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사회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 그늘에 가려진 문제들 높은 위험성에도 여전한 성인용품 안전관리 부재
등록일 2019.04.19 13:32l최종 업데이트 2019.04.19 14:02l 한지우 수습기자(lhanjiwo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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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사례는 피우다 강혜영 대표 및 제품 사용자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A씨는 인터넷에서 성인용품 광고를 보고 처음으로 삽입용 자위도구 딜도를 구입했다. 하지만 사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질 입구에서 원인 모를 가려움증을 느껴 사용을 중단했다. 한편 B씨는 오랜 시간 발기 상태를 유지하고자 사정지연형 콘돔을 구매했다. 그러나 콘돔을 사용한 후 하루 동안 음경 부위에서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B씨의 애인 또한 구강성교 후 한동안 입안이 얼얼한 느낌을 받았다. 

  성인용품점은 더 이상 음침한 거리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신촌, 홍대, 강남, 이태원 등지엔 점점 더 많은 성인용품점이 생겨나고 있다. 인테리어 또한 흰색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거나 원목을 사용해 편안함을 주는 등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한다. 성인용품점과 카페, 바 등이 합쳐진 매장은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 추천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용품 사용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무슨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안전상의 위험성은 없는지 모른 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 중 이상함을 느끼고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알아보려 해도 원하는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신문이나 인터넷, 심지어 성인용품 매장에서도 그렇다. 화려한 성인용품점의 양지화 뒤에서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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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된 성인용품



제품 곳곳에서 검출되는 유해물질

  콘돔은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피임도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중 판매되는 콘돔 중에는 유해성분이 다수 함유된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 성분이 니트로사민(Nitrosamine)이다. 니트로사민은 콘돔의 제조공정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며, 종양 성장을 촉진해 대장암, 간암 등의 발병률을 크게 높이는 대표적인 발암가능물질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콘돔 생산에서 니트로사민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나, 2016년 한국소비자원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15종의 콘돔에서 니트로사민이 검출됐다. 

  이외에도 최근 성관계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정지연형, 굴곡형 등 기능성 콘돔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중 사정지연형 콘돔은 벤조카인 (Benzocaine) 등의 국소마취제를 통해 사정을 지연시킨다. 이 성분 자체는 여러 의학시술에 활용되는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이지만 성관계 시 사용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인용품점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관계 상태에서 마찰이 심하게 일어나 생식기에 상처가 나더라도, 사정지연형 콘돔을 사용하면 이를 느끼지 못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브젤 또한 안전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덴마크 환경부는 2006년 발표한 러브젤 유해도 평가 보고서에서 시중 판매되는 대부분의 러브젤 제품이 피부를 과도하게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액체 제형인 러브젤 제품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되는 항미 생물 성분인 페녹시에탄올 (Phenoxyethanol) 등은 점막기능을 방해하거나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페녹시에탄올이 검출된 사례도 파악됐다. 

  섹스토이의 경우에는 무분별하게 사용된 소재가 위험성을 높인다. 고형 소재의 성인용품은 잠재적으로 중금속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덴마크 환경부의 2006년 섹스토이 유해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섹스토이 제품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PVC 등 부드러운 소재로 제작된 제품에는 소재의 가공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가소제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가소제가 프탈레이트(phthalate)인데, 이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 안드로겐성 성분으로 임신 초기 여성에게 노출될 경우 남아 생식기 기형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이러한 제품의 표면에는 미세 구멍이 존재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기 노출에 의한 박테리아 번식의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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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상) 한국소비자원 (하)덴마크 환경부 보고서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와 연구 모두 부족해

  그렇다면 이 제품들의 안전성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콘돔은 의료기기법에 따라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모든 제품은 판매 전 식약처의 검증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과정서 식약처는 제품에 제한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 검토 한다. 그럼에도 콘돔의 관리가 완벽하게 이뤄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서울대 최경호 교수(환경보건학과)는 “관리 항목은 그 당시 알고 있는 지식이나 관리의 가능성 등을 종합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제도 상) 항목의 문제가 없다고 해서 제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니트로사민처럼 세계보건기구의 최소화 권고 후 9년이 지났음에도 제한조치는 취해지지 않는 예도 있다. 또한 콘돔에는 모든 성분 표기와 주의성분 명시가 강제되지 않아 콘돔 성분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권이 제한된다. 이는 사용자가 일시적인 감각 마비를 일으키는 벤조카인이나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 등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 러브젤은 원활한 질내삽입을 돕는 제품이므로, 의약품에 속하는 질 내 윤활제로 분류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중 판매되는 러브젤은 화장품에 속하는 마사지젤로 분류된다. 이브콘돔 박진아 대표는 “의약품으로 허가받기 위한 비용과 기준의 까다로움에 비해 러브젤 시장규모가 작아 어느 기업도 의약품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며 “마사지젤은 사전검토가 아닌 사후관리대상이기에 안전 관리가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브 콘돔은 러브젤의 의료기기 지정을 요구하며 식약처와 협의 중에 있다. 

  섹스토이는 최근 몇 년 간의 급격한 산업 성장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해 완전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2014년 소비자원이 보건복지부에 섹스토이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을 건의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한 결과 여전히 담당 부서는커녕 품목분류에 섹스토이 항목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최경호 교수는 올해 1월 1일 ‘생활화학 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새롭게 시행됐음에도 사용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섹스토이가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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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안전상의 주의 없이 판매되는 사정지연형 콘돔



  섹스토이의 수출입 공시 절차는 2014년 관세청에 ‘성인용품통관심사위 원회’가 신설되며 마련됐지만, 규제항목의 모호성으로 수출입 관리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통관판정이 일관적이지 않아 확인되지 않은 제품의 편법수입이 빈번히 이뤄지기도 한다. 오히려 통관 심사가 안전한 제품의 유통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유리, 크리스탈, 스테인리스스틸 제품은 안전하게 잘 만들어지면 다른 어떤 소재보다도 위생적이고 세척이 쉬운데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통관이 되고 어떤 때는 되지 않는다”며 명확한 규제항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경호 교수는 이러한 안전관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인용품 관리 제도화 노력을 기반으로 학계는 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다시 업계가 적극적으로 안전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성인용품의 경우 제품 관리에 필요한 기초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의료기기로 분류된 콘돔에 대해서조차 국내 사용량 통계가 존재하지 않고, 러브젤과 섹스토이의 안전성을 검토한 정부 보고서는 2006년의 덴마크 환경부 보고서가 유일하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제품 노출 실태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실태 파악 이후에는 제품에 포 함된 유해물질과 그것의 실제 함량을 밝히는 연구를 통해 제품의 잠재적 유해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의 우선순위와 구체적 유해물질 목록 및 기준함량을 정할 필요도 있다.


여전히 음지에 갇힌 성인식

  관리제도의 개선과 보다 폭넓은 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선 성인식 전반의 변화 역시 수반돼야 한다.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섹스토이가 이슈화됐지만 이슈에 따라와야 할 질문과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는다”며 폐쇄적인 성담론으로 성인용품 관리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최경호 교수 또한 “성인용품의 안전성 연구가 드물게 이루어진 데는 성생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이 터부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강혜영 대표는 이러한 성인식의 핵심엔 성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봤다. 그는 “많은 아이들이 성인물을 보면서 성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회피할 수 없다”며 “성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이가 없으니 궁극적으로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성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성이 논의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바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강 대표는 지금처럼 생식기의 생물학적 기능만을 교육하고 성문화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연령마다 직면할 수 있는 성생활의 문제와 대응방안을 교육하는 것 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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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해방촌에 위치한 피우다 매장 입구.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폐쇄적 성담론 속에서 특히 소외되는 것은 여성의 안전이다. 여성 신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성인용품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최경호 교수는 연구의 방향과 내용이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여성 생식기계 건강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게 세계적으로 2-30년 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 재도 여전히 여성 생식기의 오염물질 노출과 관련된 학문적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여성 생식기 주변엔 자궁과 난소 등 주요 장기가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화학물질이 질의 점막 피부조직을 통해 얼마나 흡수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의 부재는 여성의 생식적 특성을 반영한 관리와 규제를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성인용품 안전관리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학계, 업계의 노력과 함께 근본적으로 성에 대한 담론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 강혜영 대표는 “(성생활은) 조심스럽지만 누군가는 꼭 꺼내야 하는 담론”이고 그로부터 “관련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공론화는 강 대표만의 몫이 아니다. 보다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성경험이 공유될 때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개선되고 모두를 고려한 안전관리가 가능해진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음침한 곳에 가둬 둔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