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학술
‘보이지 않는 사고’는 왜 끊이지 않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은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등록일 2019.04.18 23:35l최종 업데이트 2019.05.11 12:17l 신화 기자(hbshin1207@snu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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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매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며, 9만여 명의 노동자가 작업중 부상과 질병을 얻는다. OECD 국가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현실은 작년 12월, 故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 3개월 만에 석탄운송설비를 점검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복지법(산안법)이 개정됐다. 소위 ‘김용균법’으로 잘 알려진 법이다. 골자는 원청업체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에게 안전 및 보건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용균법의 통과에도 여전히 외주화된 위험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엔 경상남도 진주에서 KT의 자회사인 KT서비스 직원 하모(31)씨가 홀로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던 중 3만 볼트 변압기에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모씨는 양 손목을 절단해야 했다. KT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영기업이던 KT가 민영화된 2014년 이후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173명에 이른다.

  지난 3월, 정의당 진주시위원회와 KT서비스노동조합은 이 사건을 두고 KT 황창규 회장과 KT 서비스 대표 2명을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T측이 산안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감전 위험이 있는 작업 시 절연용 보호구 지급 의무와 전선에 근접해 작업할 때 작업감시자 배치 등 감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석현 정의당 진주시위원회 노동위원장은 “산안법의 주된 법조항에 따르면 위험한 전기장비가 있는 곳에 올라갈 땐 안전관리자를 대동해야 하는데, KT는 본사를 제외한 자회사 직원들에게는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들은 명문화된 안전조치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재해에 대한 기업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진주시위원회와 KT서비스노조가 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KT 황창규 회장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의당 진주시위원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산재 책임자 ‘솜방망이 처벌’ 끝낼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현장과 다중이용시설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방지 의무를 게을리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공무원 등을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시민들에게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방임한 기업과 정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며 관련 법안 마련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진척됐다. 그러나 2019년 현재 故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2년째 국회서 계류 중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 사고 발생 시 사업주, 경영인 그리고 기업 법인에 실질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책임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및 5억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 5조에 따르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는 ‘범죄주최자’로 명시되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기업의 안전 환경을 관리·감독할 의무를 방기한 공무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법안의 발의안이 설명하듯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한 재해사고에는 ‘관피아’로 불리는 공무원의 의식적 직무 방임이 수반되는 경우가 빈번함’을 고려한 조치다. 

  현재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재해에 일조한 기업 및 공무원에 대한 처벌은 산안법 등의 개별법에 근거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안에 따르면, 이들 현행법은 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나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해당 발의안은 ‘현대 기업의 특성상 안전관리는 다양한 직급에서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이 까다’롭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산재 발생에 따른 벌금도 피해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된다. 현행법상 산재 처벌은 상대적으로 형량이 무거운 인명 피해가 아니라 주의관리 소홀에 대해서만 책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부와 대법원이 집계한‘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 전체(3만 3,648건) 중 80.8%(3만 2,096건)이 단순 벌금 기소였다. 이들 중 1심 법원이 정식 재판을 연 5,10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30명으로, 실형 선고율은 0.59%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일반사건의 실형 선고율인 18%보다 31배나 적은 수치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난 2015년 <월간 참여사회>에 기고한 ‘살기 위해 죽는 노동자 산업재해‘라는 글에서 ‘전에 예고되는 노동부 정기 감독에서도 90%이상 사업장이 법을 위반하지만, 처벌은 그야말로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산안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처벌이 아닌 시정조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다. 또 그는 “사업장이 부과 받는 벌금도 평균 90만 원 수준”이라며 낮은 처벌 강도를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안의 주요한 문제의식은 이처럼 낮은 처벌 수위가 ‘경영자가 재해의 위험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KT 자회사 직원의 감전 사고에 대해 김석현 정의당 진주시위원회 노동위원장은 “故김용균 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행태는 결국 모기업의 위험 전가와 비용 절감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모기업 위주의 비용 절감이 해결되지 않으면 희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현행 산안법과 비교해 갖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업이 실질적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근로기준법 관련 형사처벌 중 가장 센 형벌”이며, 이를 통해 “사업주나 안전담당자가 생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특별법’의 성격이 주는 실효성 역시 크다. 김석현 위원장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특별법·특례법의 성격을 갖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일반법인 산안법보다 먼저 적용된다. 따라서 산안법이 먼저 적용될 때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처벌이 가능하다.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선 처벌과 함께 ‘위험의 양극화’ 체제 개선해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반복적으로 재해가 발생되는 우리 산업과 노동의 왜곡된 체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가 현재의 산업 구조를 설명하며 제시한 개념은 ‘위험의 양극화’ 내지는 ‘위험의 외주화’다. 故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로 잘 알려진 개념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산재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기업이 위험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 등에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산 과정서 비교적 위험한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기는 현상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중 약 40%가 하청 노동자다. 백 교수는 “기업들은 이를 경영 합리화, 효율화라고 설명”하지만 “효율화를 위해 하청을 주는 경우와 위험을 전가한 채 이를 효율화로 포장을 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재에 따르는 피해 보상 역시 쉽지 않다. 백 교수는 이것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모든 노동자에게 있지 않고, 피해 판단에 있어서도 명확한 원칙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 실린 ‘문송면 이후 30년, 변화한 것과 변해야 할 것들’이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병원을 찾아다니고, 의사의 의견을 구하면서, 가능한 경우 노조의 도움을 얻어야 비로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고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 통로의 부재를 지적했다. 설령 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보상까지의 과정 역시 지난하다. 기업과 노동자 간 생길 수 있는 의견 충돌 지점에서 정확한 판단 원칙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직업병 유발 요인과 관련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는 명목 하 공개하지 않은 채 직업병 입증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릴 수 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산업 안전관리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주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목적에 의해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예는 직업병 인정보상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그는 “실제 근골격계 질환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직군은 농민이나 식당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보상이 이뤄진 대상은 조직화된 대기업 노조의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노동자에겐 산재 보상의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그간의 산재 피해자 구제가 ‘시혜성의 차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차원을 벗어나기 위해선 “과정과 기준에 있어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처벌 체계와 함께,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명확한 피해 판단 원칙과 열린 소통창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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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