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특집
집 없는 서울대생, 누구를 탓하랴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다차원적 논의 필요해
등록일 2019.04.18 22:55l최종 업데이트 2019.04.23 10:50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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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의 주거권 문제는 어떤 형태의 주거환경도 주거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기인한다. 기숙사엔 못 들어가고, 통학은 불가능한 곳에 사는 서울대생은 어째서 고비용과 저품질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을까. 울며 겨자 먹기로 자취방을 구하는 서울대생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5평 방 월세가 70만원?

  자취방을 구할 때는 우선 높은 월세의 벽을 극복해야 한다. 2018년 5월 기준 서울대학교 반경 2km 범위의 월세는 평당 평균 7.68만원이다. 관악구 일대의 평균 월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지만, 이 통계는 관악구청에서 서울대입구역에 이르는 지역을 다루지 않는다. 서울대생이 주로 자취하는 지역 중 서울대 정문에서 관악구청 사이와 녹두거리에 해당하는 부분만 포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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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주변 지역의 월세 분포. 붉은 점이 서울 평균 월세보다 비싼 집, 푸른 점이 서울 평균 월세보다 싼 집이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이 붉게 채워져있다. ⓒ<KBS>데이터저널리즘팀


  제외된 서울대입구역과 관악구청의 지역은 더 비싼 값을 받는다. 서울대입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취재 결과 해당 지역에서 월세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증금 1000만원에 60~70만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얻은 방의 크기는 대부분 5평 남짓에 불과하다.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2~14만원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은 부모의 손을 빌린다. 본가의 위치상 통학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부동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A 실장은 집값 상승의 이유로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지가 상승을 꼽는다. 땅값이 비싸지니 그 위에 건물을 지은 건물주도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지가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강남구 인근의 오피스텔 건축 포화가 대표적이다. A 실장은 “강남에 땅이 부족해 2호선을 공유하는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대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전철 착공 소식과 ‘샤로수길’이라 불리는 봉천동 골목 상권의 부상도 지가 상승에 기여했다. 관악구의회 이기중 의원은 “경전철이 발표되고 관악구 임대료가 상승했으며, 샤로수길이 뜨면서 상가임대료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간에서 유의미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는 힘든 상태다. 서울대입구역 근처는 땅이 부족해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을 수 없다. 좁은 땅에 올릴 수 있는 것은 4-5평 남짓의 오피스텔 400세대 정도가 최대다. 이 정도의 소규모 신축은 가격 인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물이 들어온 만큼 외부에서 입주자도 들어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A 실장은 “9월에 지은 240세대 신축 오피스텔이 두 달 안에 전부 나갔다”고 전했다. 학생이 방을 찾는 시기는 주로 개강 직전인 2월과 8월이며, 그 밖의 수요는 대부분 학생이 아니다. 강남권에서 살 곳을 찾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 서울대입구의 유입 인구로 자리잡는 것이다. 결국 공급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집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월세 55만원 내외의 비교적 싼 방들은 시설노후 문제를 겪는다. 학생들은 비싼 월세와 낡은 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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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근방 한 오피스텔의 1-2월중 가격 변동. 보증금 2,000만원에 거래된 방을 기준으로 했으며, 2016년의 경우 2,000만원에 가장 가까운 거래를 포함했다. 자료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값싼 방값 덕에 고시촌이란 이름으로 서울대생이 애용하던 녹두거리도 변했다. 녹두거리에서 중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이 공인중개사는 “신축 원룸들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입구에서 땅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녹두거리에 투자하며 건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서울대입구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녹두거리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김 공인중개사는 “신축 원룸 입주자는 직장인과 고시생이 많지만, 학생이 부모의 지원을 받아 들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고시원을 개조해 만들어졌거나 오래된 원룸을 찾는다. 시설의 노후화나 불편은 입주자의 몫이다. 낮은 가격대를 찾으면 학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지대(地帶)가 높은 녹두거리는 집값이 싸지만, 학생들이 살기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가난한 자취생, 겉도는 지원정책

  주거 문제는 심각하지만 지원정책은 충분하지 않다. 관악구 차원에서는 예산 문제가 뼈아프다. 이기중 의원은 “관악구의 1년 예산은 약 6,800억 정도인데, 그중 구에서 자율적으로 집행명목을 정할 수 있는 것은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나머지 예산은 전부 용처가 정해져 있어 주거문제에 예산 배정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거 정책은 시나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에 크게 의존한다. 이기중 의원은 “관악구 차원에서는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주택은 서울시에서 청년세대 주거비 부담 및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사회주택을 입주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공동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한다. 현재 서울대 인근에는 5곳의 사회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택사업에만 의존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사회주택 5곳중 4곳은 신규 입주가 불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한 곳은 8,000만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기 위해서 목돈이 필요할 경우, 청년들은 그 목돈을 위한 최소한의 자가부담조차 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탄식했다. 이전보다 개선된 상황이긴 하지만, 정책의 효과를 충분히 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별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은 비용 문제에 발목을 잡힌다.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숙사는 설립 및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그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 측은 민간자본이 투입된 민자 기숙사를 짓는다. 이때 비용 문제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 된다. 최지희 위원장은 이를 두고 “비싼 민자 기숙사는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주거권 보장이라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지희 위원장은 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청년들이 비싼 집값을 대기 위해 저질 일자리를 전전하느라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줄고, 이는 (구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영속적인 빈곤 문제를 가져온다”며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서 “공공 부문은 정책이 부족하고 비용도 크게 투입되며, 민간 차원에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기숙사는 괜찮을까

  서울대학교의 기숙사인 관악사는 학교가 전부 관리한다. 민간 자본이 주축이 된 민자기숙사로 운영되는 곳은 아직 없다. 때문에 매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값싸고 편한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이 몰려든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학생은 대기번호까지 받아가며 기숙사 입주를 기다린다.

  기숙사는 비용 외의 이점도 갖고 있다. 전남대 전하람 교수(교육학과)는 “학교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 자체가 교육적 차원에서 유의미하며, 학교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대학생활에 더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꾸리기도 하며, 자기 전공영역 외의 학습을 도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숙사의 경우 기숙사 차원에서의 별도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습 외적 소양을 기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관악사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 우선 관악사는 수용 가능한 학생 수가 부족하다. 대학 정보를 공시하는 정부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관악사의 학생 수용률은 21.6%에 불과하다. 2018년 11월까지는 기숙사의 선발기준조차 불투명해 학생들이 선발기준이라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특정 학과는 성적순, 특정 학과는 거리비례 등 학과마다 입주자 선정기준이 다르다는 속설도 돌았다. 지속적인 요구 끝에 현재는 선발기준이 통일돼 공개된 상태지만 양적 부족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총장 선출 당시 후보자들이 관악사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실현방향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용률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는 관악산 그린벨트가 지목된다. 현재 관악산 일대는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서울대가 이미 확보한 부지 이상으로 땅을 확보할 수 없다. 공간이 없어 기숙사 건물을 새로 올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기중 의원은 “캠퍼스타운 형식으로 기숙사를 확보하면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꾀하고 학생도 더 수용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캠퍼스와 가까운 대학동과 낙성대동의 빈 건물을 학교가 매입한 후,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의 임대료를 받고 학생들에게 방을 내주는 식이다. 이 의원은 이 방법이 기숙사를 새로 짓는 것보다 현실적이며, 학생들의 주거공간 문제와 캠퍼스 주변의 공동화(空洞化) 문제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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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구관은 시설 문제로 불편이 자주 발생한다. ⓒ여동준 기자


  겨우 입주한 기숙사도 주거권을 잘 보장하지 못한다. 입학 후 기숙사에서 4년째 살고 있는 손수진(정치외교 15) 씨는 기숙사 구관의 방이 고시원 2개 방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씨는 “옷장과 책상, 침대가 2개씩 들어가고 나면 남는 공간은 둘 사이의 작은 통로밖에 없다”며 개인생활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을 털어놓았다. 시설 이용의 불편 문제도 찾을 수 있다. 화장실이나 냉장고가 층, 건물마다 하나씩 배치돼있다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기숙사 고유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요소들도 많지 않다. 전하람 교수는 “기숙사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공간을 제공하고 사생들의 관리를 위한 상담 담당자를 지속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같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악사의 실태는 아쉬움을 남긴다.

  서울대학교의 주거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누구도 이를 제대로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은 실질적으로 동떨어져 있고, 학교에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태다. 학생 주거문제는 지역사회와 얽힌 문제인 만큼 대학이 단독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불편은 고스란히 학생의 짐이 된다.

  대학당국, 지역사회, 정부 모두 주거권 개선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이 있다. 기숙사를 개선하면서 인근 주민들과 상생을 꾀하고,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보강하는 한편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는 식이다. 대학생 주거의 문제는 학생이 자력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명확하고, 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각 주체들이 나서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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