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 > 기고·칼럼 >데스크칼럼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당신들에게
등록일 2019.09.09 10:32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6:08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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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과 연건은 멀지만 닮았다. 안타까운 쪽으로.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연건캠퍼스를 찾았다. 이야기를 하던 노동자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울지 않았다. 건조하게 말을 받아 적으며 기사화할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 휴게공간을 보여줄 수 있겠냐 물었다. 기사에 쓸 사진이 필요해서였다. 흔쾌히 허락하셨다.

  성인 한 명이 발을 뻗고 누울 수도 없는 세모진 공간. 의료폐기물 옆 칸막이를 치고 대기에 가까운 휴식을 취하는 공간. 화장실 변기를 뺀 자리에 냉장고를 넣어뒀던, 가장 좋다는 휴게실. 그제야 심장이 뛰었다. 혹시 더 보여주고 싶으신 것 없느냐 물었다. 그러자 어떻게 쓰일지 몰라 일단 모아놓으셨다는 말과 함께 구석에서 파일철을 꺼내셨다. 청소할 때 나온 바늘과 칼날들이었다. 섬뜩했다. 모아놓고 보니 기괴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부끄럽지만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02동에서 청소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은 ‘기성 언론과 다르게 쓸 수 있을까’였다. 아니라면 기사화하기는 어려울 테니. 아무리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어둬야하지 않을까, 302동으로 발걸음을 뗐다. 에어컨이 없는 계단 밑 한 평도 안 되는 공간. 바로 옆 창고에는 휘발성 소독약품들. 바로 앞이 강의실이라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 심장은 또 다시 뛰었고, 눈물 대신 한숨이 나왔다. 결국 시야와 자기객관화의 문제였다. 나의 시야는 좁았고, 자기객관화에는 실패해 내 입장에서만 문제를 바라봤다. 

  ‘내일 다들 아크로에서 만나요 :) 현실은 룰 없는 시합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신 조국 교수님 파이팅’ ‘부끄럽고 비참하다. 이딴 작자들이 조선 최대 명문대를 대표하는 총학생회라니. 차라리 농사용 허수아비들을 세워두는 게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이거 말고 더 급한 게 있지 않나요? 도정근 씨는 노동자 대표입니까 학생 대표입니까?’

  총학생회가 총운위의 의결을 거쳐 ‘서울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 안내’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글의 댓글은 단 3개. 위와 같다.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는 조국 교수를 향한 분노가 노동자들을 향한 마음보다 컸을 수 있다. 어쩌면 애초에 에어컨 밑에서 댓글을 작성했을 사람들에게 에어컨 없는 곳에서 생명을 걸어가며 노동해야하는 노동자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 일이니. 굳이 이 댓글들이 예의가 아님을 하나하나 따지지는 않겠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