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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 열려
등록일 2018.12.18 14:45l최종 업데이트 2018.12.18 15:28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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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故김용균(24) 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진행됐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은 김 씨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김 씨 또래의 자식을 둔 중년의 여성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추모제가 끝난 뒤 추모의 뜻을 담은 엽서를 남기는 부스와 분향소가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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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옆 공간에 마련된 분향소. 많은 사람들이 국화를 놓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지난 11일 오전 3시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 故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혼자서 작업했기 때문에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채 5시간 이상 현장에 방치됐다. 사고의 경위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은 김 씨의 사망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청년전태일’ 김재균 대표는 “회사의 효율성과 이익 때문에 2인 1조 근무를 할 수 없었다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빈소에서 들었다”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부터 이어진)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LG 유플러스’ 설치·수리 비정규직 노동자 최영렬 씨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껴 달려왔다”며 입을 열었다. 최 씨는 “작업을 하다 다쳐 관리자에게 보고하면 관리자의 첫마디는 ‘나머지 일은 어떻게 할거냐, 내일은 출근할거냐’다”라며, 노동자의 안전보다 작업의 정상적인 재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산업현장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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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


  정부가 말뿐 아니라 실제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故김용균 씨와 동갑이라고 밝힌 ‘사회변혁노동자당’ 허성실 학생위원은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도 있는 죽음이었다는 생각에 울컥하다가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소식을 접한 뒤의 심정을 토로했다. 허 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가 이것”이라며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혜성 ‘전국 기간제 교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간접고용인 자회사로의 전환으로 이뤄졌다”며 허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본사가 아닌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인 일명 '자회사 전환'은 사실상 간접고용과 다를 바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故김용균 씨는 자회사 전환의 대상마저 아니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을 통해 김 씨를 간접고용하고 있었다. 박혜성 위원장은 “정규직이 해야할 일을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하고, 외주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인 1조가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하게 한다”며 외주화로 인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외주화로 인한 사고가 지난 5년간 346건이나 일어났다고 밝힌 박 위원장은 “여전히 외주화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며 “병원, 유치원, 철도, 학교 등의 공공부문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로와 사고로 얼룩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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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참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발언이 이어졌다. 24살과 28살의 두 딸을 둔 김중미 씨는 “계약직 노동자인 딸을 둔 엄마이자 20대 청년과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올 수조차 없는 더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김 씨의 죽음과 함께 제 마음을 찌른다”며 심정을 밝혔다. 김 씨는 “운 좋게 20대와 30대를 일자리 걱정 없이 보냈지만 (이번 사고가 있기까지)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 나이가 된 것을 자책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박혜신 씨는 “이틀 전, 학교 익명게시판에 ‘사촌오빠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이에 공감과 추모의 뜻을 담은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며 사태를 접한 학생들이 매우 애통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신민주 대표는 “저와 나이가 같은 노동자를 덮친 참사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게 다가왔다”며 “기사를 열어서 읽어보는 것도 너무나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신 씨는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된 날,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1위 달성을 이야기하며 청년의 삶과 희망, 꿈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어떤 삶을 생각하고, 어떤 청년의 희망과 꿈을 생각하며, 이곳에 나온 우리의 아픔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최준식 위원장은 이번 사건해결을 위한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추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정부를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광화문에서 15일에는 2차 추모제를 진행하고, 21일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라며 이후에도 관심과 참여를 계속해주길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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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이 남긴 엽서



  추모제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분향소에 들러 故김용균 씨에게 추모의 뜻을 담아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마련된 엽서에 하고픈 말을 적는 사람도 있었다. 엽서엔 ‘비정규직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라’, ‘김용균 님의 죽음을 헛되지 말게 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분향소에 놓인 영정사진에서 김 씨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전환은 직접고용으로!’라는 요구가 담겼다. 엽서와 피켓에 적힌 내용이 실현된다면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을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시민들이 관심을 쏟고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