생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역시 서울대생 인증을 받아야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학생만의 공간이자 학생회의 자치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의미한 플랫폼이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선거에 가져다주는 이점도 다양하다. 끊임없이 다수의 유권자가 토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선 후보자에 대한 지속적 검증과 평가가 이어진다. 선거가 커뮤니티에서 주요한 의제로 떠오르면 더 많은 유권자에게 노출되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게 된다. 이는 다수의 유권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숙한 20대 학생들인 총학선거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양승목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과거 선거기간엔 대자보가 전교를 뒤덮었는데, 이젠 공보 기능이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갔다”며 온라인 공간이 선거에 갖는 중요성을 지적했다. 김연철 강사(사회학과)는 20대 청년층이 학생사회의 주를 이룬다는 점에 더해, 선거운동 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선 온라인 커뮤니티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익명성이었다. 이번 총학선거 막바지에 ‘내일’ 선본은 이른바 ‘‘내일’ 선본장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경고 2회를 받았다. 선본장이 익명 기능을 이용해 선본 공식계정으로 상대 선본을 비하하는 글을 작성했고,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사건 발생 전 에브리타임을 탈퇴했다고 위증했기 때문이다.

  익명성의 영향은 커뮤니티에서의 폭로와 의혹 제기에서도 드러났다. ‘NOW’ 선본의 윤민정(정치외교 15) 정후보, ‘내일’ 선본의 도정근(물리천문 15) 정후보와 심준보(경영 15) 영상팀장이 각각 아웃팅 동조, 학교폭력,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폭로성 게시글들이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각자 에브리타임에 입장문을 올려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근거 없는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 정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신상에 대한 문제제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투표기간에 익명으로 이뤄지는 근거 없는 문제제기는 악질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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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선본의 의혹에 관한 에브리타임의 게시글들



익명 앞에 무방비한 선거관리

  학생사회에서 온라인 환경의 영향이 강화됐음에도 대비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익명 시스템은 지금의 총학생회 선거 관련 회칙의 취지와 배치된다. 현행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세칙)은 선본원 신고제를 운영해 선본원과 선본원이 아닌 사람들의 활동 가능 영역에 차이를 둔다. 선본원 신고제에 따른 규제는 온라인 환경에서도 적용된다. 선본원은 SNS계정 에 총학선거 유관계정임을 표시해야 하며, 선본이 신고하지 않은 계정을 이용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SNS, 웹사이트에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게시물 삭제, 선본 징계 등의 벌칙을 받는다.

  문제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게시자의 선본원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일’ 선본장의 경우도 댓글 작성 직후 익명처리가 되지 않아 작성자가 노출된 것이 제보돼 선관위 측에서 사건 발생을 인지할 수 있었다. 신재용(체육교육 13) 선관위장은 “익명처리가 잘 됐거나, 제보자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세칙은 선관위에서 선본 구성원의 계정을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로 제한된다. 계정 열람을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운영자가 외부인이라면 선관위가 실질적 강제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세칙의 규정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 적용되는 세칙은 사용 가능한 웹사이트와 SNS를 규정해야 한다는 규칙과 기본적인 이용수칙, 세칙 위반 시의 벌칙만을 명시하고 있다. 세칙에 명문화되지 않은 부분은 선관위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제한을 정하거나 유권해석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용 가능한 SNS와 웹사이트를 정하고 선본의 공식 계정 발급을 허가하는 것 외에 별도로 규정한 것이 없었다. 세칙의 허점이 대응 과정의 허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익명의 한계를 넘는 민주주의를 위해

  온라인에서의 선거 활동을 전면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비합리적이다. 김 연철 강사는 “익명 기능은 역기능도 있지만, 일반 학생이 총학생회장 후보 정도의 유력인사를 고발하기 위한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순기능을 지적했다. 김 강사는 다만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후 징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규제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승목 교수 역시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정치 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는 만큼 필요한 부분에 한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적인 온라인 선거문화를 위해 어떤 제한을 둘 수 있을까. 양승목 교수는 “선관위에서 온라인 선거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유사시 선관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와 관련된 논의는 서울대 안에서 통제,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스누라이프에서 이뤄지게 제한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동안 관련 담론을 특정 커뮤니티에만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는 명확하다.

  기술적 한계가 뚜렷한 만큼 구성원간의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대안 도출이 필요하다. 양승목 교수는 “규모가 기성 정치에 비해 작은 대학사회인만큼 구성원 간의 숙의를 통해 과도한 공격을 자제하고 부적절한 발언은 비판하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총학선거가 다수 학생들의 삶과 맞닿아 있고, 전학대회, SNS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유권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합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연철 강사는 나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를 마치고 학생들의 회의를 통해 규정을 개정하거나 사건의 기록을 남겨 학생사회의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재용 선관위장은 “선거가 과열되면서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학생사회 정치가 언제든 난관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학생사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끝난 선거도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