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 > 학원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일상을 함께하다
등록일 2019.09.10 02:09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5:28l 권민재 기자(mjkwon@snu.ac.kr)

조회 수:43

청소노동자의 하루 

“많이 덥죠? 커피 한잔 할래요?”
  A 단과대 한 귀퉁이엔 믹스커피와 커피포트, 종이컵과 컵홀더가 숨겨져 있었다. 오전 7시 10분, 박희숙(가명)씨에게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주어졌다. 달콤한 믹스커피 한 모금을 마시자 정신이 들었다. 더운 여름날 청소일을 한 뒤에 마시는 커피는 유달리 달다고 했다. 청소를 하지 않고 취재만 한 기자도 숨이 찰 정도의 더위였다. 일을 시작한 지 두 시간만의 휴식은 방학이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이 많은 학기 중에는 정리해야 할 쓰레기와 청소해야 할 공간이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앉을 새 없이 일해야 한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2.JPG



새벽 5시에 시작되는 일상 
  
  청소노동자들은 보통 오전 5시 반에 일을 시작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지만 대부분 오전 5시가 조금 넘어 출근한다. 사람들이 없는 새벽이 청소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아침 8시만 돼도 공기가 후끈 하다. 청소일을 하기에 너무 더운 여름 날씨다. “(청소를) 새벽부터 해놓으니까 다들 청소일이 적은 줄 알지만 사실 청소는 끝이 없죠.”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청소일의 고됨을 몰라줄 땐 조금 서운하다고 했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3.JPG



  출근하면 가장 먼저 대기실이라 부르는 휴게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박희숙 씨의 일은 휴게공간의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이 배달음식이나 도시락 등을 자주 먹는 공간이라 평소에는 일회용 식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오늘 아침엔 누군가 먹다 버린 삼계탕을 정리했다. 학기 중에는 쓰레기통 바깥까지 넘쳐 백 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두 개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더운 여름엔 음식물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괴롭다. 

  학생 휴게공간을 시작으로 바퀴가 달린 카트를 갖고 담당 구역의 모든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한군데 모았다. 카트에 달린 고무 주머니엔 주로 쓰는 청소 도구와 쓰레기봉투가 들어있었다. 봉투를 꺼내 잘못 분류된 쓰레기들을 다시 분류하는 일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모아둔 쓰레기와 폐품은 건물 전체를 총괄하는 반장이 모아서 가져갔다. 


힘들 때면 식당일을 생각하며 버틴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땐 바로 물청소부터 해선 안 된다. 건조된 빗자루로 비질을 해서 머리카락과 먼지부터 모아 버리는 게 먼저다. 그래야 하수구가 막히지 않는다. 바닥청소를 한 뒤에는 막힌 변기를 뚫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뚫지만 그래도 안 뚫리면 사람을 불러야지.” 변기를 뚫다 보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다음으로는 세제를 풀어둔 물로 세면대와 변기를 닦는다. 손으로 하나하나 닦으려면 허리를 굽히고 펴기를 반복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복도를 쓸고 닦는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4.JPG



  “그래도 청소일은 식당일보단 훨씬 나아요. 불 앞에 있는 게 얼마나 고역인데...” 박희숙 씨는 더운 날씨에 힘이 빠질 때면 학내 식당에서 일했던 때를 떠올리며 버틴다고 했다. 삼십 대부터 서울대 내 식당과 연구소에서 쉴 틈 없이 일했으니 학교에서 일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A단과대 청소일을 한 지는 18년이 넘었다고 한다. 일한 세월만큼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방학이라 강의실 청소는 하지 않아도 돼 오전 청소는 꽤 빨리 끝났다. 에어컨이 있는 학생 휴게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빼놓은 공간이 있는지 점검했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은 대부분 거르고 오기 때문에 오전 10시 반쯤 동료들과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평소에는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이나 학식을 사서 먹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덥다고 반장이 시원한 점심을 샀다. 

  오후 청소는 1시쯤 시작한다. 오후에는 보통 오전에 하지 못한 구역을 청소하고 이미 해둔 곳들 중 더러워진 곳을 다시 닦는다. 사람들이 자주 발로 미는 화장실 문부터 바닥에 떨어진 치약 자국까지, 손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 “청소일은 집안일이랑 똑같아요. 일에 끝이 없지.” 오후 청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오후 3시쯤 대기실로 올라간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6.JPG


  대기실이라 부르는 휴게실은 가정집같이 아늑했다. “여기는 그래도 햇빛도 잘 들고 바람도 통해서 다른 곳에 비해 쾌적한 편이에요.” 이 공간은 박희숙 씨를 비롯해 채순임(가명)씨, 김영인(가명)씨, 세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 모두 A 단과대에서 10년 이상 청소일을 해왔다. 이곳은 이들이 점심을 나눠 먹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며 퇴근 준비도 한다.  

  원래는 다섯 명이 쓰던 공간이었지만 두 사람이 그만둔 뒤 인력이 채워지지 않아 세 사람이 쓰고 있다. 넓어진 휴게공간을 쓰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박희숙 씨와 동료들은 다섯 명에서 세 명으로 줄면서 일이 훨씬 고돼졌다고 말했다. “전에 일하던 사람들이 그만둔 다음엔 다른 사람이 안 들어오네. (웃음) 사람이 더 줄면 정말 안 되는데.” 이들의 웃음이 썩 기뻐 보이지는 않았다. 


경비노동자의 하루  

  김영환(가명) 씨는 B 단과대의 경비 노동자로 1년 반 정도 일하고 있다. 50대 초반에 다니던 회사에서 일찍 퇴직하고 서울대에서 일한 지 15년 정도 됐다. B 단과대에 오기 전 C 단과대에서 10년 정도 경비일을 했다. 3년 전 C 단과대의 모든 보안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모든 경비인력을 없앴을 때 김영환 씨도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 뒤로 1년 동안 D 단과대의 청소일을 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더라도 청소할 사람은 필요할 것 같아서였죠.” 작년 초, 자동화된 B 단과대에 최소한의 경비인력이 필요해졌다는 소식을 듣자 B 단과대에서 다시 경비일을 시작했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8.JPG



경비노동자의 시계는 24시간 흐른다 

  서울대의 경비노동자들은 대부분 24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보통 새벽 6시 반까지 출근해 전날 일했던 동료와 교대를 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근무한 뒤에 퇴근한다. 김영환 씨가 출근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신문을 각 행정실에 전달하는 것이다. 경비일은 대부분 저녁과 밤에 이뤄지기 때문에 낮에는 청소일을 돕기도 하고 학생들의 분실물을 찾아주기도 한다. 보통은 경비실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김 씨는 낮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오래된 사진앨범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신문과 뉴스를 보다가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관련된 정보를 모아 시사상식 파일철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만든 파일만 5개다.  

  경비 매뉴얼에는 하루 네 번의 순찰을 하도록 돼있다. 아침 8시, 저녁 7시, 9시, 그리고 새벽 5시에 최종 점검을 한다. 순찰을 꼼꼼히 해야 하는 시간은 저녁 시간이라 보통 낮보다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밤에 바쁜 업무가 시작된다. 저녁 7시에는 최종 보안점검 전에 건물 주변을 커다랗게 돌며 순찰한다. “크게 돌면서 불 켜진 공간이 있는지 보고 특히 학장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최종 순찰 때 학장실 문은 열지 않아요. 예의상 그러는 거죠.”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9_모자이크.jpg



  밤 9시쯤 B대의 4개 동의 모든 공간을 돌며 최종 보안점검을 한다. 소등 상태와 난방 상태 등을 점검하고 강의실과 사무실들의 문을 잠그는 게 보안점검 때 하는 일이다. 특수기록용지가 들어있는 특수 시계도 지참한다. 건물 곳곳에 있는 순찰함 열쇠를 시계 아래쪽 열쇠 구멍에 넣고 돌리면 ‘딸깍’ 소리와 함께 특수용지에 순찰함의 일련번호와 순찰 시간이 표시된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10.JPG



  학과사무실이나 연구실 등에 놓인 보안점검표를 작성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 날이 주말이면 보안점검표가 든 파일을 덮지 않고 펼쳐둔다. 다음 날 근무할 동료의 수고를 조금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건 무언의 배려예요. 내가 일할 때도 전날 일한 사람이 이렇게 해두고 가면 괜히 고맙고 좋잖아요. (웃음)”  

  방학에도 몇몇 강의실엔 불이 켜져 있었다. “늦게까지 있는 학생들은 매일 같은 사람들이에요. 다 눈에 익은 사람들이니까 집 가면서 불 꺼달라고 부탁하지.” 학생들이 남아있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지나간다. 9시에 시작한 보안점검은 보통 40분 정도 걸린다. “처음엔 건물을 익히는 데도 한참 걸렸어요. 격일제 근무를 하니까 더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손바닥 안처럼 훤하죠.” 더운 여름밤 보안점검을 끝내고 나면 셔츠가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는다. 최종 순찰 후 보통 밤 10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학내 노동자 르포_사진12.JPG



'스누인'에 나는 없는 것 같다

  근무하는 날은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없어 오전 2시 반이면 잠에서 깬다. 4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면 커피 한 잔을 타서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핀다. “그 시간이 제일 좋죠. 아무도 없고 조용한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느낌. 눈이 내리면 또 얼마나 예쁜데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웃음)” 수면시간이 부족해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가면 2시간 정도 더 자야 하지만 김영환 씨는 새벽에 즐기는 고요한 시간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근무 중에 가끔 속상한 일을 겪기도 한다. 김영환 씨는 3년 전 C 단과대에서 근무하던 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교대하는 동료가 근무하는 시간이었는데 새벽 2시에 술 마시고 온 학생이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려서 자다가 깨서 문을 열어줬나 봐요. 그때 그 학생이 ‘이런 일 때문에 아저씨가 계시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나, 그래서 그 동료가 많이 서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속상했죠.”  

  김영환 씨는 과거보다 학교에서 삭막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년이 65세면 끝나고 3년을 더 할 수 있는데 66세부터는 매년 다시 계약을 해야 해요. 건강검진도 다시 받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불안해지죠. 용역일 때보다 더 타이트해진 느낌이에요.” 일자리에 대한 불안은 떠나지 않고 학교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기 어려운 요즘이다. “(학교에서) 말로는 한 가족이라고 해. 요즘 뭐 ‘스누인(SNU人)’? 그런 말도 많이 쓰던데 그 스누인에 내가 들어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김 씨는 십 년간 자신의 일터가 되어준 서울대를 ‘참 고마운 곳’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만큼 아쉬움도 많은 곳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