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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
등록일 2019.09.09 11:13l최종 업데이트 2019.09.13 00:00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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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병원)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종합병원이다. 8월 2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청소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대하고 화려한 본관 앞에 세워진 천막은 초라할 뿐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농성을 시작한 지 90일이 다 돼가지만 변화는 멀어보여 답답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접 본 노동현장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대병원이 내세운 상호협력이란 정신은 적어도 청소노동자의 현장엔 닿지 않는 듯했다.


위험의 최전선에 놓인 청소노동자들

  폐기물관리법 제2조는 보건·의료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적출물, 사체 등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을 의료폐기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한 주사 바늘과 수술용 칼날, 전염성 질병으로 격리된 환자의 기저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전 과정에서 전용용기와 차량, 시설을 거칠 것을 명시해 병원이 위험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술이 끝난 수술실과 격리된 환자의 병실 청소, 환자들의 토사물과 피, 대소변을 치우는 일은 모두 청소노동자들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의료폐기물에 노출된다. 그럼에도 폐기물 관리법에선 청소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찾을 수 없다. 익명을 요청한 청소노동자 A씨는 “수술실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칼날과 주사바늘에 찔리는 일은 너무 잦아 이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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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청소 때 나오는 바늘들


  청소용 장갑을 사용하면 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민들레분회 이연순 분회장은 “장갑과 마스크를 마음껏 쓰라고는 하지만 정작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아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며 얻어쓰고 있다”며 청소에 필수적인 물품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에이즈 환자의 침대를 닦다가 바늘에 찔린 충격으로 11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료도 있지만 병원 측에서 관리해주기는커녕 개인이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도 열악하다. 복도 구석의 쪽문을 열자 세모진 공간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쉬고 있었다. 성인 한 명이 발 뻗고 누울 수도 없는 크기였다. 이연순 분회장은 휴게실에 대해 “원래 걸레를 빨던 곳이었는데 개조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또 다른 휴게공간은 비소독물실이었다. 비소독물실은 오염된 세탁물과 유해·위험물질 등 소독되지 않은 것들을 모아 처리하는 공간이다. 간이 칸막이 뒤에 의자를 놓고 쉬는 이유를 묻자 이 분회장은 “퇴원환자가 생기는 등 일이 있으면 바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분회장은 “오물의 냄새가 퍼진다는 이유로 환기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장 좋은 휴게실이라며 보여준 장소는 15명에게 할당된 8평 남짓의 방이었다. 이마저도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와 계단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지하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한때 화장실로 쓰이던 곳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휴게실이 좁아 이들을 놓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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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한 명이 발을 뻗고 누울 수도 없는 휴게실



  환자에 대한 정보가 노동자에게 적절히 제공되지 않는 것도 이들의 처우를 악화하는 원인 중 하나다. 여기서 정보란 환자의 포괄적 개인 정보가 아닌, 환자가 보유한 질병의 전염성과 그에 따른 유의점 등을 의미한다. 해당 정보의 제공은 노동자뿐 아니라 병원 전체의 위생관리에도 필수적이다.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병실을 청소한 뒤엔 반드시 무균실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2차 감염 등의 문제로부터 병원이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연순 분회장은 “에이즈 환자를 수술할 때는 벽과 컴퓨터도 비닐로 포장하는데 우리는 병실의 환자가 에이즈 환자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며 “현재 청소노동자들은 (환자의 정보를) 눈치껏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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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독물실의 휴게공간 옆에는 폐기물과 오염물질이 놓여있다.



청소노동자들이 마주한 차별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는 외부 용역 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용역 근로자다. 업무상 병원 내 정규직 직원과 상하관계에 놓일 수 없고 사용자인 병원 측이 추가 업무나 시정 등을 요청하기 위해선 고용주인 용역업체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런 구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연순 분회장은 소아과의 업무를 예로 들었다. 이 분회장에 따르면 계약서에 명시된 청소범위는 노동자의 손이 닿는 곳까지다. 그럼에도 일부 소아 환자의 부모들은 병원 측에 노동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청소할 것을 요구한다. 이 분회장은 “(용역업체를 통해) 계약을 새로 하거나 추가 인력을 고용해 해결할 문제지만 수간호사가 직접 우리에게 시킨다” 며 이를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담당하지 않아야 할 업무를 부당하게 떠맡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연순 분회장에 따르면 사무실을 옮기는 경우에 짐을 옮기는 일을 청소노동자가 맡기도 했다. 비운 방을 청소하는 일은 청소노동자의 업무지만 짐을 옮기는 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분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청소노동자는 사실상 이삿짐 센터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명시된 업무와 명시되지 않은 업무 모두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청소노동자들은 계약보다 일찍 나와 청소를 시작해야 시간에 맞춰 업무를 끝낼 수 있어 추가 근로가 빈번하다. 이 분회장은 “계약대로 근무해 일을 마치지 못하면 민원이 들어와 우리의 잘못이 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천막투쟁 과정에서도 병원 측의 방해는 계속됐다. 이연순 분회장에 따르면 병원 측은 농성 초기 농성장 근처의 전기를 끊기도 했다. 때문에 농성 시작 후 한동안은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석유를 구매해 발전기를 돌려가며 투쟁을 지속했다는 말도 전했다. 현재는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 전기를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이 분회장은 정규직 집회 때와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1층 로비에서 집회를 할 땐 에어컨을 꺼버렸다”며 투쟁 과정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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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이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의 함정

  2018년 10월 23일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과 서울대병원 서창석 전 병원장이 나눈 질의응답은 지지부진한 서울대병원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정을 보여준다. 2017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같은 해 12월 서울대병원의 노사도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2018년 3월까지 구성됐어야 할 노사협의체는 6개월이나 지연돼 첫 회의를 열었고 서 전 병원장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규직 전환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연순 분회장은 “우리의 요구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아닌 병원 측의 직접고용”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되는 지금의 상황보다 오히려 퇴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 사용자인 병원장이 고용주가 아닌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될 경우엔 간접적으로라도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데 반해 고용주가 자회사로 전환되면 서울대병원과 자회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만 쉬워지는 꼴이다.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시 고용보장을 위해 모회사는 해당 자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수의계약은 예외적 계약 방법으로, 입찰 경쟁을 거치지 않고 특정인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준수할 경우, 고용이 안정되므로 문제는 없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오’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 시 파업으로 대표되는 쟁의(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노동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발생해 일어나는 분쟁)행위를 보장받을 수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이다.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를 통해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회사는 자회사에서 일어난 쟁의행위의 압박에서 자유롭다. 자회사의 노동자가 파업할 경우 노동조합법에 따라 해당 자회사는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없지만, 모회사는 대체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업무 공백을 메울수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다른 법인격이며, 고용 책임이 자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연순 분회장은 자회사 전환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에서 “직접고용할 경우 파업 때 대체인력을 넣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회사 전환을 종용하고 있다”며 “(직접고용 후의) 파업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파업하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이드라인은 용역업체 소속이면서 공공기관으로부터 수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며, 용역업체의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업무가 연중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많은 직종이 이를 충족한다. 시설물 청소원은 가이드라인에도 제시된 구체적인 예다. 특히 해당 가이드라인은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의 경우 업무 집중도와 책임의식 저하를 막기 위해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다.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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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에 합의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이 먼저 나서야

  서울대병원의 행보는 국립대병원 전반의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른 국립대병원이 서울대병원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연순 분회장은 “이미 단체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국립대병원들도 서울대병원의 협상이 끝나면 이를 참고해 협상을 확정하려는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김해영 위원이 “서울대병원의 결정을 기준으로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노사합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서창석 전 병원장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당부한 맥락과 같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8월 16일, 전국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2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11개 국립대병원의 노사가 참여한 노사협의회가 자회사 전환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중단됐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서 직접고용의 대상이 되는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구체적 범위를 각 기관에서 결정토록 한 것이 입장 차를 낳은 원인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후 공공·민간부문에 모두 적용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연순 분회장은 “첫차를 타고 온 새벽엔 환자분들이 잘 땐 소리가 날까 까치발을 들고 청소를 한다”며 “비록 우리가 진찰을 하고 주사를 놓진 못하지만, 환경만큼은 철저히 관리해 환자들이 서둘러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생이 중요한 병원 업무의 특성상 의료폐기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청소노동자 없이는 정상적인 병원운영이 불가능하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직접고용은 필수다. 서울대병원이 시설관리도 치료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선례를 남겨야 할 시기다.

※지난 9월 3일, 서울대병원과 노조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비정규직 in S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