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특집
청년, 내집 찾아 삼만리 서울대생을 위한 주거 대안 톺아보기
등록일 2019.04.18 23:59l최종 업데이트 2019.04.23 10:48l 신화 기자(hbshin1207@snu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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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잔뜩 꼬여버린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다양한 차원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간단체, 대학당국, 정부, 지역사회 등 여러 주체들에 이전보다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청년들의 고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이들의 노력을 들어보고, 서울대 학생들을 위한 주거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계획했을까

  정부는 지난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과 2018년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에서 주거비 감당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5년간 소형 임대주택 3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14만 채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13만 채, 대학생 기숙사 6만 실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주택 공급 이외에도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나 보증부 월세대출, 청년 전용 버팀목대출 등의 주거 금융상품 등을 지원하면서 그간의 “공급자 중심의 단편적·획일적 지원에서 수요자 중심 종합적인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취지로 주거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차원에서는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덜고자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사회주택 등으로 세분화된 임대주택 정책을 내놨다.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며, 사회주택은 쉐어형 임대주택이다. 아울러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 남는 방을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는 룸쉐어링 ‘한지붕 세대공감’도 시행 중이다.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증금의 일부를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청년 임차보증금 융자지원 사업’과 가구원 수별로 월세를 보조지원해주는 ‘주택바우처’ 정책도 준비됐다.

  다만 쏟아지는 정책에도 청년 주거문제 해결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관악구의회 이경환 의원은 “비용이 학생들에겐 가장 중요한 측면인데, (관악구 인근)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싸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저렴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최근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은 가격을 책정할 때 그곳에 살 사람들이 얼만큼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지 등의 사항을 고려하는데, 행복주택부터 시세 기준으로 임대료가 정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획기적으로 저렴하지 않은 임대주택은 소득이 적은 대학생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최 위원장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일부 자부담해야하는 돈이 없어 열악한 환경에 사는 청년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설명한 기조와 달리 여전히 수요가 아닌 공급 중심이라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거 정책 패러다임은 ‘주거’ 대신 ‘부동산’ 정책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 수요자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설정돼 있다. 집을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정책은 이런 ‘부동산 불패 신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예컨대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역세권 인근의 주택 가격을 동반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 또 교통의 요지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청년들이 즐길 문화시설이 주거시설 근처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과연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 정책인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청년주거복지 정책이 대부분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그리고 신혼부부를 하나로 묶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소득 등의 측면에서 대학생은 직장인보다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인과 동일한 주거복지정책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청년들은 사는 게 너무 어려워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이 변화한 삶의 양상인데, 정책의 기저에는 ‘청년이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보상이 주어진다’는 입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이 “저소득층, 노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포션(portion)을 떼와서 청년주거정책에 투자”하는 식으로 청년과 다른 계층의 갈등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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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



관악에서 내집 찾기

  한편 현재 관악구에서 시행 중인 청년 주거지원정책에는 주택 공급정책인 청년주택공급, 역세권 청년주택과 한지붕 세대공감, 관악구 공인중개사협회와 협업해 중개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청년 임차인 보호교육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아직까지 관악구의 청년 주거난 해결에 체감되는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경환 의원은 “가장 큰 정책은 청년주택확충인데 구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실질이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2019년 4월 1일 서울대입구역에 관악구 최초로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작년 신림역 부근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근처 집값이 떨어지고 원룸 등이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이러한 반발은 특히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더 심각하다. 청년이 들어오면 지역이 소란스러워질 것이라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발에 대해 이경환 의원은 “실제 영향은 없거나, 미미하거나, 오히려 지역경제에 도움된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과거 사례를 통해 실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의 생활방식상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타당”하다며 이런 문제를 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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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신림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조성에 반대하는 관악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코노믹리뷰



  한편 이런 갈등 국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주거권 회복을 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월간 <복지동향>에 기고한 칼럼에서 “단순히 미시적인 정책에 대한 찬반이 아닌 투기심에 대한 사회적 환기로 이해하고 주거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주거 문제를 권리 문제가 아닌 투기 문제로 생각했기에 이러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환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택지원을 받지 못한 서울대 학생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민간 주택사업이다. 현재 관악구의 민간 주택사업은 주로 주택·아파트·오피스텔에서 3~5명이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 형태다. 과총학생회 차원에서 쉐어하우스 입주자를 선발한 적도 있다. 2016년 총학생회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주거난 해결을 위해 소셜 벤처 ‘코티에이블’과 연계해 벌인 이 사업은 학생들이 몰려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쉐어하우스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뜷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총학생회나 대학당국과 연계한 사업이 아닌 이상 결국 시세를 반영한 주거비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발 벗고 나선 청년들, 지역에 자리잡다

  그렇다면 최소한으로 살만한 집에서, 지불 가능한 돈을 내고, 평화롭게 살 수는 없을까? 집값과 열악한 환경에 치이던 대학생들은 직접 주거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자발적 시민단체다. 최지희 위원장은 이 단체를 “사회에서 다루지 않는 청년주거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활동기조는 청년들이 모여 자립적으로 주거문제를 고민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청년 주거권 문제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이자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이고 영속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비영리주거모델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달팽이집’이라고 불리는 쉐어하우스다. 이들은 상황이 바뀌려면 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한편, 그 전에 “당장 내가 덜 고통받기 위해 청년들의 뱃심을 기르는” 활동도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뱃심 기르기 활동’은 혼자 사는 청년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 위원장은 현재 청년 주거의 문제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서로 떨어져 각개전투를 벌임에 있다고 말했다. 주거 고민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는 ‘잘 살고 못 사는 문제’로 들릴 수 있기에 쉽게 터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달팽이집은 그런 청년들이 마음 편히 주거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달팽이집과 비슷하게 실험 단계에 있는 협동조합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터무늬있는집’이다. 지난해 서울시 강북구 번동에 1호점을 연 터무늬있는집은 “시민이 만들고 청년이 운영하는 세대 협력형 공유주택”을 표방한다. 민달팽이협동조합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 단체는 시민들로부터 저금리로 장기 출자를 받아 쉐어하우스의 보증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보증금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제공하는 청년주거안정기금의 지원을 받는다. 시민들은 적게는 100만원부터 청년주거안정기금에 출자금을 낼 수 있고, 일정기간 뒤 소량의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이 모이면 청년 스스로 살 집과 지역, 공동 입주자들을 구한다. 집에서 생활하게 될 청년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 다른 임대주택과의 차이다. 시민 출자자와 사회투자지원재단, 청년들이 함께 집을 만들어 나가는 셈이다. 집을 구한 이후에도 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함께 활동하며 청년과 지역사회의 긍정적 관계맺기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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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터무늬있는집 1호 집들이 행사ⓒ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우리의 주거권이 나아가야 할 길

  이처럼 다양한 시도가 여러 주체들로부터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청년이 주거난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는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주거권과 주거복지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이경환 의원은 “결국 모든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 지자체, 민간, 대학당국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주거복지에 예산을 더 투입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재원형성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불투명한 민간 주택시장을 양지화시켜 왜곡된 주택시장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 대학당국은 지역사회와 연계하며 학생들을 위한 주택 사업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주거난에 대한 공론화가 이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청년 주거난은 한때 청년 개인과 가족이 해결할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 일부나마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누구 하나의 노력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청년 주거 문제, 사회의 각 영역에서 진지한 고민과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집 나쁜집 이상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