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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들판을 그리며, 노들장애인야학
등록일 2019.02.25 18:53l최종 업데이트 2019.02.25 19:19l 김혜지 PD(khg6642561@snu.ac.kr), 김가영 PD(samun1592@snu.ac.kr), 박세영 PD(precieu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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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노들장애인야학(노들야학)’의 새 학기가 시작됐다. 노들야학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차별에 맞서 투쟁해온 공동체다. 노들은 ‘노란들판’의 줄임말이다. 풍성한 수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 노란들판의 꿈을 그리는 노들야학의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와 개학날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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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노들야학)은 마로니에 공원 옆에 위치해 있다. 건물의 2층, 4층을 학교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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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이들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넓은 복도의 벽면은 여러 신문 기사로 채워져 있다. 장애인 복지, 활동보조인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논점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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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의 학생이자 활동가인 김명학 씨



  김명학 씨는 노들야학을 다닌 지 26년이 된 최장수 학생이자 상근활동가다. 명학 씨는 배움에 대한 열망 때문에 노들야학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부재한 환경 속에서 그는 학령기에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37살에 노들야학에서 시작한 공부는 초등학교 과정에서 고등학교 과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명학 씨가 노들야학을 지켜온 시간동안 야학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노들야학은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한 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1993년 개교했다. 명학 씨가 막 입학했을 때 노들야학은 지금처럼 “변변한 학교는 아니었다.” 시작은 장애복지시설인 정립회관 내 작은 탁구장이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밤, 탁구장이 열리면 초등반과 중등반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명학 씨와 같이 정립회관 내 상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봉고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집과 시설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중증장애인 학생들이 점차 늘어났다.


  “공부와 투쟁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명학 씨의 말처럼 노들야학은 지식 교육과 더불어 장애인권을 위해 함께 투쟁해온 공동체다. 노들야학의 사람들은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서울역 지하철 철로 점거농성을 벌여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물꼬를 텄다. 또한 이들은 2006년 중증장애인들이 기어서 한강대교를 건넜던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투쟁과 같이 장애인권운동의 주요 장면들에 함께했다. 노들야학이 현재 대학로에 위치하게 된 것도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 야학을 만들고 투쟁한 결과였다.


  명학 씨는 노들야학의 학생이 되면서 “생각과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장애인은 한 가족의 불행이며 개인이 극복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그에게는 장애 문제를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제 그는 “장애인이 싸우면 이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싸우고 있다”며 한소리반 학생이자 장애인권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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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의 교사인 김진수 씨. 한소리반의 담임이며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김진수 씨는 노들야학의 교사이자 상근활동가다. 이번 학기에 고등반인 한소리반의 담임과 수학 수업을 맡았다. 진수 씨는 2009년 자원활동 교사로서 처음 노들야학에 왔다. 당시 진수 씨가 “봉사하러 왔다”고 하자 동료 교사는 ‘시혜와 동정’의 의미가 담긴 봉사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들을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태도에 나 자신도 젖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편견이 깨졌던 경험을 소개했다.


  진수 씨가 맡고 있는 수학 수업은 발달장애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업은 일반적인 내용과 더불어 돈 계산, 달력 보기, 시계 보기와 같이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수학적 내용들로 구성됐다. 진수 씨는 집이나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지내온 장애인들을 위해 사회에 나와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들을 수업에 녹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개별 장애가 갖는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수업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을 쓰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경우 악보를 볼 때 사용하는 보면대를 구비해야 하고 보조 교사를 필요로 한다. 언어장애의 경우에는 의사소통 보조기구를 활용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식으로 질문을 구성한다. 이처럼 노들야학의 교사들은 모든 장애학생에게 적합한 수업 조건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노들야학에서는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월화목금 저녁 시간에는 일반 교과목 수업뿐 아니라 인문학 수업과 특별활동(권익옹호, 검정고시, 영화, 노들음악대, 방송, 미술, 목공)이 있다. 2015년부터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낮 시간대에 아프리카 댄스, 카페 등의 수업을 운영한다. 진수 씨는 노들야학이 ‘일상을 채워주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가기 바란다. 그는 야학을 다니면서 학생들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시설에 격리돼 감옥과 같은 수칙에 따라 생활해온 사람들에게 야학은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함께 여행을 가는, 진정한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됐다. 진수 씨는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혐오는 만나 보지 못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편견과 혐오는 장애인을 실제로 만나고 같이 살다보면 깨지기에, 그는 야학이 시설에 남아있는 장애인들이 나와 배제되지 않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커가길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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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씨(왼)와 김명학 씨(오)



  인터뷰 중 진수 씨가 명학 씨를 “형”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묻자 두 사람은 노들야학에서 교사와 학생은 평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가르침과 배움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인생의 고민을 상담하고 배우는 관계로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한다. 진수 씨와 명학 씨의 말에서 평등한 세상을 의미하는 작은 ‘노란들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대저널>은 이날 이어진 학급회의와 저녁식사, 개학식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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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대의 수업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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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입구에 비치된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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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의 4개 반은 당일 개학식을 맞아 학급회의를 가졌다. 학급회의는 학생들의 근황 이야기, 급훈 정하기, 반장부반장 선출, 수강 과목 선택 순으로 진행됐다. 청솔 1반은 학생들이 반장 선거에 전원 출마해 각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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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 1반의 반장이 된 혜운 씨가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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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 2반의 애경 씨가 방학이 길어 지루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다른 학생들이 반박해 웃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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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 2반은 반장 선출 방식에 대한 토의가 활발했다. 투표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으나 가위바위보가 최종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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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레반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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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레반 학생들이 자유롭게 제시한 의견 중 ‘출석을 잘하자’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급훈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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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2교시에 수강할 선택과목을 정하는 시간. 한소리반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아 변경된 개설 과목에 대해 교사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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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교시가 끝난 저녁 6시 30분. 학생들은 차례차례 4층 급식실로 향한다. 학생과 교사들이 배식을 받아 식사를 하고 있다. 노들야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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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급식실은 낮 동안 카페로 운영된다. 중증장애인이 직원으로 함께 일하며, 카페를 통해 거둔 수익은 야학 학생들의 급식기금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카페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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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대강의실에서 개학식이 이뤄졌다. 개학식은 신입생, 교사, 학생회장 등 새로운 학교 구성원의 소개가 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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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 2반의 반장이 급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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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강의를 소개하는 박정수 씨(왼)와 노규호 씨(오). 노규호 씨가 맡은 노들인문학1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82년생 김지영≫을 교재로 활용해 글쓰기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박정수 씨가 맡은 노들인문학2는 그리스 비극읽기를 통한 철학적 시야 넓히기를 수업 중심 목표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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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단에 올라 자기소개 및 담당 과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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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의 총학생회장단이 “열심히 공부하고 투쟁하자”며 향후 활동 목표를 다짐했다. 박경석 교장의 축사를 끝으로 개학식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