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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는 개인의 자유를 위한 기본 원칙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동집행위원장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묻다
등록일 2019.09.11 16:37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6:48l 한지우 기자(lhanjiwo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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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모습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2006년 인권위 권고로 시작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시도가 이어진 지 13년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참여하는 단체만 120개가 넘는 등 법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보수 개신교계와 경제계의 반발로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적 논쟁에 가려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세부 항목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목적은 무엇이며 관련된 논의 지점엔 어떤 것이 있을까. 차별금지법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 온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과)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동집행위원장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물었다.


현행법엔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이를 추가, 보완하는 대신 새롭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홍성수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등 차별사유에 따른 조항과 혹은 고용,교육 등 차별영역에 따른 조항으로 나뉜다. 두 갈래 모두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에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모든 차별을 다루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사유(事由)와 영역을 포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전제로 특정 영역에 관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혜인 현실에서 나타나는 차별은 하나의 사유에만 근거하지 않고 여러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있는 경우엔 차별의 복합적 측면을 개별법에 맞게 축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장애, 여성, 비정규직 등 다양한 차별 사유가 영향을 미쳤더라도 장애가 주된 원인이었다는 것을 밝혀야만 한다. 현실의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수적이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및 차별행위의 조사와 규제방안을 규정하여 ‘일반적 차별금지법’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인권위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다른가?


홍성수 인권위법은 기본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설립을 위한 법으로 조직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지 않아 인권위법이 그에 준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권위법은 차별의 구체적인 형태와 차별금지의 원칙 등을 규정하는 데까지 나가진 않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비해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조혜인 평등권 실현의 책무는 국가에 있다. 인권위는 국가가 이러한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기구에 가깝다. 현행법엔 평등권 실현이 국가의 책무임을 선언하는 기본적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평등권 실현이 인권위만의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국가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새롭게 논의돼야 할 차별금지사유와 차별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나?


조혜인 차별금지사유는 예시적인 규정이기에 항목에 명시돼있지 않더라도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규정이 필요한 사유들이 존재한다. 가령 고용 형태와 성별 정체성은 최초 인권위법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추가됐다. 최근엔 언어, 국적 등의 사유가 대두되고 있으며 외국의 차별금지법의 경우 기술 발전에 따라 유전적 형질과 같은 사유가 추가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 문제에 대한 지속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를 법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홍성수 차별유형은 크게 직접차별, 간접차별1, 괴롭힘2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행법이 정확하게 다루는 유형은 직접차별뿐이다. 직접차별을 통해 다른 차별유형도 설명할 수 있지만 국가기관의 법 집행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 따라서 다양한 차별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괴롭힘의 경우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규정된 내용이 거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일부 내용과, 성별을 근거로 한 괴롭힘이라 할 수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성희롱이 전부다. 2005년 이후 혐오표현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된 만큼 직장과 교육현장의 혐오표현인 괴롭힘을 차별금지법이 포괄해야 마땅하다. 



보수 개신교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이라는 이유로 제정을 반대해 왔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나?


조혜인 위와 같은 주장은 가짜뉴스에 근거한 경우가 많다.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표현의 규제가 아니라 차별행위의 규제다. 표현은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일부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예컨대 광고에 장애인 차별을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되면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규제를 받는다. 반면 특정 종교단체의 주장은법적 의미에서 차별행위라 보기 어려워 법의 적용범위를 벗어난다.


  또한 차별금지법은 차별 문제를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인권위 권고와 같은 비사법적인 규제수단이나 민사소송을 활용한다. 일상에서 폭넓게 벌어지는 차별의 경우 개별 행위자에 대한 처벌보다 유연하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편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차별금지법과 한국에서 과거 발의됐던 법안 중 형사처벌 규정을 포함한 사례는 없다.


홍성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불특정다수의 영역이 아닌 아닌 고용, 재화·서비스 공급·이용, 교육의 영역을 다루는 법이다. 따라서 종교단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직접적 적용대상이 아니다. 외국에서 목사의 설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적은 있으나 이는 차별금지법이 아닌 혐오현금지법에 근거해 이뤄졌다. 차별금지법이 종교와 관련해 적용된다면 종교단체의 고용문제, 종교재단에서 설립한 학교의 교육문제 등에 한정된다. 여기서도 목사 임용시의 자격요건을 개신교 신자로 제한하는 것과 같이 조직의 본질적 목적 조직의 본질적 목적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제한은 차별에서 제외된다. 위의 내용은 기존 법령과 판례, 인권위 권고에 이미 반영됐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사적 자치의 원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두 법적 원리가 배치되는 측면이 실제로 존재하나?


조혜인 사회에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과 그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이것들은 어떤 측면에선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주장하기보다 권리 간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법이 그것들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적 자치,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평등권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개별 항목에 대한 토론은 가능하겠지만 사적 자치를 근거로 법 제정을 반대하는 주장은 부적절하다.



과거 발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권위의 차별시정권고권한이 약하다 보고 시정명령권한까지 갖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 논의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도 인권위 권한의 강화가 주요하게 다뤄지나?


홍성수 과거 발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엔 인권위가 보유한 시정권고 권한에 시정명령 권한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제 방안이 강화돼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인권위의 시정명령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시정권고는 위축되고 대다수의 차별 사안이 시정명령 후 재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정권고가 기관에 의해 원만하게 받아들여지는 방향이 차별시정 측면에선 더 바람직하다. 항공사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신장제한 문제가 인권위의 권고를 거쳐 사회적 압력을 통해 시정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정권고가 더 잘 작동할 방법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인권위 권한의 강화만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인권위 권고 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새롭게 논의되는 차별구제절차에는 어떤 것이 있나?


조혜인 2006년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권고법안에 포함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차별행위를 한 주체, 특히 기업이 비용을 이유로 차별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더 큰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해 악의적 차별을 막는 제도다. 기업의 반발은 심하지만 여전히 고용 영역에선 매우 효과적인 조치로 논의되고 있다. 2006년 당시엔 도입된 선례가 없고 한국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 현재는 다른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다수 도입돼 한층 적극적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도입된 법률에선 배상금액이 손해의 3배 정도로 소극적으로 규정돼 있는데 실효성을 위해선 벌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른 중요한 구제절차로는 피해자 소송지원이 있다. 차별 피해자는 일반적으로 가해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어 소송 제기에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금전적 지원, 소송대리인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차별 사안에선 대부분의 자료가 가해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아 입증책임 전환·배분에 관한 특례조항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 규정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할 순 있으나 민법의 일반적 법리에 따라 원고인 피해자가 차별의 존재유무, 차별로 인한 손해의 정 존재유무, 차별로 인한 손해의 정도, 차별과 손해의 인과 등 모든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배분하는 규정이 없다면 피해자가 승소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2007년 이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조혜인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에 대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가짜뉴스와 차별적 의견에 근거한 제정 반대주장만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또한 반대주장을 근거로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사실상 누군가의 권리는 법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가 받아들여지면서 평등이란 민주주의의 원칙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국면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시민이다. 평등과 차별금지에 관한 시민의식은 정치권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단순히 공감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법 제정을 공론화해 정치권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