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특집
똑똑, 집 보러 왔습니다 통학·자취·기숙사생들의 생활을 엿보다
등록일 2019.04.17 01:58l최종 업데이트 2019.04.20 23:10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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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어디 사세요?” 조별과제의 편의를 위해서든, 모임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든 학교를 다니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다. 대답은 대부분 통학, 자취, 기숙사 중 하나로 귀결된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주거형태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저널>은 통학생인 A씨(경제 16)와 자취생인 B씨 (언론 16), 기숙사생인 C씨(인류 18)를 인터뷰하고 등하교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생활을 추적했다. 각자 주거형태로부터 비롯되는 부담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어느 정도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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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경제학부 16학번으로 학업과 학회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성남시 분당구에서 통학했으나 이사를 해 지난 학기부터 과천에서 통학중이다. 월 50만원의 용돈을 본가로부터 받아 생활한다. A씨에게 통학생의 삶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Q. 구체적으로 통학하는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A. 보통 사당역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사당역에서 5528번 버스를 타고 학교로 온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식이다. 셔틀줄이 너무 길어 서울대입구역까지 와서 셔틀을 타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빠르다.

Q. 통학하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뽑아달라.
A. 아무래도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점이 좋다. 설거지와 방 청소 정도만 맡는 편이라 가사 노동을 전적으로 맡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막차 시간을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등교에 에너지가 소비돼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힘을 빼고 시작한다. 분당에 살 때는 1교시 수업을 넣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막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시험기간에는 공부할 시간을 뺏기고 모임이 있으면 항상 기숙사생이나 자취생에 비해 일찍 자리를 떠나야 한다. 게다가 부모님 시야에서 살다보니 사생활이 구속받기도 한다.

Q. 다른 주거형태를 고려한 적이 있나.
A. 아직까지 부모님께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고려해본 적있다. 하지만 자취는 혼자 살게 되면 아플 때와 같이 외로운 순간이 있을 것 같아 싫다. 그래서 기숙사가 나을 듯 하다. 기숙사비나 식비를 고려했을 때 기숙사에 살게 된다면 과외나 알바를 해야 하지 않을까.

Q. 통학생으로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구체적인 일은 없었지만 분당에서 통학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 특히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에 등하교를 하게 될 경우 강남을 거쳐야했는데 이건 떠올리기도 싫을 정도다. 길게는 편도로 2시간까지 걸리기도 하는데 이 당시 통학만으로도 살이 빠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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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씨는 언론정보학과 16학번으로 디자인과 복수전공 중이며 학업과 학내 연극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16년에는 본가인 수원에서 통학했으나 2017년부터 녹두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월세와 보증금은 모두 본가에서 지원을 받으며 월 60만원의 용돈으로 생활 중이다. B씨에게 자취 생활에 대해 물었다.

Q. 통학을 하다가 자취를 결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A. 통학 생활을 해보니 통학 길에서 시간과 체력을 너무 많이 쓴다고 생각했다. 체력이 부족한 탓에 귀가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Q. 자취생활은 만족스러운지.
A.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2018년부터 넓은 집으로 옮겼다. 자유롭다는 점이 좋다. 다만, 통학할 때에 비해 밥값 등의 지출이 늘었는데 다행히 녹두의 경우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서 ‘못 살겠다’ 싶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스스로가 생활을 모두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집안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연극 공연이 다가와 시간이 부족해 지금도 집안일이 밀린 상태다. 늦은 시간에는 대로변이 아니면 어두워 낯선 사람이 있을 까봐 무서울 때도 있다. 또 월 60만원으로 살다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본가에 손을 벌리게 된다.

Q. 그렇다면 다른 주거형태를 고려한 적이 있나.
A. 기숙사는 선발 기준을 고려했을 때 가망이 없어 선택지에 넣지 않았다. 남은 것은 자취뿐이었다.

Q. 돈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디자인과 복전을 하면서 미대 수업을 듣게 됐는데 미대 수업 준비물에 돈이 꽤 나간다. 계속 본가에 손을 벌리기 눈치보여 알바 등을 구하고 있지만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니 몇 백 원짜리 지출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같은 즉석 밥인데 1,000원이 넘는 곳과 800원 정도인 곳이 있어 싼 곳으로 향하게 된다. 월 60만원의 돈을 받지만 생활하기에도 빠듯해 돈을 모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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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씨는 인류학과 18학번으로 학업 외에도 과/반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본가는 대전으로 입학부터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기숙사비는 본가에서 지원받고 있고, 2월까지는 장학금과 용돈으로 생활했으나 현재는 약 55만원의 용돈으로 생활 중이다. C씨에게 기숙사의 인상을 물었다.

Q. 기숙사에 사는 느낌은 어떤가.
A. 처음에는 집 밖에서 생활하니까 신기했다. 여행 온 느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학기가 넘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방에서 쉬려고 해도 룸메이트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별로였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등교하기 용이해 좋지만 수업이 없는 날이면 가끔 학교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Q. 아무래도 기숙사에 많이 실망한 것 같다.
A. 집에서 나와 혼자 살기 때문에 생기는 가사 노동은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이니 크게 상관이 없다. 작년엔 구관 (921~926동)에 살았는데 2인실인 방이 너무 작고 룸메이트와 붙어있다시피 했다. 잘 모르는 사람과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싫었다. 올해는 919동으로 옮기면서 친구와 룸메이트를 신청해 이 부분은 나아졌다. 하지만 식단에 대한 선택권이 한정적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식이성향이 페스코(유제품과 난류, 해산물까지 허용하는 채식의 유형)인 입장에서 기숙사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학식에 페스코 식단이 나오면 애용하지만 주로 외부에서 샐러드나 빵을 사오거나 편의점에서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생협에서 운영하는 기숙사 매점이 좋다는 인식도 틀린 것 같다. 편의점에 비해 가성비와 다양성이 떨어진다.

Q. 혹시 이로 인해 다른 주거형태를 고려한 적이 있나.
A. 소득분위가 낮아 기숙사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다. 현실적으로 통학은 불가능하니 선택한다면 자취일 텐데 돈 문제가 크다. 게다가 자취를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 같지는 않다. 통학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자취하는 친구들의 등하굣 길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Q. 그래도 기숙사 생활의 좋은 점이 있을 텐데.
A.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학교 안에 있어 등교하기 쉽다는 것이다. 가끔은 학교에 갇혀 사는 느낌이 들어 힘들 때가 있지만 통학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다. 통행금지 시간이 없어 밤을 새도 딱히 상관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작년에는 동기들이 기숙사에 많이 살았기 때문에 심심하면 친구를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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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소비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 A씨와 C씨에게는 일주일 동안의 가계부를, B씨에게는 한 달의 가계부를 받아 항목별로 정리했다. 단위를 맞추기 위해 B씨의 경우엔 7/30을 곱해 일주일로 환산했다. 여기서 개인 지출이란 문화활동, 선물, 담배 등에 사용한 금액을 말하고 생활비란 생활용품, 문구류, 도서류, 준비물등 필수적인 지출에 사용한 금액을 말한다.

  A씨는 지출 총액이 가장 적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거 형태로 인해 다른 두 사람보다 교통비 지출이 많다. 반면 식비는 독립해 생활하는 두 사람에 비해 적게 쓴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드러난다. 생활비 명목으로 가장 적은 지출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생활용품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B씨와 C씨에 비해 A씨는 상대적으로 생활비 영역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주거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록 B씨와 C씨는 모두 주거비를 본가로부터 지원받아 생활하지만 주거비에서 비롯된 심리적 압박까지 덜어지지는 않는다. B씨와 C씨가 모두 금전적 부담을 이야기하는 반면 A씨는 생활의 피곤함과 불편을 이야기할 뿐 금전적 부담을 언급하지 않는다.

  B씨는 생활 측면에서 불편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독립된 개인 공간을 보장받는 덕에 가장 자유롭게 삶을 꾸려나갈 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출 총액이 가장 크고 추가적인 수입원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등 A씨와 C씨에 비해 금전적 부담이 심했다. B씨는 흡연을 하고 고양이를 기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개인 지출이 크다. 식비로도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끼니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C씨와도 차이가 나는 것은 학외에서의 식비가 학내에서의 식비가 크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디자인과 복수전공으로 인해 생활비에도 추가적인 지출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생활용품 등을 직접 구매해야 하는 주거 형태로 인해 생활비 지출이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거비까지 고려하면 B씨의 금전적 부담은 심해진다. 주거비 부담이 있는 C씨와 비교했을때 보증금은 정확히 80배 차이가 난다. 매월 주거비에 지출되는 금액의 차이도 40만원이 넘는다. 비록 B씨와 C씨가 직접 지출하는 비용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들의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C씨는 B씨에 비해 금전적인 측면에 대한 압박이 덜했다. 금전적 부담보다는 기숙사에 생활함으로써 생기는 제약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기숙사에서 주어지는 제한된 식단이나 룸메이트와의 문제가 그렇다. 그러나 금전적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B씨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교통비와 식비만을 따졌을 때 B씨와 C씨의 지출액은 10,500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C씨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까닭은 주거비로 인한 부담의 차이와 최근까지 장학 금을 받아온 사실 덕으로 생각된다.

  세 사람의 삶을 엿보며 각자가 지닌 부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삶이 나은지, 어느 주거형태가 나은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 주거형태를 선택하더라도 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모두가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그를 덜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좋은집 나쁜집 이상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