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다시, 여름
등록일 2019.09.10 17:06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6:02l 왕익주 편집장(dlrwn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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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서울대저널>은 무더위 속에 일하는 서울대 노동자의 처우를 다룬 바 있습니다. 세 편의 기사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장소는 222동의 지하 휴게실이었는데, 지하주차장으로 환풍구를 낸 까닭에 실내가 항상 매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그 열악한 휴게실의 모습을 잊기까진 일 년이 걸리지 않았고, 기어이 그 장소를 다 잊고 지낼 즈음 302동의 휴게실에서 미화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그가 사망한 한 평 남짓한 휴게실엔 냉·난방기가 없었습니다.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정점에 선 서울대병원의 노동자에게 주어진 휴게실은 또다시 한 평 남짓이었습니다. 그 반복되는 비좁음이 상징하는 현실을 수긍하지 않기 위해 연건에서 기자들은 병원 노동자의 처우를 조망했습니다. 관악에선 여름을 견디며 학교를 지키는 이들의 일과를 쫓았습니다. 이들의 더위가 잠시 물러간다 해도 여름은 법칙처럼 정확히 돌아올 것입니다. 그 정확한 계절 앞에 저널의 기사가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어떤 쓸모가 있을지 회의(懷疑)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우연에 불과하지만,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 <동주>의 인물들도 글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문학을 통한 인간 내면의 탐구가 무용한 감상주의로 쉬이 여겨지던 압제의 시절,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인가’란 질문은 윤동주가 느꼈던 부끄러움의 일면을 차지하는 듯합니다.

  그 열린 질문을 감히 생각건대, 글로써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글로써 세상을 더 골똘히 바라볼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깊이 바라보기 위해, 이번 호에도 기자들은 현장을 찾았습니다. 커버스토리에선 로스쿨 제도가 지나온 십 년을 되짚고 나아갈 길을 물었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학생뿐 아니라 공공에도 이로울 수 있는 방법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외에도 일상이 된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살펴보고, 화상 환자들이 화마를 딛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서울대저널>이 지난 8월에 140만 원에 이르는 후원을 받았습니다. 아직 관악에 남아 쓸모를 찾아도 되냐는 질문에 독자들께서는 그렇다고 답해주시는 듯했습니다. 후원을 해주시고, 주변에 소식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이 저희에겐 더없는 위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 대답의 무거움을 바로 알고 주어진 지면을 소중히 써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