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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우해달라" 혜화역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집회 열려
등록일 2019.03.07 16:25l최종 업데이트 2019.03.07 16:45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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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토) 오후 2시경,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집계로 약 2000명이 참여한 이번 집회의 참가자들은 불법약물 유통자와 사용자,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정부를 묶어 카르텔이라 부르며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구호를 외치고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성명문을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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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역 1번 출구 부근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모여 앉은 참가자들



  여성 대상 불법약물 문제는 강남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주목받으며 불거졌다. 폭행사건으로 ‘버닝썬’이 조명받자, 해당 클럽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직원들이 ‘물뽕’이라고 불리는 감마 하이드록시뷰티린산(GHB)을 사용해 여성들의 정신을 잃게 한 뒤, 여성을 남성들에게 ‘공급’해왔으며 클럽은 이를  묵인하고 나아가 약물을 판매했다는 내용이었다. GHB는 무색·무취·무미의 액체로 복용하더라도 24시간 안에 몸에서 약물이 빠져나가 증거를 찾기 어렵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흔히 데이트 강간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GHB는 마약으로 분류돼 구매 시도만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번 집회에서 개인 발언은 일절 금지됐으며 대부분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운 좋으면 시선강간 운 나쁘면 약물강간” “무료라던 여성입장 까고 보니 강간티켓” 등의 구호를 통해 여성을 상품화하는 클럽문화를 비판했다. “사진 있어? 영상 있어? 증거 있어? 증인 있어?” “검색으로 약물강간 경찰들은 수수방관”라고 외치며 경찰의 잘못된 수사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원경환 유착관계 척결하라” “경찰청장 민갑룡 부진수사 해명하라” “검찰총장 문무일 수사은닉 사죄하라” “자칭페미 문재인은 여성에게 필요 없다” 등 대통령과 검찰 및 경찰 책임자를 향한 직접적인 구호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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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에서 발언자가 피켓에 적힌 구호를 선창하면 참가자들은 따라 외쳤다.



  주최 측은 1부 마지막에 준비된 발언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발언은 ‘물개’, ‘홈런’, ‘골뱅이’와 같은 단어의 뜻을 아냐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물개는 소위 ‘물 좋은’ 여성 게스트를 뜻하고 ‘홈런’은 룸 안에 만취한 여성을 데려다주는 것을 의미하며, ‘골뱅이’는 만취한 여성을 뜻한다. 발언자는 이러한 은어가 남성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것이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강간문화가 고착됐다는 뜻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주최 측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가 자행되는 대표적인 장소인 클럽의 안전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며,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거래하는 문화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2부의 시작과 함께 진행된 퍼포먼스에서는 GHB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실을 풍자했다. 컵라면이 익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상담사와의 전화 후 입금하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GHB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언론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며 퍼포먼스의 내용이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사람을 뇌사상태,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약물이 데이트 약물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알리고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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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옷을 입은 집회 참가자들



  오후 2시부터 이어진 집회는 성명문을 읽는 것을 끝으로 오후 5시경 종료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강간 카르텔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클럽을 폐쇄할 것 ▲입법부는 마약 유통을 뿌리 뽑는 법률을 제정할 것 ▲정부는 남성약물카르텔에서의 검경 유착을 해체할 것 ▲언론은 분노하는 여성을 악마화하는 행위를 멈출 것 ▲사법부는 약물강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남성약물카르텔에서 여성은 남성고객에게 주어지는 상품”이라며 여성들은 클럽 안에서 강간을 위한 조직적인 모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복장을 회색으로 통일한 것은 어쩌면 그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강조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른다. 이들의 목소리에 사회가 어떻게 대답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