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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연구실 안전, 10점 만점에 몇 점?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공계 연구실
등록일 2019.06.13 00:36l최종 업데이트 2019.06.13 00:36l 김예정 기자(kyj1998200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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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연구실은 2천여 개에 이른다. 수많은 학내 연구실은 연구자에게 안전한 공간일까. 2018년 2월에는 화학약품 합성 반응 후 폭발이 일어나 연구자가 양손과 안면에 부상을 입었고, 6월에는 고압멸균기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상사고가 발생했다. 수많은 안전사고의 위험부담은 연구실 이용자들의 몫이다. 학내 연구실 안전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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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천여 개 연구실의 안전은 보장되고 있을까.



연구실안전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학내 연구실의 안전점검은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안법)’과 ‘서울대학교 연구실 안전환경 관리 규정’을 바탕으로 한 자체적인 체계에 따라 이뤄진다. 서울대 연구실의 안전관리와 교육은 환경안전원이 총괄한다. 환경안전원에서는 연안법에 의거해 모든 연구실에 대해 매년 1회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각 연구실에서는 일반사항과 소방, 전기, 화학물질 등 크게 10개 항목에 대한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서울대 연구안전 통합정보시스템’에 입력한다. 2달 동안의 정기점검은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환경안전원 소속의 점검인력 6명에 의해 불시에 실시된다. 환경안전원에서는 결과를 분석해 ‘서울대학교 실험실안전백서(白書)(실험실 안전백서)’를 제작한다. 이후 환경안전원에서 단과대학을 통해 부적합 사항을 각 연구실에 전달하면, 연구실의 조치결과는 반대의 경로로 환경안전원에 보고된다.


  환경안전원이 제작한 연구실 안전매뉴얼은 각 단과대에 보급돼 통용되고 있다. 각 단과대와 학과(부) 행정실에 한두 명씩 배정돼있는 연구실안전 담당직원은 환경안전원이 관리할 수 없는 좁은 범위의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단과대 차원 안전매뉴얼과 안전교육내용은 환경안전원에 공유되지 않아 환경안전원에서 연구실 개별단위의 안전관리체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안전원 손병권 행정실장은 “환경안전원에서 공통매뉴얼을 각 기관에 전달하지만 해당 연구실에서 제대로 활용되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연구실 곳곳에는 시한폭탄이 있다


  해가 지날수록 연구실 전반의 안전성은 개선되는 추세다. 안전관리 규정이 엄격해지고 구성원들의 경각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에 발간된 안전백서에 따르면 일부 연구실에서는 아직도 안전관리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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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대학의 한 교양실험실에 부착된 일일점검표.

점검일과 점검항목별 기록 다수가 비어있다.


  연구실 안전의 기초는 매일 이뤄지는 일상점검이다. 환경안전원에서는 실험 시작 전 매일 1회 연구물품과 보호장비의 보관·관리 실태를 점검해 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일상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연구실은 215개로, 전체 점검대상인 957개 연구실 중 약 22.5%에 달했다. 자연대 행정실 측에서는 모든 연구실에서 매일 안점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취재 결과 자연과학대학 교양실험실 몇 곳의 일일점검표에는 점검이 시행되지 않은 날과 항목이 적지 않았다. 학부생 A씨(약학 17)는 “약학대학 학부와 대학원 연구실의 위생상태가 나빠 사고위험이 커 보이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사고상황 발생 시를 대비한 소방과 구급 관련 안전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같은 연도 전체 점검대상 연구실 중 3.3%에 해당하는 32개 연구실에서는 소화기를 구비하지 않았으며, 화재나 정전 시 필요한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은 연구실은 26.6%인 255곳에 달했다. 또한 점검 결과에서 연구실 내에 구급용구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는 65개로 전체의 12.3% 정도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화학약품을 성상별로 부적합하게 보관하는 등 안전관리가 미흡한 연구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331개 연구실 중 20.5%에 해당하는 133곳에서는 폐기대상 화학약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전기와 소방 관련항목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공과대학 소속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B씨는 “연구실의 문어발식 코드연결과 복도에 지나치게 많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면 위험상황 발생 시 안전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의심스러운 안전교육


  허술한 관리 이면에는 부족한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학내 연구실환경안전관리규정 제8조에 명시돼있는 안전환경교육에 따라 연구실 내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교육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대학원생과 연구원 등에게 실시되는 안전환경교육과 전체 연구실이용자의 정규교육은 환경안전원에서, 학부신입생 교육은 단과대에서 주관한다. 환경안전원에서 실시하는 안전환경교육은 신규교육과 정규교육으로 나뉜다. 신규교육은 매년 2월과 8월에 실시되며 가스, 화학, 전기, 소방 등 항목에 대해 이틀에 걸쳐 14시간 동안 이뤄진다. 환경안전원 안전교육 담당 김동욱 선임주무관은 “신규교육 첫 시간에는 안전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지며 주요내용의 경우 실무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규교육은 신규교육 이후 매학기 이수해야 하며 주로 온라인으로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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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안전원에서 실시하는 신규교육·정기교육 방식을 정리한 표 ⓒ환경안전원



  그러나 교육내용의 실효성은 부족한 실정이다. A씨는 “단과대 입학 OT에서 2시간가량 실험실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관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위기였다”면서 “듣기에 힘들기만 할 뿐 내용이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규교육 또한 기본적인 내용만으로 실시돼 연구실 이용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과대학 대학원생 B씨는 “정기교육의 실효성을 연구실에서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며 “연구실 선배들은 특정 시약이나 장비의 안전 유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인수인계해주기 때문에 그 내용이 더 도움이 된다”고 꼬집었다.


  신규교육의 빈도도 학기당 1회로 충분치 않다. 그 사이 채용되는 실무연구원은 업무에 투입되기 전 신규교육을 받을 수 없다. 환경안전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1회당 시수를 줄이더라도 신규교육을 분기별로 실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기교육 역시 낮은 빈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동욱 선임주무관에 따르면 정기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육을 보다 자주 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간혹 진행되는 교육마저도 미이수자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2014년부터 2년간 근로장학생으로서 화학교육과 학부 연구실 관리업무를 맡은 약대 학부생 A씨는 연구실을 청소하고 시약통을 버리는 등의 일을 했음에도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연구실이 안전한 공간이 되려면


  국가연구안전정보시스템에서는 안전관리 표준 요소를 갖춘 가상의 연구실을 3D 모델화한 ‘분야별 연구실 안전 표준모델’을 공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의 국가연구안전정보시스템에서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에 따라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설치된 과학기술분야 연구실을 대상으로 매년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과기부에서 주관한 ‘2018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 심사에서 학내 7곳이 인증 연구실로 선정됐다.


  공과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 소속 암반공학연구실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인증연구실로 선정됐다. 암반공학연구실 안전담당조교 박세혁(에너지시스템공학부 박사과정) 씨는 실험기계의 위험수칙을 표시하고 유해물질을 분석하는 등 연구실 내 위험요소를 제거·관리하고, 전반적인 안전관리에 대한 체계화·문서화 정도를 개선함으로써 우수연구실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집체교육과 정기교육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언급하며 “암반공학연구실에서는 매년 연구실 신입생을 대상으로 1~2주 동안의 실험 워크샵을 개최해 연구실 전반과 각 장비 및 공간 사용에 대한 안전 유의사항을 교육한다”고 밝혔다. “환경안전원과 외부 전문기관 등 연구실 외부 인사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개별 연구실의 안전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학내 연구실은 저마다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경안전원에서 모든 캠퍼스의 연구실을 동일하게 관리하는 것은 무리다. 환경안전원 손병권 행정실장은 “환경안전원에서 보급하는 표준매뉴얼을 토대로 각 연구실 실정에 맞는 매뉴얼이 제작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환경을 위한 개별 연구실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환경안전교육을 하는 연구실도 있다. 공과대학 화학생물과학부의 한 연구실에서는 매주 연구실의 환경안전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나 ‘Safety Issue’를 열어 자체적으로 환경안전에 대한 관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구성원들이 연구실안전과 사고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실험에 임하자고 다짐하면서부터다.


  물론 체계와 의식의 변화만으로는 연구실안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안전환경을 점검·관리할 인력과 함께 실험실 안전장비와 구성원 안전교육에 대한 비용이 충분히 지원돼야 한다. 지난해 점검대상이었던 957개 연구실의 정기점검은 환경안전원 소속의 점검인력 6명에 의해 실시됐다.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안전환경 마련을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환경안전원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에서 최우수 연구실로 선정된 포항공과대학교 원자력환경방사화학연구실의 학과 과정 박상수 담당조교는 “연구실 안전을 위해 안전장비를 마련하고 외부업체에 안전컨설팅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최우수 연구실로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실 안전사고는 연구자 혹은 관리자 개인의 부주의만을 탓할 수 없는 문제다. 안전관리와 안전교육의 개선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안전에 대한 관계기관과 연구실 공동체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