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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같은 일, 반년마다 재계약?” 강사와 노동자 사이,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등록일 2019.03.04 22:25l최종 업데이트 2019.03.05 14:38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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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교원 한국어교육센터(센터)에 23년 넘게 근무한 정인아 씨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학교에 왔을 때와 비교해 강사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한국어 교육수요에 맞춰 센터의 규모도 성장했지만, 정작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의 임금과 복지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센터의 강사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것일까. 한국어교육센터 시간강사실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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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교원 시간강사실



같은 시간강사지만 처우는 전혀 달라

  센터에 고용된 교원은 대학 일반에 고용된 교원과 같이 전임교원이나 시간강사라고 불리지만 그 처우는 전혀 다르다. 대학 일반의 전임교원은 정년이 보장되며 총장에 의해 직고용된다. 임금은 호봉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장받는다. 시간강사는 비전임교원으로 분류돼 6개월 이하의 단기계약을 맺는 대신 타 학교에 출강할 수 있다. 각 학과에서 위촉해 전임교원과 마찬가지로 총장에 의해 직고용된다. 임금은 강의 시간당 8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비해 센터의 전임교원은 이름만 전임교원일 뿐 본부 산하 기관장이 고용하는 자체직원이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무기계약직이다. 임금 또한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시간당 4만 4천 원 수준에서 책정된다. 대학 일반의 시간강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센터 시간강사 역시 비전임교원으로 6개월마다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지만 임금은 강의 시간당 4만 1천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전까지는 타 기관에 출강조차 불가능했다. 

  처우 개선을 위한 센터 강사들의 구체적인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무기계약직 혹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다. 계약직은 무기계약직과 달리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없고 육아 휴직, 병가와 같은 기본적인 복지혜택도 누릴 수 없다. 때문에 경조사나 건강상의 이유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대강료를 지불해 수업을 대신 맡아줄 사람을 구해야 한다. 임금 책정의 원칙도 다르다. 무기계약직은 수업 시수와 무관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지만 계약직 임금은 수업 시수에 맞춰 책정된다. 계약직 강사들이 수업을 위해 참석하는 회의나 워크숍, 시험문제와 수업자료 제작, 과제 평가에 들이는 시간은 임금 책정에서 제외돼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사드 배치 등의 여파로 유학생이 줄어 급감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는 전적으로 시수에 임금을 의존하는 계약직에게 치명적이다. 강사들은 임금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요구는 전체적인 강사들의 처우 개선이다. 설령 첫 번재 요구가 일부 수용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이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지 못해서다. 센터에서 6년간 일한 A씨는 본인의 기본 연봉이 2,400만 원 정도이며 더 많은 임금을 위해서는 계약 이상의 강의나 업무를 맡아야한다고 밝혔다. 호봉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임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4년까지는 퇴직금 또한 지급되지 않았다. 당시 퇴직한 강사가 퇴직금 문제로 학교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하자 센터에서 그제야 지급하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A씨는 일반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가 사라졌다가 추후에 같은 강의가 다시 생기면 재임용되지만 센터의 강사들은 임용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쳐 통과해야만 임용될 수 있다며 이런 차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강사들의 물음에 서울대의 대답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언교원의 강사들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시간강사로 볼 수 없다. 대학 일반의 강사와 달리 정규 교육과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강사들은 이에 따라 본인들을 시간강사가 아닌 노동자로 취급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부터 적용될 강사법이 아니라 이전에 시행된 가이드라인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강사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강사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센터의 강사도 대학 일반의 강사와 동일하게 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강의평가에 따른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강사들은 교무처장과 만나 시정을 요구했지만 교무처장은 총장이 없으므로 이후 임명될 사람에게 요구를 전달하겠다는 말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B씨는 “모호한 계약관계로 인해 우리는 학교의 입맛에 따라 때로는 강사로 때로는 노동자로 취급될 여지가 남아있다”며 불안해했다.

  센터 강사들은 법적 지위 문제에 더해 출강 제한으로 인한 낮은 임금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마주해야 했다. 이전에는 센터가 다른 기관으로의 출강 등 겸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기에 강사들은 타 기관의 수업을 모두 정리해야 했다. 시수가 줄어들어 생계유지가 벅차져서야 학교는 타 기관 출강 제한을 풀었다. 그러나 겸업이 가능해졌음에도 강사들의 난처한 상황은 변함이 없다. 이미 다른 기관의 수업을 정리한 상태에서 센터 밖의 새로운 강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겸업할 곳을 구해도 상황은 곤란하다. 출강에 대한 언어교육원 측의 배려가 없어 강사 스스로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센터 강의 일정이 개강 4일 전에 나오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기관에 출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언교원은 고용을 늘리고 있다. 센터는 작년 11월 9일 시간강사 초빙 공고를 통해 신규 강사 3명을 추가 고용했다. 시수가 줄어 기존 강사들도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임금만을 받는 상황에 다시 고용을 늘린 것이다. 강사들이 모집공고를 낸 의도를 묻자 언교원장은 휴직 강사가 있고 시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수업을 하는 당사자인 강사들은 회의에서 기존에 고용된 인원으로도 충분히 현재 수요뿐 아니라 증가할 수요에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강사 한 명이 지금보다 많은 수업을 맡아 문제된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 근거다.

  한편 강사들은 센터가 의도적으로 고용을 늘려 배정된 시수를 낮추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언교원에서 강사의 법적 지위를 시간강사로 상정했을 경우 시수를 9시간 이하로 낮추면 주 9시간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해당하는 강사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노동자로 상정하더라도 시수를 낮추는 것은 언교원에게 유리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근로하는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이지만, 정규직 전환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거쳐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는 퇴직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용을 늘려 강사에게 배정된 수업시간을 줄이면 언교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강사들은 언교원에 수요가 늘어나면 시수를 늘릴 것이냐 묻자 시간강사에게 시수를 15시간 이상 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센터 강사들의 의심은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10일 열린 ‘제26차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 동계 워크숍’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행정실장 등 언교원 직원 3명이 참석한해당 워크숍에선 ‘한국어교육원에서 지켜야 할 노동법 과제 및 인사노무관리 이슈’라는 순서가 진행됐다. 해당 워크숍 발표집엔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회피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강사 임용을 지양하고 초빙, 객원, 외래 교수 등의 비전임 교원을 임용해 법적 지위를 전환하라는 식이다. 사회보험에 대해 고용보험 가입 및 보험료를 고려해 강의료를 낮추는 것과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되도록 관리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강사들을 배제하는 방법도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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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에 선전전을 진행하는 언교원 강사들



고요 속의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

  강사들은 작년부터 원장에게 처우 개선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해가 넘기도록 답변이 없자 대응에 나섰다. 1월 21일부터 출근시간대에 언교원의 처우를 개선을 요구하는 선전전이 진행됐다. 강사들은 서울대학교 정문과 후문에서 ‘10년 일해도 비정규직’, ‘언교원 한국어교원 고용안정’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손수 들고 일부는 본인들의 차에 붙이기도 했다. 강사들은 정당한 근로를 인정받기 위해 학교 측과 소송까지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의 강사들은 신규 채용 지원자 200명 중 3명만 채용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강사들이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어 교육계 전반의 문제기도 하다. 다른 한국어교육기관의 경우 시간당 2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거나 노조 활동을 엄두도 못 내는 경우도 많다. 강사들은 본인들의 움직임이 한국어 교육계가 개선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이들은 한국어 강사들이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삶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원동력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일한만큼 대우해달라는 강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