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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과 생협 노동자, 그리고 우리 생협 노동자간담회를 다녀와서
등록일 2018.12.29 00:26l최종 업데이트 2018.12.29 00:33l 김서연(사회복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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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저를 들고, 반찬을 담고, 배를 채우고, 퇴식구를 지나면 끝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한 끼. 우리에게 너무도 일상적인 그 평범함 뒤엔 평범하지 않은 수백의 생협 노동자가 지친 몸을 갈아 넣으며 매일을 버텨오고 있었다. 식당을 지키던 노동자들은 11월 13일, 생협 노동자간담회란 이름 아래 위생복을 벗고, 학생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것이 우리 욕심인가요? 이런 노동을 하면서?”(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 이창수 선생님) 노조활동에 관심 있다고 하면 열에하나는 꼭 이렇게 묻는다. “요즘 노조 귀족노조 아니야?” 귀족이란 말 뒤에 숨은 그들의 눈빛이 이렇게 말한다. ‘요즘 노동자들 너무 욕심 부리는 거 아니야?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그 정도 살면 괜찮잖아’ 아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학생식당에서는 오늘도 6000명의 입에 들어갈 식사를 고작 40명의 노동자가 원재료부터 다듬어 조리해내고 있다. 온몸이 땀에 절여 들고, 어깨, 허리, 손가락 마디 하나 성한 곳이 없어도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 인원을 충원해달라고 아무리 요청해도, 사측에서는 늘 ‘재정이 없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계속되는 고된 노동에 넘어지고, 다치고,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살던 노동자들이 하나 둘 퇴사하면, 사측은 그 자리에 미숙련 신규 노동자를 데려다 놓고, 그들이 숙련될 즈음 계약기간 만료로 쫓아버린다. 정규직 전환에 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한눈에 봐도 말이 안 되는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십수 년째 꿋꿋이 일해 왔다. 그러나 10년을 넘게 일해도 임금은 겨우 200만 원을 넘을까 말까 한다. 심지어 한 푼이라도 덜 주기 위해 대체근무, 탄력근무의 허울을 씌워 근로시간을, 특근비를 줄여버리고 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최저임금 역시 올해 임금협상으로 겨우 지켜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힘들고 귀한 노동을 하는 이들이 살아가기 위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욕심인가? 정말 욕심부리는 자들은 숨어서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그에 대한 책임과 희생은 언제나, 여전히 노동자의 몫이다.

  “생협은 97년도 이후로 복지가 똑같아요. 단체협상만 봐도 20년 정도 뒤처지는 거죠”(자하연 식당 김우만 선생님) 생협의 여름은 다른 곳보다 유난히 더 덥다. 끔찍하게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학생식당은, 세 명의 노동자가 탈수로 주저앉을 만큼 정말 너무도 더웠다. 애초에 노동자의 휴식과 체온조절 따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주방구조와 턱없이 작은 휴게·샤워시설이 서울대 전반의 현실이기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여기서 더 분노할 지점은, 생협 노동자들이 아무리 덥고 아파도, 그들이 쓸 수 있는 병가의 문턱이 한없이 높다는 것이다. 관절염과 같이 쉬어야 낫는 질환 조차도 ‘비용이 없다, 일 할 사람이 빠지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이유로 병가 사용을 가로막히고 있다. 이번 조정의 결과 암, 특이병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 30% 유급휴가 2개월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환경과 노조 측에서 요구한 '대학병원 전치 3주 이상 진단 시 유급휴가'라는 조건과 비교하면 현 제도는 한없이 제한적이고 부족하다. 결국 정년 전에 병으로 인해 퇴사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한숨처럼 흘러나오고 만다. 연차 역시 사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사 측은 연차촉진제를 사용해, 연차가 불필요한 방학 동안 노동자가 연차를 모두 쓰도록 강제하고, 노동자들은 정작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연차를 사용하지 못해 결근처리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인원이 항상 부족하니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힘들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연차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 받아야 하는 것들이 ‘생협 노동자’라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여기 이보다 큰 차별이 또 어디 있을까.

  “서울대학교에 있는 생협이, 학생식당이 별도 법인인 게 맞나요?”(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 이창수 선생님) 현재 서울대 내의 생협 학생식당은 ‘국립법인 서울대학교’가 아닌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분리된 법인에 소속되어 있고, 따라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 역시 서울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그러나 생협 이사장이 서울대 부총장이란 사실과 전 성낙인 총장이 추진한 천원의 식사 정책만 보더라도 생협 법인은 학교 측의 압박과 영향력 아래 놓인 서울대 관할기구다. 뿐만 아니라, 학생식당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업체의 입점 결정 역시 학교 당국이 통제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간 임대료와 발전기금, 시설기금이란 명목으로 매년 4억 원 이상의 생협 수익이 대학 본부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생협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이자 책임 방기다. 학생회관 식당, 농생대 3식당, 자하연 식당 등 대부분의 생협 식당은 학생들을 위한 가격 동결과 리필 등으로 인해 적자를 겪고 있고, 생협 사측은 인상된 물가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앞서 말한 노동인원 부족 문제,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모두, 책임을 전가한 서울대 본부로 인해 위태로운 생협의 재정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불어 생협 직영화 요구는 비단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생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생협이 없어지면, 이를 대체할 외부업체는 식비를 인상할 것이고, 구성원 복지가 후퇴할 것이라는 사실은 사회대 감골식당 사례만 봐도 쉽게 예측가능하다. 생협, 학생식당은 이윤추구와 장사를 위한 곳이 아니라 구성원의 ‘복지’를 책임지는 곳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지금의 서울대학교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일뿐이다.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몸으로 입사해서 건강한 몸으로 퇴사하길 바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노동이 지금의 서울대학교를 지탱하고 있다. 어느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일상이 된 ‘비상식’들이 우리의 식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노동이 그 자체로 존중받고, 모두의 삶이 지쳐 쓰러질 필요 없는, ‘상식’적인 대학, 사회를 향한 요구는 결국 우리를 향한다.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먼저, 책임을 회피하는 서울대에 건강한 식사와 건강한 노동환경을 외친다면, 이것이 곧 우리 모두를 위한 ‘상식적인 세상’으로의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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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연(사회복지 18)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제36대 사회대 학생회 집행부 인권사회국,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에서 활동하며 생협노동자간담회를 준비했다. 현재 서울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 제32대 사회복지/한길반 집행부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