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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점유’에 내몰린 철거민의 장터 유관단체 연대장터의 오늘을 돌아보다
등록일 2019.06.10 22:36l최종 업데이트 2019.06.12 10:41l 김선우 기자(natekim05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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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4월 30일,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학생회관 앞 공간 무단 점유 단체 관련 안내’라는 공지가 게시됐다.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가 차린 장터를 총학생회가 무단 점유로 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학생과 연대해 음식을 팔던 전철연은 어떻게 ‘불법 장터’ 가 되고 말았을까.


수십 년 연대의 역사?

  서울대 축제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철연과 민주화를위한가족협의회(민가협),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3개 단체가 학생 단체와 연대해 장터를 열었다. 연대장터는 일회적 사업으로 그치지 않았다. 연대가 관례적으로 이어지자 3개 단체는 학내단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 다는 의미에서 유관단체라는 이름으로 묶였고, 서울대 축제에서 연대장터를 계속해나갔다. 전철연은 중앙학술동아리 ‘숲’과, 민가협과 유가협은 정치단체인 ‘서울대 6·15연석회의’와 주로 연대했다. 축제를 담당하는 산하기구인 축제하는사람들(축하사)이 설치되자 연대장터 관련 업무도 축하사의 몫이 됐다. 이후 장터 입점은 유관단체와 학생들이 도맡고, 축하사는 관련 규정 관리만 하는 지금의 체제가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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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연은 이전부터 서울대학교 축제에서 장터를 운영해왔다. 사진은 2017년 축제 ⓒ전국철거민연합회



  연대장터의 시작은 학생운동이 활발할 때 철거민 투쟁을 비롯한 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손을 내민 것이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김소연 조직국장은 “강제철거의 상황을 알리고 투쟁기금 마련을 돕기 위해 당시 학생들이 먼저 연락해왔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유관단체의 장터가 연대장터라는 형식으로 이어진 것도 철거민 투쟁을 비롯한 사회운동을 기억하자는 의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관단체의 장터는 단순히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운동의 일환이었다.

  긍정적인 의도로 시작된 연대장터는 속에서부터 곪고 있었다. 이전 축하사 장터 담당 관계자 A씨는 “유관단체 장터는 안전과 위생, 진행 관련으로 마찰을 빚어왔다”고 운을 뗐다. A씨는 “9시 마감 규정을 안 지키기도 하고, LPG 가스통 사용으로 구청에서 시정요구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축하사에서 유관단체에 안전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장터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달하기도 했다. 유관단체에서 LPG가스를 공급하는 배관을 바꾸면서 안전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금전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예산 문제로 유관단체 장터를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A씨는 “축하사 예산이 축제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고, 학생들의 취향 다양성까지 고려할 겸 푸드트럭을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지며 유관단 체 장터 자리가 위협받게 됐다. 축하사는 2018년 봄축제부터 유관단체의 장터 관련 업무를 전부 총학생회(총학)로 이관했다. A씨는 “다른 단체가 연대하고 축하사는 축제 실무만 처리하는 상태에서 갈등을 조율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연대를 끊을 수도 없어 총학에서 완충작용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극대화된 갈등이 표출된 건 작년 봄축제였다. 유관단체 장터를 총학으로 넘긴 축하사는 유관단체 장터를 신경쓰지 않고 축제를 준비했다. 기존 유관단체 장터의 자리는 늘어난 푸드트럭이 채웠다. 그러나 김소연 조직국장은 “총학생회로부터 (장터에 관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축제 상업화에 밀려 연대장터를 등한시했다는 것이 전철연의 입장이었다. 피켓시위와 총학생회와의 협의 끝에 전철연 장터는 임시로 문화관(73동) 옆에 차려졌고, 장터준수사항을 이행한다면 연대장터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당시 총학의 약속을 받아냈다. 18년 2학기 연대장터가 이전과 같이 진행되며 유관단체와의 연대장터를 둘러싼 갈등은 이렇게 봉합되는 듯했다.


전철연은 어떻게 '무단점유단체'가 됐나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던 전철연과의 갈등은 어떻게 총학생회 페이지에 다시 언급됐을까. 김소연 조직국장은 “연대장터에 관해 먼저 연락을 줬어야 할 총학생회에서 축제 관련 연락을 주지 않았고, 3월 말일 (축제에서) 장터를 열 것이라고 먼저 전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일주일 정도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전에 장터를 허가한다고 답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도 총학생회장은 “전철연에서 기존에 점유하던 학생회관 앞에서 장터를 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유관단체의 장터는 다른 외부업체와 같은 입점절차를 밟지 않는다. 외부업체의 장터 입점 목적은 어디까지나 수익 창출인 반면, 유관단체의 장터는 연대의 형태를 띠었기 때문이다. 푸드트럭과 기업 스폰서십로 대표되는 외부업체는 축제 이전, 축하사와 논의 후 일정한 입점료를 내고 지정된 위치에 매장을 차린다. 입점료는 축하사에서 축제 예산으로 활용한다. 이에 반해 연대장터는 기존에 지정돼 있던 장소에 별도의 입점료를 내지 않고 들어온다. 축제 이전 축하사와 유관단체가 만나 관계 단체 증명서를 발급하고 장터 규정을 안내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절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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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잔디 인근 배치도. 이번에 전철연이 입점한 곳은 보행자통로로 계획돼 있었다. ⓒ축제하는사람들



  전철연에서 기존에 장터를 열던 장소는 학생회관 라운지 앞이다. 이예준(아시아언어문명 15) 축하사장은 “학생회관 라운지 앞은 가장 통행량이 많은 자리여서 모든 외부업체들이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입점 장소 논의과정에서 (해당 장소 입점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아크로폴리스와 학생회관 정문 인근에는 외부업체가 입점해도 통행이 보장되지만, 학생회관 라운지 앞을 차지하면 통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 축하사장의 설명이었다. 이전까지의 축제에 비해 예산이 크게 줄면서 축하사에서 입점료로 예산을 확보해야 했고, 이에 푸드트럭 수를 더 늘리면서 보행자 및 차량 통로가 줄어 들어 해당 장소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전철연에서 입점 의사를 밝혔을 때는 이미 외부업체와의 계약이 다 끝난 상태였다. 김소연 조직국장은 “총학생회장이 준 답변은 다른 외부업체와 같은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얘기뿐이었고, 그마저도 축제 직전에 받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도정근 총학생회장이 김 조직국장에게 학생회관 앞을 사용할 수 없다고 연락한 것은 축제를 1주일도 남기지 않은 4월 24일이었다. 앞으로의 연대장터를 보장한다는 작년의 합의에 대해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전철연이 장터를 열고 총학생회 공지를 게시한 후에 해당 합의를 알았다”면서도 합의 내용이 “2018년 축제에만 적용되는 사안으로, 이후에는 후대 총학생회가 재논의할 일”이라 답했다. 반면 전철연 측은 해당 합의가 60대 총학생회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축제 이전까지 유관단체 장터에 대한 별도의 재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학생회관 라운지의 대안으로 작년 봄축제와 같은 문화관 옆을 제안했다. 전철연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소식이었다. 전철연과의 연대장터를 기획하던 'dear.SNU' 이예인(사회 16) 전 연대장터TF장은 “연대장터 허가를 안 하기로 결정할 수는 있지만 수십 년간 장터를 열어온 당사자도 그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김소연 조직국장은 “문화관 앞은 작년에 임시로 했던 자리고, 학생회관 앞이라는 정해진 자리가 있는데 왜 밀려나야 하냐”며 “축제 상업화에 떠밀려 연대장터가 내쫓긴 꼴”이라 탄식했다. 결국 전철연은 학생회관 라운지 근처에 입점했지만, 장터를 둘러싼 갈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연대장터의 앞날은

  유관단체의 장터는 이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김소연 조직국장은 “연대장터는 사회 모순을 알리기 위해 선배들과 당시 민중단체들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 조직국장은 “어느 순간부터 연대장터를 준비하는 민중단체들이 학생을 상대로 돈 벌어가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늘었다”며 “연대장터를 없애는 것은 약자들의 아픔을 무시하고 쫓아내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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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축제에서의 전철연. 연대를 계획하던 학생들이 제작한 홍보물이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실무를 진행하는 축하사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A씨는 “작년 봄 본부로부터 연대장터를 계속하면 예산을 주기가 어렵다는 통보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본부가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의 압박 때문이었다.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충당 문제 앞에서 유관단체와의 연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A씨의 뜻이었다. 또한 이예준 축하사장은 “전철연을 외부업체로 간주하면 규정 위반과 폭언 등으로 계약이 이뤄질 수조차 없는 수준”이라 하소연했다. 규정 위반에 대해 제재하거나 상황상 연대장터가 어렵다고 할 때마다 담당자들이 인격모독이라 받아들일 정도의 비난을 들었어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전과 폭언 문제에 대한 전철연 측의 사과와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면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실무자로서 이 축하사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연대 자체에 대한 이견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축하사의 입장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지 유관단체와의 연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도정근 총학생회장 역시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장소를 옮겨달라고 부탁드린 것이지 연대장터 전면 거부로 와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예인 전 TF장은 “다른 외부업체와 동일한 입점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연대의 의미에 맞지 않는데, 이는 연대단체와 다른 외부업체를 똑같이 보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입점료를 내고 장터를 열라는 조건은 철거민들에게 비현실적으로 가혹할뿐더러, 연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의미다.

  김소연 조직국장은 홍보물을 내걸고 장터를 열고 있어도 홍보물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도 전보다 드물고, 장터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예전같지 않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그러면서도 김 조직국장은 “연대장터의 의미를 민중단체가 일방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학생들이 먼저 그 답을 찾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먼저 연대장터를 제안했듯, 다시 연대장터의 의미를 자발적으로 되찾아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유관단체와의 연대의식이 바래고 불신과 갈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지금, 유관단체의 장터는 연대장터의 옛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