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 > 특집
모두를 위한 법조인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을까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위한 처방전
등록일 2019.09.10 02:45l최종 업데이트 2019.09.13 00:00l 권민재 기자(mjkwon@snu.ac.kr)

조회 수:320

  로스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은 현재의 로스쿨 제도가 다원화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이익에 힘쓰는 법조인을 배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로스쿨이 길러내야 하는 인재는 높은 학점으로 대형 로펌에 입사하는 변호사일 뿐 아니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법조인이기도 하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살펴봤다.

변호사시험으로 인해 왜곡된 로스쿨 교육 

  2010년 설립 당시 전국의 25개 로스쿨은 각 학교의 특성화 분야에 따라 특성화 교육을 시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변시)의 경쟁이 과열되며 대부분의 로스쿨에서는 특성화 교육보다 시험 맞춤형 교육이 주를 이뤘다. 로스쿨 설립 초기에는 졸업필수요건으로 정해져 있던 특성화 과목 이수도 이젠 대부분 학교에서 필수가 아니다. 예컨대 전남대 로스쿨 특성화분야는 공익인권법이지만 학생들이 변시에 맞춘 교육과정을 요구하면서 공익인권법 과목은 필수 이수 과목에서 제외됐다. 수업이 열린다고 해도 120명 정원 중 수강생은 4~5명 정도에 불과하다. 

  변시를 앞둔 학생들이 로스쿨 도입취지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고 실무능력까지 키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백혜원 변호사는 변시를 개선하지 않고 로스쿨 교육만 변화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사교육에 의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 변호사는 “로스쿨엔 분명 사교육을 충분히 받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생도 있는데 학교가 변시에 맞춰 교육하지 않는다면 경제력 차이에 따라 당락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변시를 의과대학, 약학대학, 교육대학, 졸업생들이 치는 시험과 마찬가지로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의 양필구 씨는 의사국가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의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는 시험이 아닌 교육이 학생들의 자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책임감 있는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에 힘쓴다면 변시가 자격시험이 되더라도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실력이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커버3_로스쿨_사진1.jpg

지난 4월 22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변호사시험의 정상화와 그 이후
 
  변시의 목적과 문제유형의 재점검도 자격시험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행 변시는 법조인으로서의 역량 검증을 위한 문제보다 오답률을 높이기 위한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과 다를 바 없는 판례 암기식의 지엽적인 시험문제가 대부분이다. 'ㄱ', 'ㄱㄴ', 'ㄱㄴㄹ' 같은 보기를 고르는 식의 문제가 많아 하나의 판례만 헷갈려도 틀리기 쉽다. 문제 내용 또한 실제 법 지식과 상관없이 오답을 만들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올해 1월 치러진 시험엔 위헌정당 강제해산 제도에 관한 공법문제가 출제됐다. 한상희 교수는 “위헌정당의 강제해산은 매우 예외적인 사건에 해당한다”며 “(해당 사건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일어나더라도 변호사로서 맡게 될 확률이 매우 낮은 사건인데 이러한 판례가 변시에서 다수 출제된다”고 비판했다. 

  지금처럼 밀도 높은 판례 암기를 요구하는 시험문제로는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검증할 수 없다. 백혜원 변호사는 “공유경제나 암호화폐처럼 사회가 변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문제들에 접근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법률과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창의성, 응용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시 정상화 이후의 과제는 왜곡된 로스쿨 교육의 개선이다. 학점 경쟁 완화가 핵심 과제로 뽑힌다. 서울대 로스쿨은 올해 1학기부터 학점 경쟁을 완화를 위해 신입생 평가방식을 A-F 제도에서 S/U(Satisfactory/Unsatisfactory)의 절대평가로 변경했다. 절대평가 전환은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김혜윤(가명) 씨는 절대평가 시행 덕에 “난생처음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면서 “점수경쟁을 하지 않게 되면서 자료공유가 작년보다 훨씬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 장승화 원장은 “교수들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작년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떨어지지 않았다’며 절대평가로의 이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 내의 경쟁이 완화된다면 본래의 취지대로 로스쿨의 공공성을 확보할 운신의 폭도 커진다. 리걸클리닉이 한 예다. 로스쿨 인가 당시 각 지역의 로스쿨이 지역사회에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해 지방 10개 대학을 로스쿨 인가대학으로 선정하고 리걸클리닉(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진의 지도 하에 로스쿨 학생들이 지역 주민에게 무료 법률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교육)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법률 소외계층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학생 또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시험 준비만으로도 벅찬 학생들이 변시와 동떨어진 활동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아 해마다 리걸클리닉 참여도는 떨어지고 있다.


커버3_로스쿨_사진2.png

경희대학교 로스쿨의 리걸클리닉과 산하 법률봉사동아리가 대청도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모습 ⓒ대학저널



  로스쿨이 마주한 한계만큼이나 그 해결방법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문제들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했다. 로스쿨 제도와 변시 제도 운영의 이원화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행 로스쿨이 마주한 한계만큼이나 그 해결방법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문제들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했다. 로스쿨 제도와 변시 제도 운영의 이원화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교육부의 법학교육위원회가 총괄한다. 반면 변시는 법무부 산하 법무실 법조인력관리과에서 담당한다. 교육부의 법학교육위원회엔 법무부 소속 법무실장이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교육부 내부 기구다보니 법무실장의 권한이 크지 않다. 이처럼 교육부와 법무부로 로스쿨과 변시의 담당 부처가 나뉘어 교육기관과 시험시행기관의 책임이 이원화됐다. 한상희 교수는 “변시를 주관하는 법조인력관리과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변호사와 변호사 출신 법학 교수 등으로 조직되는데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들의 입김이 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한 교수는 “문제는 모두가 인식하지만 이를 책임 있게 해결할 기구가 없다”며 “교육부와 법무부가 힘을 합쳐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무총리 산하의 사법개혁위원회나 로스쿨개혁위원회를 조직해야 할 것”이라 제언했다. 현재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선 평가와 교육을 담당하는 기구의 조율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근본적 해결은 법률서비스 시장 개선에 

    로스쿨의 변화가 중요한 까닭은 단순히 교육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로스쿨이 법률서비스 시장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법률서비스 시장 다원화된 사회적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동질적인 법조인들이 비교적 협소한 법률서비스를 수행한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있어 지방엔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無辯村)이 많다. 다시 말해, 복잡해진 사회문제 해결에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리는 이들은 드물며 법률 소외계층이 느끼는 법률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변시와 로스쿨 교육이 개선된다면 법률서비스 시장에 보다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을 공급할 뿐 아니라 송무에 한정됐던 변호사의 역할도 확장할 수 있다.


156호 민재 커버기사 사진1.PNG

ⓒSBS 마부작침 (원본에서 색깔과 도표를 수정했습니다. 

원본은 SBS 데이터 저널리즘 '마부작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변시의 부담이 완화되면 학생들은 변시 주요과목 위주로 수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법률지식을 쌓을 수 있다. 법실련 양필구 씨는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완화되면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특화된 공부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혜원 변호사는 “기존 로스쿨 교육과정에서 위축돼 있던 실무교육이 활성화될 것”이고 “(로스쿨) 교육이 달라지면 변호사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며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법조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된 로스쿨 교육으로 변호사의 역할 또한 확대될 수 있다. 법실련 양필구 씨는 송무에 집중돼 온 기존 변호사의 역할을 지적하며 “송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송무는) 좋은 분쟁수단도 아니기 때문에 분쟁 전에 (전문분야를 활용한) 법률자문 등의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씨는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각 분야에 특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변호사의 직역도 확장될 것이라 내다봤다. 

  변호사의 직역을 확장하는 다른 방안으로 일명 ‘파트타임 로스쿨’이 꼽힌다. 파트타임 로스쿨이란 현재 운영되는 주간 로스쿨 외의 야간, 주말 혹은 방송통신을 사용해 운영하는 로스쿨을 말한다. 한상희 교수는 이를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이 다시 자신의 전문분야로 돌아간다면 변호사 직역이 확장되고 다른 영역과의 융합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파트타임 로스쿨이 들어서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어 진학으로 인한 경력 단절의 부담이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법이 ‘모두의’ 무기가 되는 사회를 위해

  물론 로스쿨의 변화만으로 법률서비스 시장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길 바랄 수는 없다. 시대 변화에 맞춰 다양한 법조인이 등장한다고 해도 소외계층에게 법률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무변촌 문제는 단순히 변호사 수의 부족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지방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법률서비스 시장의 구조를 만드는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백혜원 변호사는 “지방 공공기관 변호사 채용 숫자를 늘리고 공공기관으로 들어간 변호사가 그들의 전문성을 살리고 경력을 키울 수 있는 업무가 주어져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강조했다. 수도권에 비해 일거리가 없는 지방에 자연스레 인력이 늘어나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공공업무를 통해 경력을 쌓게 되면 직종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공공기관으로의 변호사 진출이 늘고 법률서비스의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법률서비스 시장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하는 영역도 존재한다. 특히 법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변호사의 수를 국가가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로스쿨의 수를 25개로 한정하고 입학정원까지 국가에서 정해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 교수는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호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변호사 자격증의 수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국가가 법률서비스 시장을) 독점영역으로 확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지나친 법률서비스 시장 진입 통제는 로스쿨 서열화를 부추기고 사법고시가 불러온 법조 특권의식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이렇듯 법률서비스 시장은 때론 공공성의 부재로, 때론 국가의 지나친 개입으로 왜곡되고 있다. 한상희 교수는 법률서비스 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맞게 운영된다면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역할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한국 사회는) 법을 몰라서 학연이나 지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였다”는 한 교수의 말처럼 법률서비스 시장은 서비스 사용자인 국민을 소외시켜왔다. 사용자가 시장의 중심에 있기 위엔 로스쿨 제도 개선을 시작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법조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법의 도움이 절실한 곳이다. 국민이 법체제의 주인이 될 때 사회적 관계가 안정되고 법이 국민의 심부름꾼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로스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