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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새맞이, 장기자랑이 필요할까요? 모두가 즐거운 '강요없는 새맞이'를 위해
등록일 2019.02.27 19:29l최종 업데이트 2019.03.04 22:47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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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중 ‘에브리타임’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대나무숲)’에서 음악대학(음대)에서의 장기자랑 강요 문제가 제기됐다. 복수의 제보는 음악대학 새로배움터(새터)의 특정 프로그램에서 새내기들에게 장기자랑과 ‘FM(학과별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것)’ 등이 강제됨을 지적했다. 음악대학 운영위원회는 문제가 제기된 직후 긴급회의를 통해 새터 진행 자체를 재논의했다.

  새내기맞이(새맞이)에서의 장기자랑 강요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나무숲과 같은 학내 커뮤니티에는 새맞이의 장기자랑 문화를 비판하는 글이 꾸준히 게시됐다. 새맞이 장기자랑 논란은 왜 끊이지 않을까.


음대 새터에 재학생이 없다고?

  음대 새터에서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각 과에 배정된 공간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새터 7종’과 학과 학생회에서 주도하는 술자리인 ‘과의 밤’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부 학과의 재학생이 친목 도모를 명목삼아 새내기에게 장기자랑을 준비할 것을 강요하거나 FM을 시킨 것이다. 음대 학생회는 두 차례의 회의 끝에 새터를 진행요원 외 재학생은 참여할 수 없는 새내기 워크샵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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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음악대학의 새내기 워크샵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생회


  극단적인 결정 뒤에는 극단적인 상황이 있었다. 조수황(국악 16) 음대 정학생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음대의 오래된 악습이 공론화됐다고 말했다. 조 학생회장은 “현재 상태로 새터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 답하면서도 해당 조치가 근본적 해결은 아니라고 평했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선 관행의 실상이 폐단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단시간에 그를 끌어내기는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음대 안에서 선배에게 주어지는 권위도 문제 악화에 작용했다. 조수황 학생회장은 “공연에 나서는 음대의 특성상 선배들이 공연을 준비하며 후배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학생회장은 새맞이와 같이 공연 준비와 무관한 상황에서 사적으로 권위를 남용하는 것은 갑질이며, 이와 같은 의식이 음악대학 안에서 공유돼야 함을 역설했다. 관행으로 이어진 폐습은 사라질 수 있을까.


XX대도 장기자랑 하나요?

  음악대학에서의 장기자랑 문제는 크게 공론화됐지만, 다른 단과대 역시 다양한 형태의 장기자랑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맞이 프로그램이 장기자랑을 직접 표방하지 않아도 새내기를 공연에 세우는 모습은 찾아보기 쉽다. 일례로 사회대는 새터 프로그램 ‘울림마당’의 일부에서 새내기들에게 새터에서 느낀 점을 무대에서 표현하도록 했다. 자유전공학부에서도 새내기들이 조를 이뤄 특정 단어와 관련된 공연을 하는 ‘촌극’을 운영했다.

  이처럼 새내기들을 무대에 세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선배가 새내기를 통해 ‘재미’를 얻기 위해서만 장기자랑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승준(정치외교 16) 사회대 새맞이기획단장(기획단장)은 울림마당이 “새내기들이 주체적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의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획단장은 이미 짜여진 프로그램에 새내기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창작물 자체가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울림마당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박순영(자유전공 17) 자유전공학부 새터준비위원장(새준위장)은 촌극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 모임에서 어색함을 푸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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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대 학생회는 공연 완전 폐지 이후 레크레이션을 진행했다. ⓒ서울대학교 언론/꼼반 학생회


  그러나 18학번 새맞이부터 촌극과 울림마당의 새내기 공연은 자취를 감췄다. 공통적인 이유는 두 프로그램이 새내기들에게 일종의 강요된 장기자랑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새맞이 집행부 사이에서의 공감대였다. 대학에서의 장기자랑 문제가 학내외에서 지적되는 상황에서 새내기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행사가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다. 박순영 새준위장은 “아이스브레이킹이 목적이었던 촌극이 재미없다는 평이 많아 프로그램을 없앴다”고 전했다. 사회대는 울림마당의 새내기 공연을 폐지한 대신 재학생 공연 및 과/반 학생회별 시간을 늘렸으며, 자유전공학부는 ‘TMI 퀴즈’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레크레이션으로 촌극을 대체했다. 박 새준위장은 “촌극과 달리 TMI 퀴즈는 선배의 특징과 팁(tip)을 전해줄 수 있고 반응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공연 강요 없어도 즐거운 새맞이

  장기자랑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경영대 학생회는 입장서를 통해 구성원의 친목과 결속을 돕고 소속감을 높인다는 장기자랑의 장점을 언급했다. 문제는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새맞이에서의 장기자랑은 다른 환경에서보다도 강요로 비치기 쉽다. 이명현(정치외교 15) 중앙집행위원회 인권안전국장은 장기자랑 요구가 “새내기를 어색함을 깨기 위한 수단이자 평가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연령과 학번에 따른 위계구조를 재생산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아(사회복지 17) 전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위원장은 대학문화가 낯설고 별개의 소속 집단이 없는 신입생들은 위계에 따른 압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배의 입장에서는 권유였다고 해도 대학에 처음 입학한 새내기에게는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강요된 장기자랑과 자발적인 장기자랑의 경계는 종종 모호하다. 이승준 기획단장은 사회대 울림마당의 재학생 공연까지 폐지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획 단계에선 참여자가 프로그램을 부담스런 장기자랑으로 받아들일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참여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주관적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선아 전 학소위장은 “새내기, 재학생 구분없이 자율적 신청을 받고, 집단별 할당량과 참여해야 한다는 강압적 분위기가 없다면 장기자랑 강요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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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장기자랑 강요 Free 선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다행히 장기자랑 강요가 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다. 학소위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단과대 및 과/반 학생회를 대상으로 ‘장기자랑 강요 Free 선언’을 받고 있다. 박선아 전 학소위장은 각 단위에서 새내기에게 권력관계 없고 안전한 새맞이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해당 선언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장기자랑 강요 Free 선언엔 8개의 단과대를 포함하여 18개 단위가 동참했다. 장기자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중앙집행위원회의 새맞이 프로그램 공유 플랫폼이 준비돼 있다. 이명현 국장은 “장기자랑과 술게임을 지양하는 풍조가 확대되면서 대안 프로그램 도입을 돕고자 (플랫폼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다른 단과대의 좋은 프로그램을 참고해 새로운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집행력을 아끼는 식이다. 장기자랑 강요가 없어도 재밌는 새맞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학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새맞이 장기자랑이 문제시된 핵심적 이유는 재학생이 의도치 않아도 새내기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선아 전 학소위장은 “재학생이 새내기에게 스스로의 말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먼저 고려해야 강요로부터 자유로운 새맞이를 만들 수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장기자랑의 장점과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새내기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구성원의 끝없는 고민이 선행될 때 새내기들이 안심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새맞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